[기자협회] 중앙일보, 디지털 전환 3개월 어디까지 왔나.
중앙일보가 ‘디지털 전환’을 위한 두 번째 실험에 나선다.
지난 4월 본격적인 디지털 퍼스트 선언 후 3개월 만에 새로운 신문제작 시스템과 조직 개편안을 내놨다.
홍정도 중앙일보·JTBC 사장이 지난 3월 말 사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연 ‘디지털 혁신 설명회’에서 “이번 실험이 실패한다면 3개월 이후 조직개편·인사를 통해 다른 열쇠를 만들어 다시 실험하겠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상이다.
중앙일보가 지난 3개월간 시도한 디지털 전환의 골격은
△취재기자의 지면-디지털 업무 분리
△신문제작담당 라이팅 에디터직 신설
△일부 섹션 폐지안 등이었다.
즉, 취재기자는 디지털에 맞춰 콘텐츠를 생산하고, 라이팅에디터가 온라인 기사를 재가공해 지면에 싣는 시스템이다.
디지털 전환 3개월, 디지털로 향하는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 시간이었을까. 중앙일보 취재기자들은 디지털 마인드를 키울 수 있었다면서도 이전보다 업무가 늘어났다는 반응이었다.
개편안대로라면 현장기자들은 온라인에 집중하고 지면은 라이팅에디터가 전담해야 한다. 하지만 기자들은 여전히 지면용 기사를 쓰고 있었다. 지면과 디지털 업무의 분리가 자리 잡지 못한 탓이다.
중앙일보 A 기자는 “신문기사 형식을 갖추지 않더라도 디지털 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자유롭게 생산할 수 있어서 좋다”며 “반면 업무 강도는 세졌다.
온라인 기사를 출고한 뒤 다시 정제된 표현의 신문용까지 써야 해서 종일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
또 A 기자는 “라이팅에디터는 현장을 잘 모른다는 한계 때문에 취재기자들이 지면기사를 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B 기자는 “디지털로 가는 게 당연하다는 공감대가 커진 느낌”이라면서도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부서, 부서장이나 데스크, 기자 특성에 따라 기사의 질이 들쭉날쭉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디지털 프로젝트의 초점은 업무방식 변화에만 있지 않다.
핵심은 ‘디지털에서 잘 팔리는’ 콘텐츠다.
기자들에게 지면 업무 부담을 줄여주는 대신 경쟁력 있는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라는 취지다.
흥미로운 뉴스로 디지털 독자를 끌어들이고, 통찰력 있는 기사로 중앙일보 플랫폼에 오래 머물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 사장이 앞서 설명회에서 언급했던 ‘타 뉴스생산자들과 차별화된 킬러콘텐츠’는 지난 3개월간 눈에 띄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합일간지 디지털 담당 간부는 “중앙일보의 무게중심이 디지털로 옮겨진 듯한 인상은 받았으나, 연성기사가 주를 이루고 저널리즘은 보이지 않는다”며 “표현방식이 디지털이냐 지면이냐의 차이일 뿐 좋은 기사를 쓰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조회수, 체류시간처럼 정량적 수치로 기자를 평가하는 상황에서 인사이트 있는 기사를 쓰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진단했다.
방송사 온라인부서 기자는 “아직 눈에 띄는 기사는 없었지만 3개월만에 성과를 내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국내 언론 가운데 디지털화에 전사적으로 뛰어든 곳은 중앙일보뿐인 만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3개월 간 시행착오를 겪은 중앙일보는 내달 새로운 개편안 도입을 앞두고 있다.
지난 22일 오병상 편집인은 ‘페이지네이션 및 조직개편 설명회’를 열고 신문제작 방향을 소개했다. 지면 제작에 들어가는 힘을 디지털로 옮긴다는 게 2차 개편의 골자다.
개편안에 따르면
지면은 여러 형태로 짜놓은 템플릿을 활용해 만든다. 지면제작에서 역할이 줄어든 편집기자들은 디지털 편집분야로 투입된다. 이밖에
△지면 글자 9.7포인트에서 10.2포인트로 확대
△오피니언면 5~6면으로 증면
△주식시세표, TV프로그램 편성표 폐지
△스포츠면, 경제섹션으로 이동 등을 오는 7월4일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중앙일보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1차 개편의 핵심이 지면과 디지털 분리였다면 2차는 지면제작의 효율성을 높여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편집기자의 역할은 디지털 콘텐츠를 관리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것으로 확대된다”며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 만든 고퀄리티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지면에도 반영되는 선순환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