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기본기’ 탄탄해진 AI 챗봇 … 기업 경쟁력 확 높였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 발표
올해 국내 기업 챗봇 경쟁력
작년보다 전반적으로 상승
챗봇, 질문 응대 도구 넘어서
실질적 상담 파트너로 진화
최적 대안 찾는 능력은 부족
아직은 ‘보조채널’ 성격 강해

국내 기업들의 챗봇 서비스가 단순한 질문 응대 도구를 넘어 ‘상담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LLM)을 도입한 기업들의 서비스 품질이 크게 향상되면서 그렇지 않은 기업과의 품질 격차가 벌어지는 양상이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대표이사 사장 한수희)이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한국 기업의 인공지능 서비스(챗봇) 경쟁력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평가에서 한국 기업의 챗봇 경쟁력 전체 평균 점수는 63.6점으로 전년(62.1점) 대비 1.5점 상승하며 전반적으로 개선세를 보였다.
특히 LLM을 도입한 기업군에서 사용성 및 효율성, 문제 해결 능력, 개인화와 같은 핵심 차원의 점수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는 챗봇이 단순한 응답 툴을 넘어 실질적인 상담 파트너 역할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KMAC는 이번 조사를 위해 금융 서비스(보험, 은행, 증권, 카드, 간편결제)와 비금융 서비스(가전, 유통, 카드, 간편결제), 공공서비스를 아우르는 총 64개 기업을 평가 대상으로 삼았다.
올해 평가의 첫 번째 특징은 챗봇의 ‘기본기’가 탄탄해졌다는 점이다.
조사 결과 모니터링 원점수는 전년 대비 5.3점 상승한 59.8점으로 챗봇의 기본 서비스 품질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7개 평가 차원 모두에서 점수가 올랐으며 특히 사용성 및 효율성(+9.8점), 문제 해결 능력(+5.5점), 개인화(+6.3점) 부문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이는 챗봇이 단순히 구색을 갖춘 시스템에서 벗어나 고객 상황을 이해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도구로 기능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고객이 체감하는 품질 역시 66.2점으로 전년 대비 3.0점 상승했다.
이용자들은 챗봇의 맞춤성과 대화의 자연스러움에 대해 이전보다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으나 한계 또한 명확히 지적했다.
여전히 “접근성이 떨어진다” “궁금한 것을 끝까지 해결해주지는 못한다”는 반응이었다.
실제로 고객 체감 차원에서 ‘문제 해결 능력’ 점수는 60.2점으로 7개 차원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비금융 부문 모두에서 문제 해결 능력과 개인화 차원은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에 머물러 이 부분이 챗봇 서비스의 공통적인 병목 구간임이 확인됐다.
산업별·기업별 챗봇 성숙도의 격차도 드러났다.
금융 서비스 부문 40개사 중 8개 기업이 최상위인 S등급을 획득했는데, 카드와 보험업권은 상위권 집중도가 높은 반면 은행과 증권업권은 기업별 품질 편차가 컸다.
비금융서비스 부문 19개사 업종별 점수 폭이 금융권보다 다소 크게 나타났다.
고객들의 요구 수준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지난 10월 KMAC가 진행한 좌담회(FGI) 결과, 은행 고객은 애플리케이션(앱) 메뉴를 찾아다니는 수고 없이 챗봇으로 조회나 이체를 ‘한 번에 끝내기(One-stop)’를 원했다.
증권 고객은 복잡한 용어 설명과 실시간 시황, 개인화된 추천을 제공하는 ‘투자 조력자’로서의 인공지능(AI)을 기대했다.
하지만 두 업권 고객 모두 키워드 인식 오류, 폴백(Fall back) 메시지 부재, 상담원 연결 시 대화 단절 등을 공통적인 불만으로 꼽았다.
챗봇 내에서 프로세스를 완결 짓거나, 한계 상황에서 최적의 대안을 제시하는 연결성이 신뢰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LLM의 도입은 이러한 품질 고도화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LLM을 일부라도 도입한 기업은 도입 전보다 기본 품질 점수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자연어 질문에 대한 문맥 이해도, 복잡한 문의를 단계적으로 풀어가는 문제 해결 능력, 고객 이력을 반영한 개인화 차원에서 개선 폭이 컸다.
단순 FAQ형 챗봇에서 ‘나를 알고 도와주는 챗봇’으로의 전환이 본격화한 셈이다.
고객들의 기대감도 높다. 응답자 중 64.8%는 이미 챗GPT 등 LLM 서비스를 경험해본 상태로 LLM 기반 챗봇이 ‘원하는 답에 더 빨리 도달하고'(42.7%), ‘복잡한 문의도 해결해 줄 것'(38.5%)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44.8%)이나 ‘책임 소재 불명확성'(38.7%), ‘부정확한 답변'(38.1%)에 대한 우려 또한 상존해, 기술력뿐만 아니라 ‘신뢰 설계’가 필수적인 과제로 떠올랐다.
고객 인식 조사 결과 챗봇은 아직 메인 채널보다는 ‘보조 채널’ 성격이 강했다. 챗봇 이용 만족도는 ‘만족'(50.2%)과 ‘보통'(37.9%)이 대다수로 ‘완벽하진 않지만 편해서 쓰는 채널’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했다.
챗봇 이용 후 모든 문의가 해결됐다는 응답은 36.5%에 그쳤고, 63.5%는 일부만 해결되거나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미해결 시 66.1%가 콜센터로 다시 문의한다고 답해, 챗봇은 사실상 상담원 연결 전 단계의 ‘1차 필터’ 역할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고객의 57.8%는 챗봇의 진화가 기업 경쟁력에 중요하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그 이유로 ‘상담사 업무를 고도화한다'(25.1%)란 응답이 가장 높았다.
고객들은 챗봇이 상담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 업무를 줄여주고 상담사가 고난도 업무에 집중하게 돕는 ‘업무 고도화 인프라’로서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이기동 KMAC 사업가치진단본부장은 “현재 챗봇은 고객 여정의 앞 단을 담당하는 ‘쓸 만한 서브 채널’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LLM과의 결합을 통해 상담사의 역량을 확장하는 핵심 인프라로 진화할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기업은 복잡한 민원의 완전 해결률을 얼마나 높이고 상담사가 더 높은 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도록 돕는지를 새로운 KPI(핵심성과지표)로 삼아야 한다”며 “LLM 기반 챗봇의 성공 여부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보안·책임·정확도에 대한 ‘신뢰의 설계’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박승주 기자
출처: https://www.mk.co.kr/news/business/11478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