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제트가 에프엑스기어와 준비 중인 디지털 닥터 ‘김민석 박사’. /조선비즈
 
네이버제트가 에프엑스기어와 준비 중인 디지털 닥터 ‘김민석 박사’. /조선비즈

네이버가 다음달 출시를 목표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활용한 의료 상담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디지털 닥터(가상 의사)가 가상공간에서 상담 센터를 열고, 음성으로 간단한 의료 상담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의료법상 원격 의료를 금지하고 있지만,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네이버가 원격 의료 시장 진출을 위한 테스트베드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3일 정보기술통신(ICT) 업계에 따르면, 제페토 운영사인 네이버제트는 컴퓨터 그래픽 소프트웨어 기업인 에프엑스기어와 손잡고 메타버스 의료 상담을 위한 ‘디지털 닥터 김민석 박사’를 제작하고 있다. 제페토 내에 현실의 진료실을 옮긴 듯한 ‘헬스버스(가칭)’를 마련하고 이곳에 김 박사를 상주 시킨다는 것이다.

에프엑스기어는 마치 실제 사람과 같이 빛이나 소리에 따라 시선과 동작이 반응하고 129개 카메라로 사람의 형체와 질감을 조합해 표현하는 그래픽 솔루션을 보유한 기업이다. 올해 초 네이버제트가 제페토에서 공개한 실사형 디지털 아이돌 서비스 ‘나랑’을 개발하기도 했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프로토 타입을 보면, 사용자가 헬스버스에 진입할 때 ‘디지털 닥터 김민석 박사의 건강상식 확인하는 팁!’ 이라는 제목의 알림이 뜬다. 알림 하단에는 ‘김민석 박사님의 음성 상담을 통해 건강 상식을 얻어보세요’ ‘월드에 진입하고 헬스버스 전용 DNA를 확인해 보세요’ ‘특별 초대석 이벤트에 참여하면 김민석 박사님을 만날 수 있어요’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다만, 제페토 내에서 전문적인 의료 상담이나 처방은 불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의료법 32조 1항에 따라, 의료인이 환자에 대해, 원격 의료 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원격 의료에 대한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일부 원격 의료가 허용된 만큼 김 박사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중앙대 광명병원은 최근 의료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 딥노이드와 손잡고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버스피탈(Metaverspital)'을 구축했다. 현행법상 진료 및 상담 제공이 어려워, 우선 병원 홍보나 병원 내부 진료과 위치, 수술 과정 등 안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사진은 지난 7월 1일 개원식 당시 메타버스피탈을 시연하는 모습. /딥노이드
 
중앙대 광명병원은 최근 의료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 딥노이드와 손잡고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버스피탈(Metaverspital)’을 구축했다. 현행법상 진료 및 상담 제공이 어려워, 우선 병원 홍보나 병원 내부 진료과 위치, 수술 과정 등 안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사진은 지난 7월 1일 개원식 당시 메타버스피탈을 시연하는 모습. /딥노이드

정부는 지난 2020년 12월 감염병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 이상이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의료기관 외부에 있는 환자에게 진단, 상담 및 처방을 할 수 있도록 감염병예방법을 개정했다. 원격 의료와 약 배송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후 올해 7월까지 원격의료를 활용한 사례는 3000만건을 넘어섰다. 국내 원격의료 애플리케이션(앱) 엠디톡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재진 비율은 80%를 넘었으며, 3회 이상 진료 건수도 68%에 달했다.

국회에서도 관련법 개정이 추진 중이다. 강병원,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은 각각 지난해 9월과 10월 ‘제한적 비대면 진료 허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여당에서도 재진부터 원격 의료를 허용하는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간 네이버는 원격 의료 시장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보여왔다. 지난 4월 개소한 네이버 사내병원은 예약과 사전 문진을 온라인으로 받고, 클라우드 전자의무기록(EMR)을 기록하는 원격 의료의 초기 단계인 ‘네이버 케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 네이버 라인은 원격 의료가 허용된 일본에서 병원 검색·예약·진료·결제, 영상통화 비대면 진료까지 온라인으로 이용할 수 있는 ‘라인 닥터’ 사업을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플랫폼, 통신사들이 병원들과 함께, 원격 의료 사업 진출을 위한 협력 모델을 만들고 있고, 국내 병원들도 앞다퉈 메타버스에 건강센터를 열고 있다”며 “현행 의료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진료·상담 등 서비스는 아직 제공하지 않지만, 법이 개정되면 즉시 개시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모양새다”라고 했다.

한편, 삼일회계법인의 ‘인사이트 리서치: 디지털 헬스케어의 개화’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2020년 기준 60억달러(약 8조4360억원) 규모에서 연평균 31%씩 성장해 2027년 400억달러(약 56조24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