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싱가포르 정부 주도 ‘가짜뉴스’ 처벌 부작용 봤더니
“한국, 독·프 달리 주로 국내정보…이미 불법정보 삭제 조치하고 있어”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소셜 미디어 발전으로 정보 유통이 활발해지면서 ‘허위조작정보’가 국제적 의제로 부상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관련 법제를 마련한 나라들은 해당국에 확산되는 허위정보 유형과 주체에 따라 다른 대응방식을 취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이미 방송·통신 심의와 처벌·제재 등이 이뤄지고 있는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2017년 10월 발효된 독일의 ‘네트워크집행법(NetzDG)’은 형법상 처벌 대상인 불법정보 규제를 소셜 미디어 플랫폼까지 확장하는 성격이다. 독일 형법 22개 조항에 해당되는 ‘불법 내용물’을 규제하는데, 민주주의·법치주의 훼손, 테러·폭력 선동, 아동성착취물과 더불어 혐오선동, 나치찬양 및 홀로코스트 부정 등 혐오·차별 행위가 포함된다. 대상 사업자는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레딧·텀블러·인스타그램·VK·비메오·플리커·스냅챗 등 이용자 수 200만명 이상 대형 소셜미디어플랫폼이다. 의무를 위반한 기업주는 최대 500만 유로(한화 약 65억 9000만원), 기업은 최대 5000만 유로(한화 약 659억원)을 부과받게 된다. 벌금 부과는 위반 정도와 사업자 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이뤄진다.
불법성을 판단하는 ‘자율규제기구’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재원을 출연해 만들고 정부 추인을 받아야 하며, 신고 시점으로부터 7일 이내 처리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사업자가 처리 내역을 6개월마다 관보(Federal Gazette)와 사업자 웹사이트에 게재하고, 내용물을 삭제해도 증거보존을 위해 10주간 저장할 의무 등도 명시돼 있다. 사업자들은 독일 이용자들이 사용하기에 효과적이고 투명한 불만처리 절차를 갖춰야 한다.
2017년 대선에서 ‘페이크 뉴스’ 논란을 겪은 프랑스에선 지난해 12월 ‘정보조작투쟁법’이 발효됐다. 후보자가 선거 전 3개월 동안 판사에게 허위로 의심되는 정보의 삭제를 요청하는 제도다. 정보조작투쟁법에 따라 판사는 48시간 안에 △허위정보 명백성 △의도적인 대규모 전파성 △평화 방해 및 선거결과 영향력 등을 고려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회사에는 허위정보에 ‘플래그’를 표시하거나, 관련 정보 자금 출처를 공개하도록 하는 재정 투명성 의무를 지게 했다. 투명성 의무 및 허위정보 삭제의무를 위반한 온라인서비스사업자는 징역 1년과 벌금 7만5000유로(한화 약 9600만원)에 처해질 수 있다.
올해 10월 발효된 싱가포르의 ‘허위조작법’은 정부 주도 규제의 부작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11월부터 12월16일까지 정정명령이 이뤄진 4건 모두 야당 및 반정부 인사 관련 SNS 게시글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해당 법에 따라 싱가포르 정부(장관)는 구글·페이스북·트위터·위챗·바이두 등 인터넷 중개회사 및 디지털광고 중개회사, 미디어 기업 등에 정보에 대한 정정이나 삭제를 명령하는 권한을 갖게 됐다. 악의적이고 국익 및 공공이익을 해친다고 판단되는 허위게시물에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최대 100만 싱가폴달러(한화 약 8억7000만원), 유죄판결 후 법률 위반이 이어지면 일일 10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한국에서도 허위조작정보 관련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허위조작정보 개념 합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지금, 해외 사례에 빗대어 설익은 규제책을 추진해선 안 된다는 우려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5일 외국입법 동향과 분석 보고서에서 “우리의 경우 허위정보 생산 및 유포가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독일·프랑스와 다르고, 국제적 금융허브이면서 다양한 인종구성, 발전된 인터넷 환경의 싱가포르와도 다르다”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우리의 정보환경과 현실에 부합하는 방식의 법제 정비가 필요할 것”이라 분석했다.
보고서는 “우리는 권리침해와 명예훼손에 대한 임시조치와 불법정보에 대한 삭제조치, 사업자에 의한 모니터링이 이미 실시되고 있다”는 특성도 언급했다. 현재 한국에선 방송·통신 관련 심의를 통한 사업자 제재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규정에 따른 구제 조치 등이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에서 최근 법제화 한 선거기간 허위정보의 경우 공직선거법상 범죄와 유사하다. 보고서는 향후 우리 법제 개선 방향으로 △허위정보와 규제대상에 대한 명백한 개념정의 △해외사업자 역외규제 △의무 불이행 시 제재규정 정비 △자율규제 강화 등을 제시했다.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43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