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생태계 전반을 뒤흔든다 [생성형 AI 리스크]
스트리밍 조회수까지 조작 의혹

세계적인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K-팝 대세’뉴진스의 ‘하입 보이(HYPE BOY)’를 불렀다. 브루노 마스의 상징 같은 ‘쇳소리’와 어눌한 한국어를 타고 흐르는 ‘하입 보이’영상은 한 달여 만에 133만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아리아나 그란데가 부른 뉴진스의 ‘디토’, 블랙핑크가 부른 르세라핌의 ‘안티 프래자일’등 세계적인 가수들의 난데없는 ‘노래 바꿔부르기’열풍이다. 프레디 머큐리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와 정인의 ‘오르막길’을 불렀다. 이들 모두 실제 가수가 아니다. AI가 원곡 가수의 목소리를 학습해 똑같이 따라한 커버 곡이다.
미국 팝 시장에서도 해프닝이 하나 있었다. 래퍼 드레이크와 위켄드가 협업을 시도한 ‘하트 온 마이 슬리브’라는 곡이 주요 음악 플랫폼에 ‘기습’ 공개된 것이다. 대형 스타들의 만남에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틱톡이 발칵 뒤집혔다. 음악은 순식간에 조회수가 급증했다. 그러나 이 음악이 AI로 만든 ‘가짜 음원’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각종 플랫폼에선 금세 자취를 감췄다. 두 사람의 소속사인 유니버설뮤직 그룹이 자사가 저작권을 보유한 곡에 대해 AI 커버곡 게재를 금지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최근 스포티파이에선 음악 콘텐츠 제작 서비스인 ‘부미’(Boomy)의 생성형 AI가 만든 노래 수 만곡을 퇴출했다. 이 회사가 온라인 봇(자동 프로그램)으로 청취자 수를 조작해 스트리밍 수를 부풀렸다는 ‘음원 사재기’ 의혹이 불거져서다.
‘진화하는 AI’가 음악시장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 작사, 작곡을 넘어 ‘범접할 수 없는’영역이라 믿었던 인간의 목소리까지 따라잡히자 지지부진했던 논의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AI 커버곡과 창작곡의 음악시장 진입을 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스포티파이의 다니엘 에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AI가 스트리밍 음악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AI를 활용한 모든 멋지고 무서운 일들에서 빠르게 혁신과 진전이 일어나고 있다”며 “전에는 이런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음악 소비자들에게도 흥미롭고 신선한 경험이다.
하지만 생산자의 입장은 각양각색이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은 “음악 산업에선 스트리밍 서비스 등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들어올 때마다 시장이 요동쳤다”며 “독자적인 부분이라 판단했던 보컬의 목소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 오리지널리티의 위협을 감지하자 침범 당한 영역에선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I 음악 창작물의 위협이 거세지자, 업계에선 현안들에 대한 논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저작권 보호다. AI와 관련한 저작권 논의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AI의 학습 데이터로 허가 없는 사용 여부와 AI 창작물의 저작권 인정 여부다.
마이클 내쉬 유니버셜 뮤직 최고 디지털 책임자는 “창작물들이 AI 훈련에 사용될 때 창작자들이 존중받고 공정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면, 전 세계의 창작자들은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우리 아티스트의 음악을 이용한 생성형 AI의 학습은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도 “AI 커버곡 영상 제작시 저작인접권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음악계에선 AI 학습 데이터에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AI 작곡가 에이미문을 데뷔시킨 인공지능 음반 레이블 엔터아츠의 박찬재 대표는 “AI가 만든 음악도 작곡이라는 행위로 인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클릭 한 번으로 나오는 모든 음악에 대해 가치를 부여할 수는 없다”며 “다만 단순한 복제인지, 창작의 주체로 독자적인 정신적 착상인지를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현재 미국 저작권국이 시행하는 기준과 같은 방향성이다.
이같은 빠른 기술 진화에도 제도는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광호 사무총장은 “법안이 어떻게 규정되느냐에 따라 음악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기술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그것을 반영하지 못하는 법과 정책은 시장에 엄청난 충격파가 될 것이다”며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변화를 바라보며 인간과 AI의 상생을 도모하는 방향으로의 슬기로운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출처: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30601000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