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방송] 네이버 100만 구독자를 잡아라…그런데 무슨 의미? : 신기루 좇는 언론사들… 구독자는 늘었지만 트래픽은 제자리
‘100만 독자의 선택. 모바일 메인 언론사편집판 최초의 100만 구독자 달성을 축하드립니다.’
지난해 12월, JTBC는 네이버로부터 이 문구가 쓰인 기념패를 받았다. 네이버가 모바일 페이지에서 운영중인 언론사별 ‘편집판’(옛 채널) 가운데 JTBC가 가장 먼저 구독자 100만 명을 확보해서다.
당시 언론사들은 자사 편집판 구독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네이버가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와 급상승검색어를 뺀 베타버전을 도입한 지 2달이 흐른 시점이었다. 네이버는 그보다 앞선 2017년 10월 언론사가 독자적으로 뉴스를 편집하는 ‘채널’을 오픈했는데, 개편 작업과 맞물려 채널의 명칭을 ‘언론사편집판’으로 바꿨다.
개편된 네이버 모바일 화면에서 편집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이용자는 편집판을 통해 각 언론사를 직접 구독해야 해당 매체의 기사를 볼 수 있다. 언론사 입장에선 구독자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네이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커진 것이다.
몇몇 매체는 해외 항공권이나 고급 시계까지 구독 경품으로 내걸어 이용자들을 유혹했다.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기자들에게까지 구독자 수를 할당하거나 유치전에 뛰어들도록 부추긴 곳도 여럿이었다. 한 언론사의 디지털부서 팀장은 “특히 첫 100만 구독(JTBC)이 나온 직후인 지난 1~2월 구독자 유치 광풍이 불었다”며 “네이버는 구독 이벤트만 따로 모은 페이지를 제공하는 등 언론사 특유의 경쟁심을 잘 이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첫 화면서 뉴스·실검 빠지고 검색창 배치
네이버가 모바일 개편 작업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늘 공정성 논란이 따라붙었던 뉴스 편집에서 손을 떼기 위해서다. 모바일 첫 화면에 기사가 노출되느냐에 따라 트래픽이 널뛰는 뉴스 유통구조에서 언론사들은 포털의 뉴스 편집 원칙과 기준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단독’이나 ‘최초 보도’ 대신 이를 받아쓰거나 늦게 쓴 언론사의 기사가 메인화면에 오르면서 기자들의 불만도 날로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포털의 책임 논란이 또 한 번 불거지자 네이버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그해 5월 네이버는 ‘뉴스 및 댓글 개선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 제외, 두 번째 화면에 언론사가 편집한 뉴스판 신설, AI(인공지능)가 편집하는 뉴스피드판 도입 등을 내세웠다. 5개월 뒤 개최한 ‘네이버 커넥트 2019’에선 뉴스와 실시간검색어를 빼고 검색창을 배치한 모바일 개편안을 발표하고, 베타서비스도 시작했다.
이날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 모바일은 매일 3,000만 명이 방문하는 공간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기존 첫 화면은 뉴스 7개와 실시간검색어 20개라는 한정된 키워드로 구성돼왔다”며 “메인 구성이 적절한지, 어떻게 바꿀 것인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깊이 고민했다. 네이버의 연결기능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개편 배경을 밝혔다.
올해 들어 네이버는 개편 작업에 속도를 냈다. 지난 2월 네이버앱 이용자가 기존 버전과 새 버전을 선택할 수 있는 ‘듀얼앱’ 기능을 iOS(애플 운영체제)에 적용했다. 4월 3일엔 개편안을 모바일 웹페이지에 전면 도입했다. 기존 버전도 사용할 수 있지만 이날부턴 새 버전이 기본화면으로 제공됐다. 첫 화면을 왼쪽으로 밀어야 볼 수 있는 뉴스판엔 각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편집판과 인공지능(AiRS·에어스) 기반으로 자동 편집되는 ‘MY뉴스’가 배치돼 있다. 4월 4일부턴 뉴스 서비스에서 네이버 자체 편집 영역을 없앴다. 기존 버전의 모바일 첫 화면과 PC 뉴스홈의 ‘이 시각 주요 뉴스’에 실리는 기사도 알고리즘이 자동 추천해 배치하는 것이다.
네이버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로써 지난 2017년 2월 모바일 네이버 서비스 첫 화면에 ‘에어스 추천 뉴스’ 영역을 선보이며 시작한 뉴스 편집 자동화를 완료한다”며 “네이버 뉴스 서비스는 이용자가 ‘구독’한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영역, 에어스를 통한 추천으로 이뤄진 자동화 영역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유봉석 서비스운영총괄은 “뉴스 편집 자동화는 기술을 바탕으로 사람과 정보, 사람과 사람을 직접 연결하는 네이버 본연의 가치에도 부합하는 것”이라며 “이용자들에게 네이버 뉴스 서비스를 통해 평소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한 다양한 매체의 기사를 편리하게 접하고, 선택한 매체의 편집 가치를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4월 11일부터는 네이버 앱의 기본 설정을 신규버전으로 적용하는 작업도 시작했다. 이용자들은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4월25일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후 이뤄진 콘퍼런스콜에서 “모바일 전체 방문자의 74%가 새로운 네이버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구독자 늘리는 것 뿐
개편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언론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편집판 구독자를 늘리는 것뿐이었다. 이 과정에서 언론사들은 유독 ‘구독자 100만 명’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였다. A 언론사의 디지털부서 기자는 “네이버가 구독자 100만 명이 된 곳에만 기념패를 주고 편집판의 제호 옆에도 노란색으로 ‘100만 구독’ 아이콘을 붙여놨기 때문”이라며 “기념패 속 ‘달성’이란 표현에서도 네이버의 의도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달성의 사전적 의미가 ‘목적한 것을 이루다’여서 마치 언론사가 편집판으로 이뤄야 할 목표가 ‘구독자 100만 명’인 것처럼 느껴진다는 지적이었다.
B 언론사 디지털 콘텐츠 총책임자도 “국내 신문업계의 발행부수로 보면 100만은 1등 신문의 상징 같은 숫자”라며 “신문사들 입장에선 디지털에서라도 100만을 찍어보자는 심리도 작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편집판에 포함된 언론사 44곳 가운데 구독자 100만 명을 넘은 곳은 JTBC, 중앙일보, 한겨레, 연합뉴스, SBS, 매일경제, 조선일보, YTN, 경향신문, KBS, MBC, 한국경제, 동아일보, 국민일보(무순, 2019년 4월 기준) 등 14곳이다. 네이버는 이들 언론사에 ‘100만 이용자 구독 달성을 축하드립니다’란 문구가 쓰인 기념패를 전달했다.
편집판 구독자를 100만 명 이상 확보한 언론사들은 전체 구독자 수를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100만 명 미만인 언론사 대다수는 구체적인 구독자 수를 밝히지 않고 있다. 언론사들이 구독자 수의 기준을 100만 명으로 잡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듯 100만에 목매는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언론사 디지털 담당자들은 ‘구독자 100만 명’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이뿐 아니라 뉴스 섹션에서 네이버 모바일 새 버전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졌다. B 언론사 디지털 콘텐츠 총책임자는 “구독자 100만 명 달성이 실질적인 의미가 있을지 미지수다. 구독자는 확 늘었는데 트래픽은 그대로”라며 “네이버가 만든 숫자놀음에 빠져든 기분이다. 네이버에 끌려가는 언론사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C 언론사의 디지털담당 간부도 “네이버에서 구독자 100만 명을 달성했다고 축하받고 자축하는 현실이 웃프다”면서 “전체 기사 조회수는 구독자 수와 비례해 늘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10월 네이버가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이후부턴 떨어졌다”고 말했다.
D 언론사의 디지털팀장은 “네이버 모바일 뉴스 편집판에서 100만은 상징적인 숫자일 뿐 허수에 가깝다. 구독자가 100만 명이면 하루 UV(순방문자수)도 100만은 돼야하는데 실제로는 한참 못 미친다”며 “현재로선 100만 명 구독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네이버 모바일 신규 버전이 자리 잡을수록 언론사들의 고민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편집판을 운영하는 44개 언론사 중에서도 규모에 따른 격차가 더 벌어지고,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언론사들의 소외감과 실질적 피해 또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역 언론사들의 위기감이 크다. 네이버와 모바일 콘텐츠 제휴를 맺은 44사 가운데 지역 언론사가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지방신문협회는 3월 7일 성명을 내어 “콘텐츠 제휴가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뉴스 편집 첫 화면에서 소외돼 왔던 지역 정론 언론은 이제 네이버에서 구독자를 늘릴 기회조차 갖지 못 한다”며 “네이버의 지역 매체 배제는 디지털 뉴스 시장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틀어막고 서울의 여론만 확대재생산하는 결과를 낳는다. 지역 매체에게는 디지털 공론장에서의 도편추방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44개사에 포함된 언론사들도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뉴스 이용자들이 자신이 선택한 매체의 기사, 인공지능을 통한 개인 맞춤형 기사만 보면서 한쪽의 관점에만 빠지게 된다는 우려도 지속해서 제기된다. E 언론사 디지털부서 팀장은 “(편집판 구독으로) 충성독자가 는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며 “편집판이 인링크로 운영되다 보니 당장 트래픽 유입량은 많지 않다. 언론사들의 보릿고개가 시작될 것 같다는 불안함이 있다”고 전했다.
D 언론사의 디지털팀장은 “언론사가 편집권을 쥐고 있긴 하지만 네이버 안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며 “우리 구독자가 누구이고 어떤 기사를 좋아하고 뉴스 이용 동선이 어떤지 등 구독자 데이터를 지금보다 폭넓게 제공해준다면 편집판에 참여하는 의미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F 언론사의 디지털부서 간부도 “네이버가 언론사와 공존할 방법을 찾으려는 의지가 있다면 참여 범위와 데이터 분석을 더욱 확대해줘야 한다”며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언론사에 편집판 구독자는 신기루에 그칠 뿐”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pfjra_&logNo=221542239279&redirect=D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