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테슬라·벤츠·현대차… 자동차 회사가 왜 알뜰폰 사업자?
원격제어·자율주행… 달리는 스마트폰 위해 통신사업자 등록
국내 알뜰폰 시장이 이번 달 가입자 1000만명 시대를 맞았다. 이동통신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600만 휴대전화 사용자들과 함께, 1000만 시대를 연 주역은 현대차, 벤츠코리아, 기아, 르노삼성, 테슬라 같은 자동차 기업들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동차 업체들이 사용 중인 알뜰폰 회선은 300만개나 된다. 현대차가 141만, 벤츠코리아가 25만, 기아가 18만개를 확보했고 테슬라도 알뜰폰 회선을 1만5000개 갖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이 많은 알뜰폰 회선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달리는 스마트폰’이라고 불리는 커넥티드 카를 만들기 위해서다. 차량 원격 제어, 인포테인먼트(인포메이션+엔터테인먼트) 같은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본격화하려면 자체 통신망 확보가 필수적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같은 통신 업체의 통신망을 빌려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알뜰폰은 통신망을 도매가로 제공받고 전파 사용료를 감면받는다. 자동차 업체들로서는 가격이 저렴한 알뜰폰이 통신망을 확보할 수 있는 훌륭한 선택지인 셈이다.

자동차를 달리는 스마트폰으로 만들려면 자동차에서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율주행을 하기 위한 실시간 정보를 내려받고 각종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통신망으로 자동차와 주변 사물과 연결해야 한다. 현대차나 테슬라가 ‘알뜰폰 사업자’로 변신한 이유다. 테슬라의 경우 지금은 이동통신사의 회선을 빌려 쓰고 있지만 앞으로 자체 통신망을 가동할 계획이다. 지구 상공에 수많은 소형 위성을 띄워 전 세계 어디서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링크’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우주 인터넷을 활용해 커넥티드 카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신차의 약 50%가 커넥티드 기능을 갖고 있다. 2030년에는 9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차량 관제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주행 정보 같은 간단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반의 음성 인식 비서 서비스와 카페이(car pay) 서비스도 늘어나는 추세다. 카페이는 차 안에서 주문은 물론 결제까지 가능한 차량 내 간편 결제 시스템으로 주유소, 주차장부터 카페, 편의점으로 결제처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차량 결제 서비스를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르노삼성의 경우, 차 안 디스플레이를 통해 편의점 상품을 결제하면 편의점에 도착 후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구매한 물품을 전달받을 수 있다. 현대차의 카페이도 내비게이션 화면을 통해 주유와 주차 제휴 가맹점에서 카드를 내지 않고 지문 인증으로 결제할 수 있다.
완성차 업체까지 통신 사업에 뛰어든 덕분에 알뜰폰 가입자가 1000만을 넘었지만, 알뜰폰 사업의 본래 취지는 빛이 바래고 있다. 알뜰폰의 시작은 다양한 기업의 참여로 경쟁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중소 업체들이 통신 3사에서 저렴한 비용에 통신망을 빌려, 소비자들에게 가성비 높은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알뜰폰이 출범한 지 10년 만에 중소 통신 기업들은 대부분 밀려나고 사실상 통신 3사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자회사들만 남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외 굴지의 자동차 회사들까지 알뜰폰 사업자로서 저렴한 비용으로 통신망을 활용하는 혜택을 받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자동차 업체 같은 대기업에서는 전파 사용료를 징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올해는 사용 주파수의 20%, 2022년에는 50%, 2023년부터는 100%를 전부 받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출처 :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1/11/19/7PRXJDMMGBEU7NFLVRN2XYQ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