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사협회] 기자협회보 선정 ‘2019 미디어 10대 뉴스’
언론개혁, 포털 정책 변화, 유튜브 저널리즘… 기본을 되새긴 한 해
‘조국 사태’는 언론 스스로의 성찰과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포털의 뉴스정책 변화에 언론은 휘둘렸고, 지상파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MBN의 자본금 편법충당 의혹은 금융당국과 검찰에 의해 전모가 드러났고, 건설자본의 탐욕스런 언론사 인수합병 시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유튜브는 소비에 국한하지 않고 뉴스가 생성, 전파되는 소스가 됐다. 3년여 간 복막암과 사투를 벌이면서도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고 했던 이용마 기자는 향년 50세로 별세했다. 기자협회보가 선정한 ‘2019년 미디어 10대 뉴스’의 주요 내용이다. 10대 뉴스는 기자협회보 기자들의 개별 추천과 편집위원들의 투표를 거쳐 선정했다.
[순위는 재정렬합니다.]
② 양대 포털 뉴스정책 변화
올해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포털에선 굵직한 뉴스 정책 변화가 잇달아 이뤄졌다.
지난 3~4월 네이버는 모바일 페이지 첫 화면에 검색창만 남기는 개편을 감행했다. ‘언론사 편집판’ 등에 노출되려면 독자로부터 구독선택이 필요해졌고, 이에 따라 언론사의 구독자수 경쟁 역시 치열해졌다.
지난 10~11월 카카오와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에 대한 구독기반 강화 기조를 공통으로 밝히기도 했다.
더 이상 뉴스를 주요 미끼 상품으로 삼지 않고, 콘텐츠 대가로 지불하는 전재료 역시 장기적으로 폐지 방침을 밝히며 포털에 기반한 뉴스 시장 역시 큰 변화기를 앞뒀다.
포털의 지역 언론사 배제를 비판하는 언론계 목소리가 높아지며 일부 매체가 모바일 제휴사로 포함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업계 전체는 이 같은 산업구조 변화에 명확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다가올 2020년은 언론계에 ‘플랫폼 내 콘텐츠사 중 하나로 완전히 종속될지’, ‘포스트 포털의 원년으로서 새 계기를 마련할지’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⑤ ‘유튜브 저널리즘’ 등장
올해 유튜브는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을 압도했다. 시사IN이 실시한 ‘2019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에서 유튜브는 ‘가장 신뢰하는 매체’ 2위를 차지했다.
KBS, 네이버, 조선일보를 앞질렀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청와대의 인사개입’을 주장한 곳도 언론사가 아닌 유튜브였다.
유튜브를 통해 저널리즘을 소비하고, 뉴스가 만들어지고 확산되는 지점이 유튜브로 수렴되는 시대다. ‘유튜브 저널리즘’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이유다.
지난해 12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유튜브 채널 ‘TV 홍카콜라’를 선보였고 지난 1월 유시민 이사장도 ‘알릴레오’를 통해 유튜버가 됐다.
이외에도 많은 정치인과 유명인들은 각종 ‘정치의 장’, ‘폭로의 장’으로 유튜브를 활용했다.
특히 유 이사장이 ‘알릴레오’ 라이브에서 KBS가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인을 인터뷰하고도 보도하지 않고, 인터뷰한 내용을 검찰에 넘겼다고 주장해
KBS에 파장을 일으키는 등 이들 방송은 공론장 형성에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⑨ 뉴스레터로 디지털 독자 확대
구식으로 여겨졌던 이메일 뉴스레터가 디지털 독자 수익 확대 전략으로 새롭게 떠올랐다.
‘뉴욕타임스’, ‘버즈피드’, ‘악시오스’, ‘더스킴’ 같은 해외 매체에 이어 국내에서도 뉴스레터를 주력 콘텐츠로 내세운 미디어 스타트업 ‘뉴닉<사진>’, ‘어피티’ 등이 등장해 주목받았다.
포털과 SNS 위주의 뉴스 소비 시장에서 뉴스레터는 독자와 만나는 새로운 접점이자 언론사 자체 플랫폼에 직접 찾아오는 충성독자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미 여러 언론사가 뉴스레터를 서비스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기사 몇 꼭지에 링크를 붙이는, 단순한 큐레이션 형식이 대다수다.
뉴스레터로 성장하고 있는 미디어 스타트업에서 공통으로 보이는 명확한 타깃, 오리지널 콘텐츠, 친근감 등의 특징을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뉴스레터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메일보다 통화, 문자, 카카오톡으로 정보를 받는 게 더 일반적인 국내 환경에서 뉴스레터가 실제 유효한 디지털 독자를 끌어들이고 수익까지 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⑩ ‘웨이브’ 등 토종 OTT 출범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거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에 맞서 올해는 ‘토종’ OTT들이 합종연횡으로 세 불리기에 나선 한 해였다.
지난 9월18일 KBS, MBC, SBS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은 계열 OTT인 ‘푹(pooq)’과 ‘옥수수(oksusu)’를 결합한 ‘웨이브(WAVVE)’를 출범시켰다.
하루 전날인 9월17일에는 CJ ENM과 JTBC가 ‘티빙’을 개편하는 방식으로 합작법인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당시 합병엔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의 제휴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인 유료 이용자가 1년 새 3배로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넷플릭스의 성장세가 가팔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송사들의 콘텐츠 경쟁력 하락 등으로 연합 전선을 형성해 경쟁에 뛰어드는 것이 중요한 생존 전략으로 여겨졌다.
다만 지난달 JTBC콘텐트허브와 넷플릭스가 콘텐츠 유통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OTT 시장에 중대한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향후 디즈니플러스 등 OTT 후발주자들도 국내 시장에 뛰어들 수 있어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① 조국 사태에 따른 언론개혁 요구
올 하반기 우리 사회 전반을 뒤흔든 키워드는 ‘조국’이었다. 지난 8월9일 청와대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내정하면서 시작된 ‘조국 정국’은 정치권을 넘어선 진영 간의 첨예한 대립, 세대 분열 양상 등을 드러내며 공론장을 뜨겁게 달궜다. 그 과정에서 언론은 조 장관 가족 사모펀드, 딸의 장학금과 논문 1저자 등재 의혹 등을 추적 보도하며 권력 감시라는 언론의 소명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평가도 받았으나, 검찰이 짜놓은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이 때문에 ‘검찰 개혁’과 함께 ‘언론 개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KBS의 김경록 PB 인터뷰를 빌미로 ‘검언유착’을 주장하면서 논란은 더 거세졌다. 이에 피의사실 공표를 막겠다며 법무부가 지난 1일부터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시행했지만, 검찰 수사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이 후퇴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논란만큼 상처도 컸던 조국 사태. 남겨진 과제는 언론만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몫이 됐다.
③ 방송사 비상경영과 내홍
지상파라는 플랫폼의 구조적 위기로 인해 광고수입이 감소하고 채널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KBS와 MBC는 올해 잇따라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KBS는 지난 7월18일 ‘비상경영계획 2019’를 시행한다며 연간 600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 대책을 내놨다. 향후 5년간 매년 1000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해 2023년에는 누적 사업 손실이 6569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내부 진단 때문이었다. MBC도 지난 8월1일부터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임원 임금 10% 삭감, 업무추진비 30% 반납, 조직을 슬림화하겠다는 내용이 비상경영 안에 담겼다. 전례 없는 경영 위기를 겪는 와중에 온갖 내홍도 따랐다. KBS는 지난 10월 ‘김경록 인터뷰 논란’이 불거지자 사태 수습을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구성원들이 반발하며 내홍을 겪었다. YTN 역시 최근 잇따라 보도국장 임명동의가 부결되면서 내부에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④ MBN ‘자본금 편법충당’ 검찰수사
MBN이 종합편성채널 승인 과정에서 편법을 저지른 정황이 뒤늦게 드러나 홍역을 치렀다. MBN은 지난 2011년 종편 출범 당시 승인 요건이던 자본금 30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임직원 명의로 차명대출을 받아 약 550억원의 자사주를 사들이고, 이를 숨길 목적으로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지난 11월 MBN 회사법인과 전현직 간부들을 상법·자본시장법·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은 MBN 회장직에서 사임했다. 회사 차원에선 자본구조를 개선하고 현대적인 회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투명 경영을 정착시키겠다고 공언했다. MBN은 내년 11월 종편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다. 심사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MBN의 방송법 위반 혐의에 대한 행정처분도 검토 중인 가운데 이번 사안이 내년 재승인 여부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⑥ 호반 등 건설자본의 언론사 인수
지역언론계에서 주로 나타나던 건설자본의 언론사 인수합병이 서울지역 언론사로 확대됐다. 중흥그룹은 지난 5월 헤럴드 지분 47.78%를 사들여 대주주가 됐고, 호반건설은 지난 6월 포스코가 보유했던 서울신문 지분 19.4%를 인수해 3대 주주가 됐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언론 본연의 목적보다는 사주 기업이나 사주 개인의 이익을 위해 방패막이로 악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서울신문 구성원은 호반건설의 주식매입을 ‘건설 자본의 언론 사유화 시도’로 보고 즉각 반발했다. 지난 7월 <언론 사유화 시도-호반건설 그룹 대해부> 기획 시리즈를 보도했다. 호반건설은 보도와 관련해 서울신문 관계자 7명을 특수공갈 등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11월엔 박록삼 서울신문 사주조합장과 김상열 호반건설그룹 회장이 만나 호반이 보유한 서울신문 지분 처분 등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헤럴드에서도 지난 8월 중흥과의 첫 상견례를 앞두고 20~26기 헤럴드경제 기자들이 대주주와 경영진을 비판한 연대 성명을 발표했다.
⑦ 이용마 MBC 기자 별세
이용마 MBC 기자가 지난 8월21일 향년 50세로 우리를 떠났다. 아마도 사람들이 기억할 마지막 ‘투사형 기자’의 별세. 정권의 언론 장악에 맞섰던 해직기자이자 언론노동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부르짖은 개혁가는 3년여 간 복막암 투병을 해왔다. 1996년 MBC에 입사한 그는 법조비리, 삼성 비판기사 등 남들이 꺼려하는 보도를 하고, 내부 비판 역시 아끼지 않았던 기자였다. 2011년 2월, 해고를 염두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그가 노조 홍보국장이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략가로서, 또 행동가로서 언론계 최장 ‘170일 공정방송 투쟁’ 등을 주도한 그는 2012년 3월 해고돼 5년9개월 후에야 복직할 수 있었다. 이 기자는 아픈 와중에도 촛불집회 등을 찾아 국민이 뽑는 공영방송 사장 등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책 제목이기도 한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라는 그의 낙관과 치열한 태도는 온전히 남은 자들이 이뤄야 할 과업으로 남아있다.
⑧ 지상파 메인뉴스 첫 여성 메인앵커
“KBS가 이런 과감한 선택을 했다는 게 스스로도 놀라웠다.” 지난 11월25일부터 평일 저녁 KBS ‘뉴스9’를 진행하고 있는 이소정<사진> 앵커는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앵커는 경력 17년차의 40대 ‘여기자’다. 여성이 뉴스 메인 앵커를 맡은 것은 지상파 최초다. 이 앵커와 호흡을 맞추는 이는 최동석 아나운서인데, 남성 아나운서가 9시 뉴스 진행을 맡은 것도 KBS 공사 창립 이래 처음이다. 두 앵커의 조합은 중년의 남성 기자와 젊은 여성 아나운서의 조합이라는 오래된 공식을 뒤엎는 것이었다. KBS는 이처럼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깬 것을 두고 “혁신 의지”라고 설명했다. 이 앵커 역시 “그만큼 우리가 몸부림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뉴스 메인 앵커가 40대 여성이라는 사실이 ‘혁신’으로 이해되고, 이토록 큰 화제가 된다는 것은 역으로 ‘혁신’의 길이 아직 멀었음을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 새해에는 더 많은 ‘여성 최초’가 생겨나서, 이것이 더는 ‘뉴스’가 되지 않는 세상이 되길.
출처 :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7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