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방송] 버즈피드와 악시오스, 서로 다른 미디어 실험 : 플랫폼에 휘둘린 버즈피드와 독자 맞춤 전략으로 부상한 악시오스
지난 1월 23일, 뉴스 및 엔터테인먼트 웹사이트 버즈피드가 전체의 15%에 달하는 인력 감축을 발표했다.
200명이 넘는 인원이 해고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미국의 자유주의 계열 블로그 뉴스 허핑턴포스트 역시, 직원 20명가량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두 조직 모두 조나 페레티(Jonah Peretti)가 설립에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히 페레티라는 인물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가 주장하고 추구했던 미디어 성장모델, 특히 플랫폼 전략에 관한 문제로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유통플랫폼: 확산성 vs. 효율성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이던 페레티가 직접 언론 사업에 뛰어들면서 주목했던 것은 바로 공유였다. 2013년, 그는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연결하려는 자연스런 충동이 있다. 함께 웃고 아이디어나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은 근원적인 인간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의 미디어 실험은 ‘공유의 최적화’에 초점이 맞춰졌고, 그 수단은 소셜 플랫폼이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콘텐츠를 공유하던 주요 수단은 이메일이었으나, 콘텐츠를 공유하기에 이메일은 ‘끔찍한(terrible)’ 채널이었다는 것이 페레티의 생각이다. 이메일이 가진 문제로 확산성(virality)의 부족을 해결한 대표적인 플랫폼이 페이스북이었다. 따라서 페레티가 버즈피드의 콘텐츠 주요 유통 채널로 페이스북을 선택한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하지만 페레티가 불편하다고 생각한 이메일이라는 채널에 오히려 주목한 사람들이 있다. 미국의 정치 전문 일간 신문 폴리티코(Politico)의 창업자 짐 밴더하이(Jim VandeHei)와 폴리티코의 백악관 특파원이었던 마이크 앨런(Mike Allen)이다. 그들은 구글과 페이스북이 광고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며 미디어 비즈니즈를 집어삼키는 상황에서, 미디어는 어정쩡한 모방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밴더하이와 앨런의 관점에서 독자는 콘텐츠와 관련해 ‘공유’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들은 “믿을 수 있는 콘텐츠가 (지금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배달되는 것”이 뉴스 혁신의 핵심이라고 믿었다. 그들이 트럼프 백악관의 출범과 함께 선보인 악시오스(Axios)는 ‘똑똑한 간결함(Smart Brevity)’을 목표로 삼고 뉴스레터를 통해 콘텐츠를 전달한다.
소셜 플랫폼과 이메일 플랫폼은 유통되는 방식만 다른 것이 아니다. 전자의 경우, 페레티가 중요하게 생각한 공유의 최적화로 인해 확산과 도달력이 아주 뛰어난 (전 세계 6억 5,000만 명의 독자, 월 90억 콘텐츠뷰 발생) 반면, 후자의 경우는 매 독자들이 반드시 악시오스가 제공하는 15개의 뉴스레터 중 원하는 것들을 일일이 구독 신청해야 한다. 물론 악시오스의 독자들이 자신이 읽은 콘텐츠를 다른 사람과 이메일로 공유하기도 하지만, 그 비율은 아주 낮다.(2.05%)
하지만 미국인들의 정치 뉴스에 대한 욕구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한 시점, 즉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에 맞춰 출범한 악시오스는 오랜 워싱턴 인사이더인 마이크 앨런의 취재력에 힘입어 폭발적인 관심을 끌 수 있었다.
악시오스와 버즈피드(혹은 버즈피드와 비슷한 플랫폼 기반 콘텐츠 유통모델을 가진 뉴미디어)의 차이는 꾸준한 독자확보에 있었다. 악시오스의 경우 독자들이 능동적으로 구독을 신청해야 하는 장애물(hurdle)이 존재하지만, 그 장애물은 독자가 구독을 포기할 때도 능동적으로 구독을 해지해야 하는 방어막으로 작동한다.
반면 버즈피드 모델의 경우, 구독이라는 장애물은 네트워크 효과를 이용해 성장한 대형 플랫폼이 대신 넘어준다는 유리함이 있다. 그러나 콘텐츠의 확산 역시 플랫폼의 정책 혹은 알고리즘에 맡겨야 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버즈피드는 페이스북의 콘텐츠 도달 알고리즘의 변화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고, 뉴스의 생산과 유통 전체에 걸쳐 데이터 과학을 반영해왔다. 대형 플랫폼을 통한 유통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플랫폼 알고리즘 변화에 반응하고 적응하는 것이다.
만약 플랫폼이 버즈피드와 같은 매체의 콘텐츠의 도달을 낮추기로 작정하면 그 상황을 우회할 방법은 많지 않다. 2018년에 페이스북이 도입한 일련의 알고리즘 변화는 버즈피드와 마이크(Mic) 등 플랫폼 의존적인 매체에 큰 타격을 주었다. 지난 1월에 있었던 버즈피드의 감원은 작년에 매체가 겪었던 어려움의 결과로 해석된다.
콘텐츠의 파격: 경계 허물기
버즈피드는 줄곧 ‘옛 애인이 당신을 아직도 생각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5가지 퀴즈(Does Your Ex Still Think About You? Answer These 5 Questions To Find Out)’ 같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콘텐츠나, ‘게으른 대학생에게 당장 있어야 하는 34가지 물건(34 Things All Lazy College Kids Need Immediately)’ 같은 리스티클(listicle: list+article)로 가득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소위 클릭을 유도하는 낚시질(clickbait)과 공유를 유도하는 낚시질(sharebait)이 가득한 기사가 만들어지는 중요한 요소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플랫폼 알고리즘에 대한 적응이고, 둘째는 확산을 통한 광고 수익의 극대화이다. 즉, 버즈피드의 기사들이 낚시성 제목을 갖게 된 것은 페이스북 등의 플랫폼 알고리즘에 포착되려고 무수한 테스트를 거쳤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로도 독자가 많이 클릭하고 공유하는, ‘효과’가 검증된 제목과 내용들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6억 5,000만 명이 넘는 독자를 유지하고, 매달 90억 개의 컨텐츠뷰를 끌어내는 매체가 뉴욕타임스 같은 높은 퀄리티의 기사를 생산할 것이라 기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가벼운 기사의 경우에도 광고 수익을 위해 매체의 최소한 윤리기준을 버리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2015년 고커(Gawker)의 보도에 따르면, 버즈피드가 광고주인 도브(Dove)와 해즈브로(Hasbro)에 관해 부정적으로 쓴 기사를 삭제했다.
이에 논란이 일자, 버즈피드는 내부 조사를 진행해 비슷한 일이 세 차례 더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사과와 함께 삭제된 모든 기사들을 다시 게재했다. 또한 2016년 영국의 광고 표준위원회(Advertising Standards Authority of the United Kingdom)는 버즈피드의 리스티클 기사 ‘누구나 경험하는 빨래할 때의 실수 14가지(14 Laundry Fails We’ve All Experienced)’가 영국 기업의 후원을 받았음에도 그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홍보성 기사일 경우 반드시 표시를 하도록 지시했다.
이처럼 기사와 상업적 광고의 경계를 흐리는 콘텐츠를 버즈피드가 처음 만들어낸 것은 아니지만, 그 스케일과 파급력에 있어 전례를 찾기 힘들만큼 성공적이었다. 버즈피드가 기사와 광고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콘텐츠를 무기로 삼았다면, 악시오스의 경우는 기존의 기사 작성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는 실험을 콘텐츠의 차별점으로 삼았다.
악시오스의 모든 기사는 뉴스레터 형태로 이메일을 통해 전달된다는 점을 고려해, 누구나 쉽고 빠르게 기사를 ‘훑을’ 수 있는 형태로 작성된다. 대부분의 기사가 400단어 안팎이고, 200단어가 채 되지 않는 세 문단짜리 기사도 쉽게 발견된다. 게다가 이렇게 짧은 기사임에도 가장 중요한 내용을 상단에 올려서 소개하고, 더 깊은 내용을 알고 싶은 독자는 ‘더 깊이 읽기(Go deep)’ 버튼을 누르게 했다. 또한 각 문단은 그 문단이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금방 파악할 수 있도록 도입부를 볼드체로 만들어, 독자가 그 문단을 읽어야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했다. 가령, ‘Why it matters:’은 전하는 사건이나 소식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하고, ‘The big picture:’나 ‘Background:’는 그 기사의 배경이나 맥락을 소개하는 문단에 사용한다.
‘Yes, but:’은 현재 기사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 반론을 소개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Our thought bubble:’이다. 이는 해당 기사를 쓴 기자나 악시오스의 다른 기자가 관련 기사를 보는 시각을 소개한 것으로, 소위 ‘스트레이트’ 기사에 대한 기자의 생각이나 의견 또는 분석이 담긴, 칼럼의 경계를 허무는 흥미로운 시도이다.
팩트 위주의 기사 속에 ‘our thought bubble,’ 즉 ‘우리의 생각(풍선)’이라는 분명한 표현을 삽입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팩트와 기자의 생각을 혼동하지 않게 해놓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독자들의 시간을 아껴주겠다는 태도가 돋보인다.
서로 다른 독자 그룹 차별화
버즈피드와 악시오스는 물론 완전히 다른 독자 그룹을 노리고 있다. 조나 페레티는 버즈피드를 설립하면서 자신이 노리는 독자가 “직장에서의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bored at work)의 네트워크이며, 그들을 노리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반면 악시오스의 설립자 짐 밴더하이는 2018년 인터뷰에서 악시오스는 광고주들에게 “각 분야별로 ‘매우 관심있는(very interested) 독자’에 도달할 수 있는 성공적인 방법을 만들어냈다”고 자부했다. 버즈피드가 지루함을 못 참는 또는 무관심한 독자의 관심을 끄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악시오스는 기사 혹은 기사가 다루는 주제에 큰 관심을 보이는 독자들을 대상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두 매체 모두 무료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광고를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하고 있다. 악시오스의 경우 1년에 1만 달러(약 1,134만 원) 이상의 구독료를 지불해야 하는 하이엔드 기사를 계획중에 있지만, 현재의 광고 비즈니스만으로도 충분하다. 매출액이 설립 이후로 매년 두 배씩 성장해왔고, 2019년에도 같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은 악시오스가 광고 상품으로 가진 브랜디드 뉴스레터(branded newsletter: 개별 뉴스레터에 기업의 로고를 붙이는 방식)와 네이티브 콘텐츠(native contents), 그리고 스폰서 이벤트(sponsored events)가 성공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앞서 말한 대로 악시오스가 ‘매우 관심이 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치할 수 있는 고액 광고들로 볼 수 있다.
버즈피드의 경우, 2017년에 광고 매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후에 초기 광고 의존 모델로는 두 자리수 성장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독자 맞춤서비스나 제품 개발 컨설팅을 포함해, 리뷰 기사에 들어있는 링크를 타고 독자가 온라인 구매를 할 경우 매장으로 부터 소개료 형태를 받는 수익모델, 심지어 오프라인 장난감 가게를 뉴욕 맨해튼에 개장하는 등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버즈피드의 벤 카우프먼(Ben Kaufman)은 “리테일 업체는 미디어가 되려 하고, 미디어는 리테일 업체가 되려 하지만, 버즈피드만큼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회사는 없다”고 말한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미디어에 가두지 않겠다는 버즈피드의 선언이 이러한 버즈피드식 미디어 실험으로 반영된 것이 아닐까하는 우려가 있다.
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pfjra_&logNo=221508625304&redirect=D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