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새 3개… 조금 떴다 하면 다 베끼는 ‘카피캣 왕국’ 페이스북
“신규 서비스 설 자리 좁아져”
/AFP연합뉴스
30일(현지시각)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은 앞으로 사용자들이 추천 동영상을 전체 화면으로 볼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짧은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과 비슷한 형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통해, “인스타그램은 더 이상 사진 공유 앱이 아니다”라며 “인스타그램은 앞으로 몇 달간 여러 가지 실험을 할 것”이라고 했다. 미 CNBC는 30일(현지시각)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틱톡과 비슷하게 만들기 위한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루 앞선 29일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CEO는 새로운 뉴스레터 서비스인 ‘불레틴(Bulletin)’ 출시를 발표했다. 서브스택 등 유명 뉴스레터 서비스를 따라서 만든 것이다.
페이스북의 서비스 베끼기 관행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타 업체의 서비스를 본떠 새 서비스(카피캣)를 출시하는 것은 실리콘밸리 테크 업계에서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조금만 잘 나가는 서비스는 페이스북이 모두 베끼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페이스북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와츠앱을 소유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이 서비스는 2011년부터 미국에서 서비스되는 지역 밀착형 SNS인 ‘넥스트도어’와 판박이다. 넥스트도어 일일 활성자수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전년 대비 50% 증가하자 페이스북이 이를 베껴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21일엔 음성 SNS인 클럽하우스를 본 뜬 ‘라이브 오디오룸’도 출시했다. 서비스 구조는 클럽하우스와 무척 유사하다. 방장과 참여자가 방 상단에 있고, 청취자는 방 아래 부분에 위치한다. 청취자는 발언자의 말에 공감한다는 ‘엄지 척’ 버튼을 통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지난 29일에는 뉴스레터 서비스인 서브스택과 비슷한 플랫폼 불레틴을 공개했다. 뉴스레터 서비스란 작가나 언론인, 콘텐츠 제작자들이 정기적으로 뉴스레터를 보내고, 이를 대가로 구독료를 받는 서비스다. 페이스북은 미국 인기 스포츠 방송인 에린 앤드루스, 유명 작가 말콤 글래드월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뉴스레터 가입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후발 주자인 것을 감안해, 2023년까지 이용자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인센티브도 걸었다.
짧은 동영상 서비스인 ‘릴스(Reels)’
페이스북이 인기 있는 서비스를 빠르게 베낀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작년 2월엔 사진을 한 곳에 모아 관리하는 신규 앱 ‘하비(Hobbi)’를 출시했는데, 이는 이미지 공유·검색 플랫폼인 핀터레스트를 베낀 것이다. 허비는 핀터레스트의 핵심 기능인, 사용자가 관심 있는 사진을 발견하면 보드에 핀을 꽂듯 저장하는 기능도 베꼈다.
작년 8월엔 짧은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을 베낀 ‘릴스(Reels) 기능을 인스타그램에 탑재해 전 세계 50개국에 출시했다. 15초 미만의 짧은 동영상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자 이 시장에도 진출한 것이다. 당시 틱톡은 릴스에 대해 “카피캣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그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스냅챗의 사례도 있다. 스냅챗은 한번 읽으면 수초 내에 사라지는 ‘단명 메시지’로 주목받았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2016년 스냅챗을 30억달러(3조4000억원)에 인수하려고 했지만, 에반 스피겔 스냅챗 CEO가 이를 거절했다. 이후 페이스북은 스냅챗의 핵심 기능인 단명 메시지 서비스를 그대로 베껴 그해 ‘인스타그램 스토리’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스냅챗 로고와 페이스북 ‘좋아요’ 아이콘
인기를 끄는 서비스를 빠르게 베껴 비슷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IT 업계에서 새로운 일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카피캣을 마냥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다”고 본다. 다양한 업체들이 각자의 개성을 더해 서비스를 출시하면 시장이 확대되고 새로운 부가가치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베끼기는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페이스북이 스냅챗을 베껴 인스타그램에 서비스를 도입하자 스냅챗에서 활동하던 인플루언서들은 인스타그램으로 옮겨갔고, 스냅챗 사용자는 크게 줄었다. 페이스북 내부엔 위협이 될 만한 경쟁사 동향을 감시하는 조기경보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17년 “이 팀이 하는 일은 새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살펴보고, 스타트업들에 뒤처지지 말고 베끼는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SNS인 페이스북이 도를 넘는 카피캣 행보를 계속 이어간다면 새로운 기능을 통해 인기를 막 얻은 신생 서비스들이 설 자리가 점점 더 좁아질 것”이라고 했다.
김성민 기자
출처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5&oid=023&aid=0003623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