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AI가 말했다 “삐빅, 당신은 배나온 아이언맨이군요”
한국 남성 100만명 셔츠 패턴 분석
AI 사이즈 측정 시스템 나와
패션계의 넷플릭스 경쟁 치열
패션몰 코딩대회에 2300명 몰려
나이와 키·몸무게를 시작으로 내 배가 나왔는지, 팔은 긴 편인지, 달라붙는 옷을 좋아하는지, 시계를 차는 손이 어느 쪽인지 질문이 쏟아졌다. 물어본 이는 인공지능(AI). 6단계 질문지를 통과하는 데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동안 입었던 셔츠 사이즈, 평소 불만 있던 부위를 미세 조정하자, 금세 ‘사이즈 측정이 완료됐습니다!’라는 알림이 떴다.
셔츠 전문 업체 트라이본즈가 최근 선보인 온라인 맞춤 셔츠 플랫폼 ‘셔츠스펙터’의 ‘스마트 사이즈’ 측정 시스템이다. 국내 셔츠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닥스 셔츠’를 만드는 이 업체는 지난 11년간 남성 소비자 100만명의 맞춤 셔츠 1000만 벌을 제작·수선했다. 이렇게 확보한 셔츠 패턴·상담 내역 등 빅데이터를 토대로 ‘셔츠 사이즈 재는 AI’를 개발했다. 김학일 셔츠스펙터 사업부장은 “소비자마다 체형과 취향이 제각각이지만 데이터 분석 결과, 한국 남성 체형을 크게 네 가지 패턴으로 나눌 수 있었다”고 했다.

패션업계가 보다 정교한 온라인 ‘상품 추천 시스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패션 유통 환경이 급속하게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이런 추세가 빨라지고 있다. 온라인에 방대하게 흩어진 소비자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상품을 개발·제조·유통하고 있다. 구독자가 원하는 영화·드라마를 족집게처럼 추천해 주듯 ‘패션계의 넷플릭스’가 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셔츠스펙터는 요즘 고객 유형에 따라 적합한 소재·디자인의 셔츠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 업체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 남성 체형을 영화 ‘어벤져스’의 4대 캐릭터로 분류했다. 가장 많은 체형은 (히어로 슈트를 입지 않은) 배 나온 아이언맨(31.7%)이다. 2위는 역삼각형 캡틴 아메리카(27.3%), 3위는 체구가 작고, 일자 몸매인 스파이더맨(22.5%), 4위는 목과 몸이 두껍고 둥근 타노스(18.5%) 유형. 셔츠스펙터 관계자는 “맞춤 주문은 대개 이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고객을 유형에 따라 범주화하는 것은 아마존과 넷플릭스에서도 쓰는 방식이다. 유사한 소비자 집단을 골라내 그들이 선호하는 제품을 추천하면 적중률이 높아진다. 3700여 개 쇼핑몰이 입점한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는 소비자의 나이와 선호 스타일에 따라 14가지 패션 스타일(캐주얼·오피스룩 등)로 분류하고 있다. 지그재그 관계자는 “사용자가 과거와 최근에 본 상품 등 다양한 요소를 체크해 실시간으로 개인화 추천 상품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추천 알고리즘은 동시에 ‘가을 코트에 스카프’ ‘셔츠에 넥타이’처럼 연관 제품도 추천한다.
◇패션회사가 코딩 대회 열어…개발자 2300명 응시

동대문 옷 가게를 중심으로 7000여 개 마켓을 한데 모은 패션 플랫폼 브랜디는 지난 6월 아마존의 상품 추천 시스템 ‘아마존 퍼스널라이즈’를 도입했다. 이 회사는 현재 250명 직원 중 60명이 개발 인력이다. 윤석호 브랜디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올해 안에 40명을 더 뽑아 개발자 100명 채용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 회사는 지난 두 달간 쿠팡·이베이코리아·마켓컬리·카카오·NHN 등 이커머스·IT업체 팀장급 인력 26명을 채용했다. 개발 인재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최근 ‘코딩 대회’를 열었는데, 개발자 2300여 명이 모였다. 브랜디 관계자는 “우리는 모바일 소비가 99%가 될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며 “수요 예측 기술을 고도화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옷 치수, 색상, 패턴, 재질, 브랜드는 물론 소비자 마음속 취향까지 헤아리기 위해선 고객 정보를 최대한 수집해야 한다. 성공 사례로 꼽히는 미 샌프란시스코의 맞춤형 의류 업체 스티치픽스는 고객의 옷 취향은 물론 세탁 주기, 운동 여부, SNS 계정 등 50여 개 항목을 모으고 있다. 옷 사진을 보고 ‘좋아요’ ‘싫어요’를 누르는 게임까지 제공해 데이터 10억 건을 확보했다. 카트리나 레이크 스티치픽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기존 패션에 데이터를 접목한 것이 아니라, 데이터 과학을 중심으로 패션 사업을 재정의한다”며 “데이터 과학은 우리 문화 자체”라고 밝혔다.
출처 : https://www.chosun.com/economy/market_trend/2020/09/09/6ONSVIVQQRFGPAJ46QUWILHAQA/?utm_source=nate&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