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방송] 인공지능과 ‘경쟁’하려 말고 ‘협업’하라
영국 런던정치경제대(LSE, 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산하 미디어 싱크탱크인 폴리스(Polis)는 <저널리즘 인공지능 보고서(Journalism AI Report)>1)의 후속으로 <인공지능 뉴스룸을 준비하는 방법(How to prepare your newsroom for AI)>2)을 소개했다. <저널리즘 인공지능 보고서>는 세계 32개국 71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언론사들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 인공지능을 뉴스룸에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 저널리즘에 대한 관심은 이미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저널리즘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그 영향과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이 없다. 많은 언론사가 어떻게 인공지능을 활용할지 고민하고, 인공지능 뉴스룸의 실현 방안에 대한 확신을 얻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저널리즘 인공지능 보고서>의 후속으로 발간된 이번 자료는 상당히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 보고서에 수록된 일곱 가지 지침을 들여다보자.
-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라
인공지능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인공지능을 시작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인공지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연구팀의 질문에, 한 언론사는 “인공지능은 인간을 대신해 예측하고, 어떤 조치를 해야 할지 도와주는 컴퓨터 시스템”이라고 답변했다. 여러분은 인공지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연구팀은 다음과 같이 인공지능을 정의한다.
“인지 기능을 갖춘, 아이디어·기술·기법의 조합체인 컴퓨터 시스템”언론사의 답변과 연구팀이 제시한 정의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왜 그럴까? 연구팀은 언론사가 ‘인공지능 기술이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공지능의 정의는 크게 기술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으로 나뉜다. 기술적 측면에 초점을 맞출 경우 인공지능이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중점을 두지만, 인간적 측면에 초점을 맞출 경우 사람의 인지 능력을 필요로 하는 임무를 대신 수행할 수 있는 능력에 중점을 둔다. 연구팀은 언론사들이 당사에 가장 적합한 인공지능의 정의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정의는 언론사가 지향하는 인공지능 저널리즘에 대한 전략의 토대가 되며, 더 나아가 조직 내 모든 구성원의 내·외부적 의사소통 능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는 향후 인공지능을 통한 저널리즘의 잠재성과 기회 그리고 위험 요소를 이해하기 위한 첫 단추가 되는 셈이다.
- 인공지능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라
인공지능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세웠다면, 그다음은 ‘활용에 대한 이해’다. 연구팀은 언론사들이 인식하고 있는 인공지능 활용 영역은 크게 세 가지, 정보 수집·뉴스 생산·뉴스 배포로 구분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뉴스 생산 과정에서 인공지능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연구팀이 소개한 인공지능 활용 영역은 다음과 같다.
1)정보 수집
: 인공지능의 데이터 분석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 방대한 데이터 분석
- 주제와 키워드에 맞는 태깅
- 자동 필터링을 통한 소셜미디어 스캔
- 데이터에 일정하게 반복되는 패턴 발견
- 기사의 독자 관여도 확대
2)뉴스 생산
:저널리스트들의 단순 반복 작업을 줄이는 데 인공지능을 활용하라
- 인터뷰 내용 녹취
- 사실 검증
- 단순한 사실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구조화된 기사 작성(예, 날씨, 스포츠)
- 인포그래픽
- 각 기사 장르별 정보 취합, 관련성 탐색
3)뉴스 배포
:독자층 분석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라
- 기사 실적 분석을 통한 콘텐츠 전략 구상
- 기사별 최적화된 디지털 플랫폼 선별
- 자사 웹사이트 구조 방식 결정에 활용
- 다양한 요인을 바탕으로 한 뉴스 개인화 강화
- 인공지능이 왜 필요한지 파악하라
뉴스 산업은 지속적인 수익원을 찾고, 독자의 신뢰와 관여를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언론사들은 인공지능이 자사의 경쟁력과 효율성을 높이고, 기사의 독자 관여도를 높여 줄 것이라 기대한다.
연구팀은 인공지능의 두 가지 이점을 강조한다. 첫째, 저널리스트의 기사 생산 과정에 요구되는 업무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둘째, 독자 스스로 자신의 필요와 요구에 적합한 양질의 정보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여러분은 무엇을 위해 인공지능이 필요한가?
- 인공지능이 편집국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라
인공지능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성찰 다음으로 언론사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인공지능이 편집국에 미칠 영향이다. 저널리스트들은 인공지능이 새로운 인력을 생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동시에 기존의 인력을 줄이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우려한다.
연구팀은 인공지능이 기존의 편집국 업무를 대체하기보다 강화할 것이라 분석했다. 기존 인력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이른바 로봇 저널리스트의 시대를 초래한다기보다, 업무의 효율성을 최대화해 현재 저널리스트들의 근본적인 역할을 강화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언론사가 부서별 인공지능에 특화된 역할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누가 인공지능 저널리즘의 전략을 기획할 것인가? 언론사 내 특정 부서든, 임시 전략팀이든 어디서부터 시작할지에 대한 언론사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 인공지능 도입의 장애물을 파악하고 대비하라
인공지능 저널리즘을 도입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각 언론사의 규모에 맞게 인공지능을 뉴스 제작 과정에 적용하는 일은 복잡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게 발생할 것이다. 인공지능 저널리즘을 실행하면서 겪을 수 있는 장애물은 자금 부족, 관련 업무 능력 부족, 인공지능에 대한 비관적 시선, 내부 구조적 문제, 인공지능의 잠재성에 대한 지식 및 이해 부족, 경영진 차원에서의 전략 부족, 인공지능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우선시하는 것의 어려움(시간 부족 등) 등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는 누구도 명확하게 답을 할 수는 없다. 연구팀이 제시하는 한 가지 방안은 “경험으로부터의 교훈과 해결 방안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이는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적으로 언론사들이 함께 실행해나가야 할 지침이다.
- 인공지능이 뉴스 편집 방침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를 평가하라
인공지능은 어떻게 뉴스의 본질과 저널리즘의 가치에 영향을 미칠까? 저널리즘은 전대미문의 정치적·경제적 압박을 겪고 있고, 저널리즘에 대한 대중의 신뢰 또한 점점 떨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인공지능을 둘러싼 대중적 담론은 ‘알고리즘은 특정 사회적 계층을 배제하지 않는가?’ ‘인공지능이 엄청난 규모의 실업을 초래하지 않을까?’ ‘사회는 어떻게 인공지능을 신뢰할 수 있을까?’와 같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연구팀은 인공지능은 다음의 여섯 가지 영역에서 저널리즘의 윤리와 편집 방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고한다. 먼저, 경제성이다. 이는 인공지능의 효율적 절약이 발생한 이익(AI efficiency savings)이 뉴스 생산 과정을 위해 이용될 것인지, 아니면 언론사의 경제적 제약을 완충하는데 이용될 것인지와 관련이 있다. 둘째, 알고리즘 편향이다. 모든 인공지능 시스템엔 사람의 의도와 추정이 반영돼 편향을 갖는다. 언론사들은 이를 최소화하고 해결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셋째, 그릇된 정보와 필터 버블(filter bubbles) 문제다. 불행히도 인공지능은 그릇된 정보와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확대하는데 이용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것이 저널리즘 책임과 관련된 가장 큰 문제지만 대부분의 언론사는 아직 이 문제를 마주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넷째, 투명성 강화다. 인공지능은 자칫 간과할 수 있는 사실을 찾아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알고리즘의 편향에 대한 독자들의 의문을 만들어낼 수 있다. 투명성은 알고리즘에 대한 대중의 편견을 줄이고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다섯째, 인공과 인간 지능의 조화다. 기술이 따라올 수 없는 인간의 가치와 사람을 뛰어넘는 기술의 가치를 어떻게 조합할지가 인공지능 저널리즘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여섯째, 테크 기업들의 역할이다. 언론사와 테크 기업은 애증의 관계다. 테크 기업들이 제공하는 대부분의 인공지능 기술은 언론사에 의해 사용된다. 그런데도 이러한 기술에 대한 저널리스트들의 권한은 전무하다. 만약 인공지능 기술이 저널리스트와 대중의 관심을 얻게 된다면, 언론사와 테크 기업의 관계는 훨씬 중대한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 책임을 나누고 협력하라
연구팀은 인공지능 활용 전략을 개발하기 위한 팀을 구성할 경우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 다양한 분야에 걸친 전문가들로 구성하라. 저널리스트뿐만 아니라 개발자, 사회과학자, 디자이너 등 다양한 전문가로 팀을 꾸려야 한다. 둘째, 자유로운 실험을 권장하라. 새로운 상품 개발이 아닌 전망이 있는 애플리케이션과 위험 가능성을 규명하는 데 투자하라.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부서에서, 외부적으로는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가들을 뽑고, 그 구성원들에게 인공지능 저널리즘 전략을 세우는 책임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특히 연구팀은 연구 협력, 데이터 공유, 교육, 탐사보도를 중점으로 여러 기관과의 협력을 주저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영국 런던정치경제대 폴리스 연구팀의 인공지능 저널리즘을 위한 일곱 가지 지침을 소개했다. 개인적으로는 인공지능에 관한 여러 보고서와 에세이의 결론을 축약한 느낌이 드는 자료였다. 월간 《신문과방송》 독자들에겐 익숙한 내용이겠지만, 그만큼 핵심적인 내용이 이 일곱 가지 지침에 담겨있다고 본다. 연구팀은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은 신뢰할만한 정보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데 새로운 방법과 방향을 제시한다고 확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저널리즘은 지난 몇 년간 상당한 도전을 받고 있다. 저널리즘의 근본적인 역할과 가치가 어떻게 회복될 수 있는지는 이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는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pfjra_&logNo=221827744493&redirect=D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