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방송] 구닥다리 ‘뉴스레터’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 : 독자와 직접 소통에 효율적,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도 가능
“이메일은 죽었다.” 슬랙(Slack) 공동 설립자인 스튜어트 버터필드(Stewart Butterfield)는 2015년 아일랜드 더블린 인터넷 콘퍼런스에서 “이메일은 다수가 참여하는 조직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생각하면 끔직한 도구”라고 말했다. 이메일로 이루어진 대화는 모두 받은 편지함에만 보관되기 때문이다. 반면 회사의 업무 전체를 확인할 수 있는 슬랙과 같은 협업 도구가 이메일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Trenholm, 2015). 그는 이메일을 “인터넷 세계의 바퀴벌레와 같다”고 말하며 이메일이 사라지기까지는 30~40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이메일이 죽었다는 이야기는 지나치게 과장됐다. 여전히 이메일은 인터넷이나 웹을 가능하게 만든 TCP·IP나 HTTP처럼 정보 시대의 가장 훌륭한 발명품 중 하나다.
바퀴벌레 같은 뉴스레터?
페이스북은 2010년 오픈 그래프(open graph)를 소개했다. 페이스북 CEO 저커버그는 기조연설에서 “웹 페이지는 구조화되지 않은 하이퍼링크를 통해 연결된 형태지만 오픈 그래프는 사람을 웹의 중심으로 가져와 의미를 가진 연결을 표현한다”고 말했다. ‘나는 이 사람과 친구야’ ‘나는 콘퍼런스에 참석 중이야’ ‘나는 이 밴드를 좋아해’처럼 사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연결이다. 저커버그는 “만약 우리가 분리돼 있는 그래프를 모두 모을 수 있다면, 좀 더 사회적이고 개인화되고 똑똑하며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웹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웹 2.0 시대의 불가사의한 혁신 중 하나는 거대 소셜 플랫폼이 타사 앱 개발자에게 문호를 개방했다는 점이다. 링크드인, 페이스북, 트위터는 이용자가 소셜 그래프를 다른 응용 프로그램에 연결할 수 있도록 홍보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혜택을 얻었다. 온라인에서 관계를 활용한 소셜 게임이나 비즈니스 도구는 급격한 성장을 보였다. 하지만 잠깐의 좋은 시절이 지나고 소셜 플랫폼들은 타사 개발자에게 개방했던 데이터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친구 목록을 제공하는 API를 변경했으며(Constine, 2015), 링크드인도 모든 개발자가 아닌 소수의 파트너에게만 소셜 그래프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바꾸었다(Etherington, 2015).
페이스북의 캠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 스캔들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은 오래전부터 소셜 그래프 데이터 내보내기가 간편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 이후 대부분의 소셜 네트워크는 외부로 데이터 내보내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프라이버시 보호에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향후 소셜 그래프 이용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소셜 그래프는 대형 소셜미디어만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소셜 그래프가 바로 이메일이다.
이메일은 현재 거의 마지막으로 남은 소셜 그래프이다. 이메일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은 고유한 주소를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이메일은 어떤 기기에서나 작동하고, 특정한 기업이 소유하는 자산이 아니기에 민주적이며 개방된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가격이 저렴하고 바퀴벌레와 같은 생명력으로 인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상업적인 플랫폼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것에 반해 이메일은 그러한 우려 없이 서버에 남아 있을 수 있다. 즉 이메일은 그 자체로 사람들을 연결하는 통로로 작동하면서도 이익을 중심으로 하는 기술 시대에 다른 미디어가 줄 수 없는 가치를 제공한다. 뉴스 기업이 이메일을 다시금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러한 다양한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뉴스레터 자체가 플랫폼
뉴스레터가 주목받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플랫폼 알고리즘과 관련이 있다. 디지털 뉴스 유통에서 플랫폼의 영향력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영향에서 벗어나 뉴스 유통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 디지털 콘텐츠 총괄 데이비드 비어드(David Beard)는 “뉴스레터는 나이 든 사람들을 위한 낡은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페이스북에서 꽤나 인기가 있었지만 갑자기 알고리즘이 변경된 이후 많은 독자들을 잃었다. 우리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유통 수단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뉴스레터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Beckett & Ziemer, 2016).
실제로 뉴스레터는 콘텐츠 종류, 편집 방식, 배포 시기까지 모든 것을 뉴스 기업이 통제할 수 있다. 복스 미디어 성장 부문 부사장 멜리사 벨(Melissa Bell)은 “우리는 뉴스레터가 독자적인 플랫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다른 플랫폼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으로 뉴스레터를 생각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Moses, 2016a).

출처-Jack, A. (2016), Editorial email newsletters: The medium is not the only message, Reuters Institute for the Study of Journalism.
뉴스레터는 온라인 광고 수익 모델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구독 기반 모델을 추구하는 최근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안정적인 디지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뉴스 기업은 온라인 독자를 구독자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뉴스에 대한 습관을 갖게 하고 방문자의 참여를 높임으로써 점진적으로 단순 방문자들을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는 고객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MIT 슬로언 매니지먼트 보고서(Zalmanson & Oestreicher-Singer, 2016)는 이런 개념을 “참여의 사다리”라고 언급하며 이용자가 콘텐츠에 참여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할수록 충성 독자가 된다고 봤다. 실제 뉴욕타임스의 경우 이메일 뉴스레터 가입자가 신문 구독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두 배나 높다고 밝혔다(Beckett & Ziemer, 2016). 비록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는 많은 수의 방문자를 만들어낼지 모르지만 이메일 뉴스레터는 뉴스 기업이 브랜드를 인지시키고 구독을 독려하며 기존 독자를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옥스퍼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보고서(Jack, 2016)는 뉴스레터가 최소한 여덟 가지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선 전통적인 광고 모델에 기반해 웹사이트로 고객을 유도하고 페이지뷰를 올리는 수단이다. 이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콘텐츠를 배포하는 것과 비슷하게 미래 독자에 대한 접점을 만드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뉴스레터 자체에 대한 구독도 있다. 예를 들면, ‘Brief.me’는 매일 저녁과 토요일 아침 주요 뉴스를 제공하는 유료 뉴스레터 서비스다. 뉴스레터를 통해 후원을 요청하거나 기업 이용자에게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파이낸셜타임스의 경우 신문 구독자에게 구독에 따른 부가상품으로 뉴스레터를 제공하기도 한다. 뉴스레터 내에 직접 배너 광고를 삽입하거나 네이티브 광고 혹은 스폰서 콘텐츠를 포함해 배포하는 방식도 있다. 교차 판매는 콘텐츠가 아닌 관련된 상품의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아마존 같은 사이트로 연결되는 제휴 링크를 통해 판매가 발생하면 일정 부분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 하나의 사례다.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거나 커뮤니티를 구축해 충성도 높은 독자를 만드는 것도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와 같이 뉴스레터는 고객과 직접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결합해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뉴스레터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우리 콘텐츠를 읽는 독자가 누구이며,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이 가능하다.

뉴스레터는 자체 구독 모델을 비롯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다.
유료 이메일 뉴스레터 서비스인 Brief.me(왼쪽, EUR €6.90)와 Economist Espresso(오른쪽, USD $2.99). 출처-Brief.me & Economist Espresso
시애틀타임스는 아침과 저녁 두 번 배포되는 뉴스레터를 전혀 다른 형식으로 작성한다(Lichter-man, 2018). 이는 독자들이 아침과 저녁 시간에 다른 방식으로 이메일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저녁 7시에 데스크톱을 사용하는 이용자는 거의 없기 때문에 저녁에 배포되는 뉴스레터는 모바일에 적합한 이미지 중심으로 구성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뉴스레터를 통한 독자 데이터 분석은 지속적인 수익 기반을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Boltik, 2017).
뉴스레터의 한계와 해결 과제
뉴스레터는 뉴스 기업들이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플랫폼임에도 몇 가지 한계가 존재한다. 가장 큰 한계는 역시 기술적인 문제다. 이메일이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고 어떤 기기에서나 작동하지만 이미지 포함이나 비디오 삽입의 경우 이용자에게 제대로 표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웹 디자인에서 거론되는 반응형 디자인(responsive design)은 다양한 기기의 특성에 대응해 실시간으로 레이아웃이 변하는 사이트를 의미하지만, 이러한 방식도 이메일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과도한 이미지 사용으로 인한 이메일 용량의 증가는 스팸 필터에 포함돼 독자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상황을 불러올 수도 있다.
개인정보 보호 규제와 관련한 문제도 뉴스레터가 가지는 한계 중 하나다. 페이스북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 이후 유럽의 일반정보보호규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유럽 규정에 따르면 동의하지 않은 이메일의 경우 옵트인(Opt-in) 방식을 활용해 수신자에게서 명백한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European Commission, 2016).

시애틀타임스는 아침과 저녁에 전혀 다른 형식으로 뉴스레터를 작성해 배포한다. 독자들이 시간대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이메일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저녁 시간 뉴스레터는 모바일에 적합한 이미지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출처-시애틀타임스의 아침 뉴스레터(왼쪽)와 저녁 뉴스레터(오른쪽)
다양한 뉴스레터가 등장하면서 이메일 뉴스레터 역시 독자의 주목을 끌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장소로 변해가고 있다. 뉴스레터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뉴스레터를 구독한 이후 한 번도 메일을 열지 않거나 구독을 해지하는 독자도 있다. 언젠가는 소셜미디어가 등장한 것처럼 전혀 다른 새로운 대안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메일 뉴스레터는 지난 수년간 버려져 있던 공간이다. 수많은 뉴스가 쏟아지는 뉴스 과잉 시대에 큐레이션 경험을 제공하는 뉴스레터는 독자와 직접적인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뉴스레터는 페이스북이나 구글의 알고리즘이 손댈 수 없는 공간이기에 기사가 독자에게 노출되는지에 대한 걱정에서도 자유롭다. 뉴욕타임스의 뉴스레터 구독자가 유료 구독자로 전환될 확률이 두 배가 높은 것이라든지, 워싱턴포스트가 뉴스레터 서비스 이후 트래픽이 129% 증가했다는 사실은 이메일이 독자에게 도달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방법이라는 점을 확인해준다(Moses, 2016b). 뉴스레터 구독자는 충성스러운 독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린테크 미디어(Greentech Media)의 독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뉴스레터 구독자는 사이트에서 80% 더 오랜 시간을 보낸다(Radogna, 2018).
그럼에도 뉴스레터는 여전히 다양한 실험을 필요로 한다. 미국언론연구소(American Press Institute)의 뉴스레터 편집자 공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여전히 많은 뉴스레터는 사람이 작성하고 있다(시애틀타임스는 뉴스레터의 일부를 자동화된 방식으로 작성하기도 한다). 자사의 기사만 포함할 것인지 다른 기사도 함께 큐레이션 할 것인지의 문제도 있다. 텍스트 위주로 할 것인지 이미지를 포함할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뉴스레터에 관심을 갖는 뉴스 기업들은 A·B 테스트 같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독자를 세분화하고 효율적인 포맷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수용자들의 24시간이라는 제한된 자원에서 미디어 기업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그렇기에 진정한 주목(attention)을 획득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뉴스레터는 뉴스 기업에 진정한 주목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pfjra_&logNo=221293415762&redirect=D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