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 앱 상위권에 PDF 뷰어 앱들이 올라와 있다. /구글
직장인 박모(33)씨는 최근 앱 트렌드를 보려고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인기 앱 순위를 보다가 당황했다. PDF나 워드 문서 파일을 열어볼 수 있는 뷰어 앱 여러 개가 ‘복사 후 붙여넣기’를 한 것처럼 비슷한 이름과 아이콘으로 순위권에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박씨는 “알고 보니 다른 앱들과 이름만 다를 뿐, 디자인과 구성이 판박이였다”고 말했다.
AI(인공지능)에 자연어로 명령만 내리면 앱을 만들어주는 ‘바이브 코딩’ 기술이 확산하면서 글로벌 앱 생태계에 전례 없는 ‘앱 공해 주의보’가 내려졌다. 코딩의 문턱이 사라지자 실체 없는 ‘앱 공장’에서 만들어진 앱들이 마켓을 장악하고 있다. IT 업계에서 “출시 당시에는 괜찮지만, 이런 앱들은 꾸준한 업데이트가 되지 않기 때문에 보안 문제가 생길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인기 앱 100개 중 20%가 뷰어 앱
본지가 12일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 상위 앱 100개를 전수 조사한 결과, 약 20%(19개)가 PDF나 워드 문서 파일을 열어보는 문서 뷰어 앱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이 중 절반 이상인 10개 앱이 앤스로픽의 대규모 언어 모델(LLM) ‘클로드’를 필두로 바이브 코딩 열풍이 본격화한 2025년 2월 이후 출시됐다는 점이다.
IT 업계에서는 유독 뷰어 앱이 범람하는 이유로 ‘유틸리티(도구) 앱의 낮은 충성도’와 ‘검색 의도의 긴급성’을 꼽는다. 음식 배달을 위해 ‘배달의민족’ 앱을 설치하고, 남성 옷을 사기 위해 ‘무신사’를 검색하는 것과 달리 문서 파일을 열어야 하는 사용자는 특정 앱 대신 ‘PDF 뷰어’ 혹은 ‘뷰어’라는 일반적인 키워드를 검색한다는 것이다.
특히 뷰어 앱을 검색한 사람은 보통 당장 문서를 열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검색 결과에 나오는 아무 앱이나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덕분에 신규 앱도 기존 시장에 비집고 들어갈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커뮤니티에는 “비개발자가 클로드를 활용해 일주일 만에 앱 출시했다” 같은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이브 코딩 덕분에 10년 만에 반등한 신규 앱 등록
글로벌 시장 상황도 비슷하다. 2025년 2월 바이브 코딩 출시 이후 애플 앱스토어 신규 앱 출시는 계속 늘고 있다. 2025년 6월은 전년 동기 대비 25%, 2025년 8월은 40%, 2025년 12월은 60% 각각 늘었다. 특히 올해 1분기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신규 앱 건수(센서타워)는 23만58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늘었다.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장기 하락세를 이어오던 신규 앱 등록 수치가 AI 개발 도구 확산과 함께 반등한 것이다. AI 기반 개발 플랫폼 ‘리플릿’은 최근 자사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들이 약 5000개 앱을 시장에 쏟아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뷰어에 이어 계산기·QR코드 스캐너 등… ‘보안’ 우려
‘앱 공장’의 타깃은 뷰어뿐만이 아니다. 뷰어 앱 개발사가 마켓에 등록한 다른 앱들을 살펴보면 계산기와 동영상 변환기, QR코드 스캐너 등 기능이 단순하고 브랜드 파워가 약한 유틸리티 앱이 대부분이다. 이런 저품질 앱은 겉은 멀쩡하지만, 플랫폼 사용성을 떨어뜨리고 사용자 보안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T 업계 관계자는 “바이브 코딩으로 만든 앱은 내부 코드가 정교해 누가 봐도 ‘잘 만든 앱’처럼 보여 스캠(사기) 앱을 걸러내기가 어려운 편”이라며 “다만 꾸준한 앱 관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외부 공격에 취약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안별 기자
출처: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6/04/20/E3O34GCMWVDKTIZVCUILN5KAQ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