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플랫폼 먹통이 재난이 아니라 플랫폼 자체가 재난”
26일 문화연대 ‘카카오 플랫폼 먹통 사태는 무엇을 남겼나’ 긴급토론회
윤석열 정부 자율규제 정책 제시 후 태도 급변 지적, 독과점 문제 대응 촉구
“먹통 자체가 재난이 아니라 플랫폼 자체가 재난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플랫폼 회사가 DR(DisasterRecovery, 재해복구)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할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가 해나가야 할 일이기도 하다.”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카카오와 네이버 등 거의 전 국민을 서비스 고객으로 삼는 거대 플랫폼의 경우에 그 어떤 업체들보다 데이터 보관 관리의 사회적 책임을 크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26일 오후 문화연대는 유튜브 채널 생중계를 통해 ‘플랫폼 공룡 : 고쳐쓰기편 카카오 플랫폼 먹통 사태는 우리 시민에게 무엇을 남겼나?’ 제목의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문화연대 유튜브채널 화면 갈무리.

▲사진=문화연대 주최 긴급토론회 포스터.
이날 발제를 맡은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이번 사태는 카카오가 우리 사회 어디든 존재하는 범용의 플랫폼이 되었음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또 우리가 얼마나 카카오의 각종 플랫폼 앱들에 빠르게 길들었는가를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 됐다”며 “무엇보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플랫폼들이 시장 잠식은 물론이고 우리 의식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잠재적 리스크를 체감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SK C&C 분당 데이터센터 건물 화재로 카카오 주요 서비스들이 먹통이 됐다. 이후 서비스가 완전히 복구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27시간, 5일 넘게 걸렸다. 많은 전문가는 카카오가 DR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먹통 사고를 초래했다고 봤다. DR은 메인 서버 외에 다른 데이터센터에 이중화를 해 위험을 분산하는 조치에 해당한다.
이광석 교수는 “카카오가 내년 중 경기 안산에 자체 데이터센터의 완공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거의 전 국민이 데이터를 다루는 거대 기업이 안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이제까지 안이하게 데이터 서버 관리 시스템을 운영했다면 사회적 책임이 위중하다”며 “분기 별 매출이 수조 원 대에 이르고, 인터넷업계 매출 1위를 구가하는 기업의 위상에도 걸맞지 않다. 골목상권까지 비집고 들어가 130여 개가 넘는 계열사로 덩치를 키워온 카카오의 문어발식 시장 확장 욕망과 비교해 한국형 플랫폼의 기술 설계에 대한 안전불감증이 카카오 먹통 사고로 이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진=문화연대 유튜브채널 화면 갈무리.
사고 다음 날인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국가 기반 같은 인프라 수준인 경우에 국민 이익을 위해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카카오 경영진보다 먼저 사과하기도 했다. 이후 과기부는 재난 안전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정부의 태도가 모호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광석 교수는 “처음부터 윤 정부는 플랫폼 시장 개입을 과잉 규제라는 이유로 카카오와 네이버 등의 플랫폼을 사설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해 재난 대비 관리 의무를 ‘이중 규제’라 반발하며 면제해주는 등 최근까지 데이터 시장 부양에만 골몰했다. 가령, 지난 8월에는 공정거래위가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경우에 법적 제재를 취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까지 폐기하고 대신해 민간 자율기구를 띄워 자율 규제 입장으로 급선회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그러던 정부가 이제 태세 바꿈을 하는 것일까. 이번 사안의 엄중함도 있겠지만, 정부의 이제까지 시장을 다루는 관점에서 보자면 외려 카카오 사태로 인해 플랫폼 시장 문제 전반으로 번질 여론의 악화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적극적 방어처럼 보인다”며 “가령 과기부 장관이 카카오 경영진에 앞서 먼저 사과하고 과기부가 카카오의 빠른 복구가 이뤄지고 있다는 식의 재난 안전문자를 보내는 돌출 행위가 그런 짐작을 가늠케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한국형 거대 플랫폼이 지니는 약탈적 가격 정책, 수직적 통합, 시장 지배력 등 시장 독과점 문제를 다시 살피고, 이번 기회에 의식 독점의 규제 기준까지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며 “시장과 더불어 의식 세계에 걸쳐 플랫폼의 독점 폐해가 크다면 필요시에 이에 근거해 플랫폼 반독점 규제 법안을 통합적으로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특정 플랫폼 의존적인 리스크를 분산하고 낮추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 카카오톡 오류 화면. 사진=©연합뉴스
김병권 전 정의정책연구소 소장은 “재발하지 않기 위해 사전 규제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국민 대다수가 카카오를 쓰기 때문에 공공 서비스적인 측면이 있다고 카카오 대표가 이야기했다. 대통령도 전쟁 같은 비상상황에 카카오톡이 먹통되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공적 서비스 성격을 강조한 셈”이라며 “정부와 기업 측에서 공공 서비스라고 공히 인정한 셈이 됐다. 망사업자라든지 은행 서비스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금껏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았다. 카카오는 손실과 사고, 재난에 대비한 보험 의무 가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병권 전 소장은 “사용자의 정보를 취해서 플랫폼 사업자는 광고회사에 정보를 팔아 수익 축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수한 개인정보와 감성 상태까지 광고회사에 넘겨 수익 추구를 한다”며 “화폐적인 요금을 사용자들이 제공하지 않을 뿐이지 사용자가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고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디지털 서비스가 무료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우리의 개인정보 등을 제공하는 대가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전 소장은 이어 “카카오는 10조 이상의 자산을 가진 대기업 집단에 속하는 영향력이 큰 기업”이라며 “공식적인 제도적 틀이 없이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소 자의적인 방법으로 규제를 하고 있어 제대로 규제를 받은 적이 없다. 플랫폼 독점과 관련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랫폼 기업이 공적 영역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대한 방향성의 재설정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조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공공서비스를 명목으로 플랫폼 기업에 특혜와 같은 사업 기회를 주고 규제를 풀어준다. 행정 편의적이고 안일한 방식이라는 지적을 하고 싶다. 본인인증 의무, 민감정보를 요구해 개인화하려는 게 국제 표준에 맞지 않다. 인권 문제를 지적당할 수 있다. 시민을 포함한 논의가 있어야 하고 방향성의 재설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6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