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 “짧아야 본다, 퀴비”…넷플릭스 떨고 있니
세계적 유명 인사들이 창업 멤버에 이름을 올렸다. 숏폼(Short-Form) 플랫폼 ‘퀴비(Quibi)’는 글로벌 OTT(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에서 넷플릭스를 상대로 유의미한 지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드림웍스 창업자 제프리 카젠버그와 ‘실리콘밸리의 여제’ 멕 휘트먼이 설립을 주도하고 스티븐 스필버그, 기예르모 델 토로 등 할리우드 유명 감독들이 참여 의사를 밝혀 화제가 됐던 퀴비는 ‘빨리 베어무는 한 입(Quick Bites)’이라는 의미처럼 10분 안팎의 짧은 콘텐츠만 다룬다. 넷플릭스가 지배적인 지위를 굳혔고 디즈니+와 애플TV 플러스, HBO맥스 등 강력한 새로운 경쟁자들이 몰려드는 격전이 불가피한 구독형 동영상 서비스 시장에서 오직 스마트폰에서만 볼 수 있는 퀴비는 엉뚱하고 생뚱맞은 사실 황당무계해 보인다. 인스타그램과 15초 내외 짧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틱톡 사용자의 관심을 빼앗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편당 10분 ‘숏폼’
일단 투자자들의 마음은 잡았다. 10억달러(약 1조1600억원)로 시작한 퀴비는 서비스 시작도 전에 4억달러(약 4600억원)를 추가 조달했다. JP모건,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퉈 퀴비에 관심을 보였다. 감독과 제작자, 배우들도 넷플릭스 대안으로 5-10분 내외의 숏폼 플랫폼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1시간짜리 동영상도 늘어지는 부분을 짧게 잘라낸 10분짜리 클럽을 사람들이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긴 호흡보다 짧은 호흡, TV보다 모바일을 친숙하게 여기는 시대다. 휘트먼 CEO는 “우리는 수십억 명이 연간 수십억 시간을 모바일 기기로 콘텐츠를 시청하는 혁명기에 있다”라고 말한다.
세계 최대 국제 가전·IT 전시회 ‘CES 2020’에서 퀴비는 서비스의 비밀 무기 ‘턴스타일(Turnstyle)’이라는 독특한 기술을 공개했다. 동영상을 어떤 방향에서 시청하더라도 레터박스 없이 온전히 감상할 수 있게 하는 것인데 가로, 세로 방향 상관없는 최적의 장면을 선사한다. 사운드 역시 방향에 맞춰 재생된다.
가령 동영상을 가로로 볼 때는 도망치는 주인공을 클로즈업하고 세로 방향이 되면 급하게 연락을 취하는 주인공의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는 식이다. 영상을 넓게 촬영해 세로와 가로로 잘라 연결해서 가능하다. 오직 스마트폰에서만 즐길 수 있는 75개 오리지널쇼와 8500개 콘텐츠를 이런 식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SNS 서비스를 스크롤 하는 데 소비했던 짧은 시간에 맞게 제작된 샘플 영상을 보니 조금은 흥분됐다.
일부 제작자는 턴스타일의 참신한 실험을 시도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관점에서 17분짜리 영화를 제작한 자크 웨치터는 가로 모드에서는 전형적인 TV 장면을, 세로 모드에서는 스마트폰 관점을 보여주는 시리즈물을 제작하고 있다.
턴스타일…스마트폰 화면에 최적화
퀴비는 오는 4월6일 월 4.99달러(광고 포함)와 월 7.99달러(광고 제거) 두 가지 요금제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미국 통신사 T모바일 사용자는 퀴비 번들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 회당 시청 시간은 최대 10분이고 초기에는 스마트폰에서만 서비스된다. 휘트먼 CEO는 추후 TV로 플랫폼 확장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으나 서비스 핵심은 모바일이다.
퀴비는 첫해 매일 3시간 분량의 175개 오리지널 프로그램(전체 콘텐츠 수는 8500개)을 공개한다. 리메이크 TV 시리즈 ‘레전드 오브 더 히든 템플’과 MTV 게임쇼 ‘Singled Out’, 몰래카메라쇼 ‘펑크드’ 같은 3-40대 미국 성인을 겨냥한 작품들이 포함된다.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이동 중 시청하는 콘텐츠다.” 휘트먼 CEO 말처럼 퀴비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소파에 앉아 2시간 동안 영화를 시청하는 게 아닌 SNS 스크롤 하듯 여유 시간을 채울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편당 4-50분을 집중해 시청해야 한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완전한 스토리 이해를 위해선 엄청난 노력이 요구된다. ‘왕좌의 게임’ 같은 몰입도 높은 드라마는 특히 그렇다.
적어도 SNS를 스크롤하는 것보다 의미있는 형태의 여유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퀴비의 서비스 핵심은 흥미를 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호러물 ‘애프터 다크’처럼 저녁 7시부터 아침 7시 사이에만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와 차별화되는 훌륭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흥행 보증수표가 될 수는 없다. 틱톡, 인스타그램 같은 무료 서비스에서 끝없이 유통되는 웃기고, 재미있고, 희화화된 콘텐츠처럼 중독성을 가질 수 있을까. 몇 개월 후면 알 수 있다.
한편 넷플릭스는 미국 뉴욕 증시에서 최근 10년 새 주식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종목으로 집계됐다. 뉴욕증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를 구성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09년부터 10년치 주가 등락률을 집계한 결과, 넷플릭스는 4080%(41.8배) 올라 500개사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넷플릭스는 미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비디오 대여 체인 블록버스터를 파산시켰고 케이블 TV 산업 재편의 신호탄이 되기도 했다.
출처 : http://www.bloter.net/archives/3688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