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해리슨 포드, 40대 인디애나 존스로 돌아온다… AI 영화혁명
디에이징 기법, 1편 얼굴 재현

최근 영화계에서 가장 바쁜 건 감독도, 배우도 아닌 AI다. 배우들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학습해 젊은 시절로 되돌리는 것은 물론, 관객 성향을 분석해 흥행을 예측하거나 시나리오 작성, 배우 캐스팅까지 여러 방면에서 AI가 활약하고 있다.
나이를 더 어리게 되돌리는 효과나 기술을 ‘디에이징’(de-aging)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배우의 주름살을 포토샵하듯 지우고 피부톤을 화사하게 매만지는 방식으로 디에이징을 했다. 이 방식은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여러 장면에 사용할 수가 없었다. 디에이징에 AI가 본격 활용된 것은 ILM가 ‘페이스 파인더’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부터다.
이 소프트웨어는 2019년 말에 나온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아이리시맨’에 쓰이면서 유명해졌다. 아이리시맨은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와 같은 70대 배우들이 캐릭터의 젊은 시절까지 직접 연기하도록 했다. 촬영팀은 디지털 카메라에 적외선 카메라 2대를 결합해 배우의 모습을 3D 영상으로 촬영하고 AI가 배우들이 젊은 시절에 등장한 영화 2년 분량을 학습했다. 이를 토대로 연령대, 표정, 카메라 각도, 조명을 고려해 각 장면에 맞는 배우의 젊은 시절 모습을 구현해낸 것이다.
국내 특수효과 회사 비브 스튜디오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페이스 스왑’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스턴트맨과 같은 대역 얼굴을 배우의 얼굴로 바꿀 때 쓰이는데 이때도 AI가 배우의 얼굴을 미리 학습해 자연스러운 효과를 낸다.
AI는 목소리도 만들어 낸다. 올해 개봉한 ‘탑건: 매버릭’에 출연한 배우 발 킬머가 인후암 수술로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되자 AI가 과거 목소리를 학습해 현재 나이 때 목소리를 만들어냈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40년 전부터 주인공 다스 베이더의 목소리를 연기한 제임스 얼 존스가 나이 들면서 음성이 달라지자 AI는 그의 젊은 시절 목소리를 학습해 다스베이더의 목소리를 냈다.
AI는 영화 흥행 확률을 높이고 제작비를 줄이는 데도 활용된다. 영화 장르와 예산 수준, 배우 선택에 따른 흥행 수준을 예측하고 최적의 조합을 결정한다. 미국 영화 마케팅 업체 무비오는 AI로 영화의 관객층을 예측하고 배급과 마케팅 전략을 제시한다. 디즈니가 이용하는 프베스라는 AI는 영화 초반 단 몇 분 동안 관객들의 얼굴을 분석해 영화 흥행 가능성을 미리 예상하고 있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은 영화 예고편도 만든다. SF 영화 ‘모건’의 장면들을 공포, 평온, 슬픔, 행복 등 다양한 감정으로 분석해낸 뒤, 예고편 삽입에 가장 적합한 10개 장면을 골랐다.
이 뿐이 아니다. 워너브러더스, 20세기 폭스, 유니버설과 같은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제작사들은 남가주대(USC)에 AI연구소를 만들었다. ETC(Entertainment Technology Center)라고 불리는 이 연구소는 AI를 활용해 TV와 영화 이용자들이 어떻게 소문을 내는지, 언제 영화를 개봉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한때 인건비 절약을 위해 중국에 사무실을 냈던 국내 특수효과 회사들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영화사 뉴의 사내 벤처인 뉴아이디는 최근 SK텔레콤의 AI 솔루션을 활용해 70년대 나온 애니메이션 ‘엄마 찾아 삼만리’의 화질을 복구하고, 원본이 소실된 70년대 고전영화 ‘화녀’의 불어 자막판에서 자막을 지우는 작업을 했다. 박준경 뉴아이디 대표는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했던 것을 AI 활용으로 시간과 인력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