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네티즌 0.0006%가 댓글창 독식… 여론 흐름 ‘좌지우지’
“언론사 홈피서 뉴스 본다” 4%뿐
포털 의존 세계 1위… 영향력 막강
네이버·다음 ‘이념의 격전장’ 변질
소수 진영에 휘둘릴 가능성 높아
‘의견 개진의 장’ 순기능 되레 해쳐
전문가들 “매크로 없이 조작 가능
포털 뉴스 대대적인 수술 나서야”
필명 ‘드루킹’ 김모(49·구속기소)씨 일당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동원해 네이버 기사 댓글 수를 조작한 것은 ‘댓글 저널리즘’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외국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포털 의존도와 그에 따른 뉴스 소비 구조의 왜곡이 빚어낸 참사다. 소수 진영에 의해 언제든 휘둘릴 수 있는 가능성이 큰 만큼 개선책이 절실하다. 세계일보는 3회에 걸쳐 댓글 저널리즘의 실태와 문제점, 개선책을 짚어본다.
우리 사회의 과도한 포털 의존도는 여론을 움직일 필요가 있는 이들에게 악용될 소지가 크다. 기술적으로 이를 막는 포털의 댓글 정책이 있음에도 이를 뚫고 댓글 조작이 가능했다는 점, 소수진영이 이를 휘두를 수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댓글조작은 사회전반에 걸쳐 여론편향과 정치왜곡, 이해관계자 간 반목심화 등 많은 부작용을 양산하는 초대형 적폐라 할 만하다.

◆ ‘포털 의존도 1위’가 낳은 예고된 참사
디지털 뉴스 소비에서 언론사 홈페이지보다 포털과 같은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은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심하다는 것이 문제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 자료를 보면 한국은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 등 인터넷 플랫폼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확장하면서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가 36개국 가운데 압도적 1위(77%)였다. 덴마크(13%)와 영국(15%), 핀란드(16%), 스웨덴(16%), 노르웨이(16%) 등 유럽 선진국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36개국 가운데 언론사 홈페이지 의존도가 4%로 가장 낮았다. 같은 하위권인 프랑스(21%), 일본(16%)과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해외에 비해 월등히 높은 포털 의존도는 결과적으로 이를 악용할 가능성도 부추긴 꼴이 됐다. 뉴스를 배치하고 선별하는 권력을 휘두르며 포털 스스로 중립성 논란을 자초했을 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진영 싸움에 나선 세력들에게도 유혹의 대상이 됐다. 급기야 양대 포털이 각각 진보와 보수 지지층으로 양분되는 ‘이념의 격전장’ 양상이 뉴스 댓글에서 고착화되기에 이르렀다.
포털로 뉴스를 자주 본다는 직장인 이모(30)씨는 “어느 포털이냐에 따라 뉴스이슈마다 짜여진 각본처럼 주도된 댓글 흐름이 있다”며 “이를 느낀 뒤로 댓글 확인을 잘 하지 않지만 주변에서는 기사보다 댓글을 먼저 보는 경우가 많아 (댓글 조작에) 확실히 영향을 받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댓글 흐름을 주도하는 이들이 인터넷 사용 인구의 단 0.0006%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댓글 통계 시스템 ‘워드미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16일까지 한 번이라도 네이버 뉴스에 댓글을 단 계정은 170만개. 이 중 단 3000개의 계정에서 댓글을 1000개 이상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소수의 사용자가 댓글창을 독식하는 구조인 셈이다.
지난 2월24일 한 누리꾼이 유튜브에 올린 네이버 댓글조작 의혹 영상. 그는 평창올림픽 관련 기사에 댓글이 1600여개 달릴 때까지 베스트 댓글의 공감 수가 ‘0’이었다며 댓글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영상 속 댓글은 1분에 200개씩 빠른 속도로 붙었다.
◆ 매크로·수작업 총동원하면 공룡 포털도 ‘속수무책’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는 뚫릴 수 있고, 일일이 수작업하는 ‘클린 방식’은 더더욱 당해낼 수 없다.’
최근 일련의 댓글 조작 사태는 소수 진영이 악의적 목적을 갖고 덤비면 아무리 거대 포털이라도 감당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인터넷 사용자의 극소수에 불과한 이들은 여론을 주무르는 ‘댓글부대’가 됐고, 독자들은 이를 거르지 못했다.
포털 역시 이를 인정한다. 많은 사용자가 몰리는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이며, 매크로든 수작업이든 원천봉쇄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는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느냐 여부는 다른 문제라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2004년 시작한 댓글 서비스 관련 이슈는 계속 변화했으며 지금은 ‘공감·비공감’ 부분이 화두가 된 것일 뿐”이라며 “이용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창과 방패의 싸움처럼 지속적인 대응 방침의 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드루킹 사태 역시 네이버 측이 먼저 수사를 의뢰했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매크로 방지 정책과 댓글정책 이용자 패널 구성 등 대응책을 추가해 간다는 방침이다.
다음 측은 “다음이 포털 서비스를 15년 동안 하면서 댓글조작 등 뉴스서비스로 문제된 적은 없다”며 “같은 포털이긴 하지만 네이버와의 비교는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순기능 덮는 ‘악영향’… 개선책 절실
전문가들은 포털 뉴스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양한 의견 개진의 장을 마련하고자 했던 순기능이 역기능에 잠식당하면서 ‘민주주의의 역행’, ‘온라인 집단지성의 위기’가 대두될 수 있다는 우려다.
김춘식 한국외대 교수(언론정보학)는 “포털의 문제는 매크로가 아니다”며 “매크로 없이도 여론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단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이 매우 한정적이며, 적극적인 ‘헤비 유저’의 경우 정치적 성향이 강해 영향력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한 사람들의 의견이 많아 댓글 자체를 ‘여론’으로 보는 건 무리임에도 이에 노출되는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포털이 직접 뉴스를 생산하진 않지만 ‘미디어’로서 기능하고 있으므로 공적인 책임이 있다”며 “실시간 검색어, 댓글 등 포털 서비스는 언론 윤리에 맞지 않는다. 서비스에 성급했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댓글을 봉쇄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정부나 기업이 댓글을 감시하는 것도 힘들어진 ‘딜레마 상황’이라는 평가다.
출처 : http://www.segye.com/newsView/2018041800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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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다시 고개 드는 댓글 폐지론… “구글처럼 하자”
본문 발췌
포털 댓글이 여론을 왜곡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그때마다 네이버는 ‘기술’로 매크로를 막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네이버는 매크로 방지 기술로 아이디 1개당 하루에 남길 수 있는 댓글 수를 20개로 제한하고, 비슷한 IP주소에서 여러 아이디로 로그인할 경우 캡차(문자열을 보여주고 해당 문자를 입력해야 로그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를 적용했다.
하지만 이번 ‘매크로 댓글 조작 사건’에서 방지기술이 허물어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내 포털도 구글처럼 아예 뉴스 댓글 서비스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용자가 뉴스 콘텐츠를 클릭했을 때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포털은 포털 안에서 뉴스를 보여주는 ‘인링크’ 방식을 쓰지만, 구글은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해주는 ‘아웃링크’ 방식을 쓴다. 포털 안에서 댓글을 달 수 없게 만들어 여론 왜곡 책임의 빌미를 남기지 않는 것이다.
반면 포털은 “댓글 폐지는 표현의 자유를 막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댓글 폐지와 아웃링크 방식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대신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하는 등 매크로 방지 기술을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털이 겉으로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댓글 폐지를 반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댓글이 이용자의 포털 체류시간을 늘려 광고 수익을 높이는 전략이라 중단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