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방송] 여수MBC, 뉴스래빗 협업 취재기 “‘지역의 한계’란 고정관념을 넘고 싶었다”
페이스북에 모 자치단체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꼬집는 내용의 글을 올린 뒤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글을 쓴 시간이 밤 10시쯤이었는데 이튿날 출근 시간도 되기 전에 그 단체장의 보좌진이 직접 전화를 해 사과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필요한 조치도 내렸다면서 앞으로 조심하겠다는 약속까지 거듭 전해왔었다. 예상치 못했던 반응 속도와 영향력이었다. SNS 네트워크로 확산되는 급속한 전파력과 즉각적이면서도 원색적으로 터져 나오는 댓글에 정치인으로서 맘이 급해졌던 것 같다. 글을 올린 보람이 느껴지는 이면에 묘한 경계심이 일어났다. 공식 언론 못지않은 역할을 수행해내는 SNS의 위력을 피부로 접하면서 지역 방송, 지역 뉴스의 위기라는 인식을 새삼스레 실감했던 것이다. 지역 뉴스로 보도했다면 과연 이보다 더 확실한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 분명한 건, 매체에 주목하는 수용자들의 관심 총량은 한정돼 있다는 것, 그리고 페이스북과 유튜브로 대표되는 SNS와 뉴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기존 매체의 힘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역 뉴스는 지금 이대로 지속 가능한 상태인가?
사실 지상파 지역 뉴스의 존재감과 영향력에 경고등이 들어온 지는 오래다. 소속 기자들 스스로가 가장 적나라하게 느끼는 현실이다. 관성적으로 기사를 쓰고 인터뷰를 해 리포트를 만들어 내지만 송출한 뒤의 반응은 분명히 예전과 다르다. 갈수록 늘어나는 경쟁매체들과 뉴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지상파 뉴스의 몫이 감소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겠지만 이런 상황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묻곤한다. 과연 미디어 환경의 변화만 탓을 할 수 있는가.
단편적 ‘팩트’만을 전하는 30~40초 스트레이트 뉴스의 반복에 ‘1분 30초에 인터뷰 두 개’로 함축되는 뉴스 리포트 끼워 넣기로 언제까지 지역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둘 수 있을까? 오로지 권역에 갇혀서 지역 밖으로는 시선을 돌릴 엄두도 내지 않았던 폐쇄성으로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온라인 콘텐츠 시대를 버텨낼 수 있을까? 지역 뉴스, 이제 변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무엇이 되었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위기의 순간을 맞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자료를 통한 확연한 보도, 협력이 이룬 성과
여수MBC 로컬뉴스와 한국경제신문 데이터 저널리즘 팀장과의 인터뷰 뉴스는 바로 이러한 고민의 산물 중 하나였다. 지난 4월 23일에 방송된 리포트, ‘법 취지는 적극적 정보공개’는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여러 가지 요소를 실제 뉴스에 구현해 본 의미 있는 실험이었다. 실험의 키워드는 ‘경계의 전복’과 ‘다른 것과의 융합!’ 일반 리포트의 두 배에 이르는 3분 20초의 방송분량으로 파격을 기했다. 지역의 행정정보 공개 실태, 그리고 공무원들의 인식과 태도에 대한 지적들이 심도 있게 다뤄졌는데, 전국을 권역으로 취재하는 데이터 전문가의 분석 자료는 큰 힘을 발휘했다. ‘타 지역과의 직접 비교’라는 가장 확연하고 적나라한 보도를 가능하게 했고, 결국 시 당국은 보도에서 제시한 실태와 지적사항을 속절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보도 후 적지 않은 반향이 감지됐다. 지자체는 곧바로 검색기능을 개선해 사전정보에 대한 간접적인 접근 차단막을 제거했고, 홈페이지 내 사전공개 정보의 재배치를 준비하고 있다. 로컬뉴스의 새로운 시도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기자협회보는 보도가 나간 직후 <여수MBC-한경 뉴스래빗 협업 보도 눈길> 기사를 통해 “지역과 서울 언론사가 협업하는 모습을 보여준 보기 드문 사례다. 타사의 디지털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인용해 TV 방송 리포트를 만들었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평가는 ‘협력’이 이룬 성과라는 인식이다. 여수MBC와 한국경제신문은 실제로 서로의 정보와 취재내용을 거리낌 없이 주고 받아가며 결과물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김민성 한국경제 뉴스래빗 팀장은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 “데이터를 디지털 기법으로 분석했지만 현장 취재를 못 했다는 한계가 있었는데, 여수MBC에서 실제 취재하고 검증함으로써 지역 공무원 사회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유기적인 협력 속에서 양측 모두 배우고 자극받는 과정이었다.
협업 과정에서 얻은 또 하나의 흥미로운 깨달음이 있다. 구상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들을 이제 별다른 경제적, 시간적 비용 없이도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양측의 입장과 생각을 확인했고, 이메일로 자료를 주고받았다. 실제 인터뷰는 만나서 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시간적 여유가 없어 질문과 답변을 모두 휴대폰 화면으로 교환했음에도 화면은 생생하게 잘 전달됐다. 이제 값비싼 ENG 카메라와 마이크로웨이브 중계 장비가 아니더라도 언제 어느 곳에서든 양질의 영상을 교환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됐다. 권역을 벗어나는 새로운 시도를 막는 기술적 장애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뉴스로 감성적 소통, 융합과 파격의 시도
그런가 하면 ‘프로그램 같은 뉴스’, ‘뉴스 같은 프로그램’의 이미지를 구현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보도물도 있다. 다큐 형식의 인터뷰 뉴스 <숲틈시장 일군 청년들>은 도심의 주택가 공원에서 독특한 수제 제품과 무공해 식품을 사고파는 장터를 열어 수천 명의 방문객을 끌어 모은 젊은이들을 다룬 뉴스였다. 도입부 1분 정도는 장터 풍경이 담긴 짧은 다큐 형식으로 꾸며졌고, 이후 주인공 두 명과 기자의 인터뷰로 구성했다.
저녁 메인 뉴스에 배당한 시간이 무려 4분 30초로 그날 전체 뉴스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분량이었다. 로컬이라서 가능했던 파격적인 시도였고, 할애한 시간 이상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방송 이후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숲틈시장’은 매체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대박을 쳤고, 자치단체도 새로운 청년 지원정책으로 받아들여 비슷한 형태의 ‘플리마켓’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순천KBS의 ‘100초 다큐’는 전국 권역의 방송에서 시도하기 힘든 새로운 형식의 지역성을 구현한 시도로 더욱 인상 깊은 결실을 맺었다. 기사만으로는 전달될 수 없는, 감성적 소통이 필요한 이슈를 뉴스로 다루는 매우 특별한 기획이었다. 3분 분량의 콘텐츠에서 ‘기사’는 단 한 구절도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출연자들의 인터뷰와 음악, 자막만으로 내용과 감동을 전달하는 구성이다. 여순사건 기록사진을 통해 70년 만에 부모의 얼굴을 처음 보게 된 73세 할머니의 한스러운 사연을 다루기도 하고 뒤늦게 한글을 배운 할머니들이 책을 낸 감동적인 스토리를 담아내기도 한다. 다큐와 뉴스를 적절히 버무려낸 ‘융합’의 의미이기도 하고, 앵커 멘트는 물론 기사 한 줄 없는 뉴스라는 ‘파격’을 제대로 보여준 시도이기도 하다.
유튜브 생방송으로, 차원이 다른 보도 콘텐츠
콘텐츠의 형식 파괴를 넘어 아예 다른 영역, 유튜브의 바다로 확장해 나가려는 노력도 태동하고 있다. 목포MBC 보도국 기자들은 유튜브 매일 생방송이라는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 ‘방송 기자들의 낭만 시사 토크’라는 부제로 지난 5월 2일부터 시작한 ‘낭만 항구’. 동네 이웃 같은 친근한 인물이 초대되고, 사투리가 난무하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그날의 지역 뉴스도 곁들여 소개하며 정규 방송과는 차원이 다른 보도 콘텐츠의 맛을 선보인다. ‘유튜브 영상물의 홍수 속에서 과연 이런 지역 콘텐츠가 얼마나 갈 수 있을까?’라는 주변의 우려를 목포MBC 기자들은 단 일주일 만에 ‘해볼 만하다’는 긍정적 평가로 돌려놓았다. 첫 회가 방송 일주일 만에 6천 뷰를 넘어서는 등 데일리 콘텐츠로는 보기 드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여수MBC의 젊은 방송인 네 명도 의기투합해 유튜브 전용 보도 콘텐츠 ‘바다부러’를 시작했다. 방송기자와 PD, 아나운서 등이 각자의 역할을 분담해 현장 고발 프로그램과 토크쇼가 뒤섞인 새로운 형식의 영상물을 4회 째 선보이고 있다. 일명 ‘무식 용감 젊은 르뽀’를 표방하는 이 콘텐츠는 도전적이고 직설적인 방식으로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는 동시에, 웃음 포인트를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젊은이들 특유의 개성과 패기를 보여준다. 지방의원들의 신상을 끝까지 파고들거나 단체장을 불시에 찾아가 인터뷰를 시도하는 모습은 기존의 지역 지상파 뉴스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신선한 자극이었다.
이런 유튜브 콘텐츠들은 정규 뉴스로도 다시 반영되고 있다. 여수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4월부터 ‘주간 유튜브 이슈’라는 주간 기획을 통해 ‘낭만 항구’나 ‘바다부러’ 같은 주목할 만한 광주, 전남 지역의 유튜브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다. 주로 TV 방송물을 유튜브로 재유통했던 기존방식과는 반대인 콘텐츠의 흐름이다. 이제 유튜브에서도 뉴스가 터져나오고, 그래서 이슈를 수집해야 할 공간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협력과 제휴의 가능성 확인
이제야 첫걸음을 떼기 시작한 변화의 노력들이 과연 지역 방송에 의미 있는 전환점을 제공할 수 있을지는 쉽게 예견하기 어렵다. 일단 시도하는 것부터가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데일리 뉴스를 커버하기도 빠듯한 인력에, ‘돈’ 안 되는 시도에다 인력과 제작비를 흔쾌히 지원해 줄 만큼 여유 있는 지역 방송사는 사실상 없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는 도저히 버티기 힘든 지역의 입장에서, 그 어떤 실험이건 못 해볼 게 있을까.
여수MBC와 한국경제신문, 통념에 비추어 절대 어울리기 힘들었던 언론사도 얼마든지 협력·제휴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전남 권역의 지상파 방송과 전국 권역의 경제 신문이라는 전혀 다른 영역에서의 공조가 가능하다면, 지역 안팎에서 회사 및 매체 간 협력과 교류의 장은 널려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권역에만 집중했던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다시 짠 판 위에서 뉴스 소재를 찾아보려는 노력은 유용하고 의미 있는 시도로 주목받을 수 있다고 본다. 뉴스의 형식 파괴도 지역성을 가미해 더욱 과감하고 다양하게 구현해 보자고 권하고 싶다. 냉장고에 방치된 재료들이 조리사의 창의적 시도에 따라 전혀 다른 요리들로 탄생하듯, 안 쓰이던 소재들을 기존의 소재와 섞고 버무리면 그 뉴스는 생각지도 못한 결과물로 다시 탄생할 수도 있다.
게다가 어떤 방향으로건 변화를 모색해야 할 상황이라면 지금의 매체 환경은 오히려 좋은 기회이고 기반이다. 전파의 도달 영역으로 서로의 권역이 명확히 구분됐던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 ‘디지털 소통’만 통하면 우리가 만든 콘텐츠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전 세계를 무대로 마음껏 뻗어갈 수 있다. 다양한 파격과 변주의 실험을 통해 예상치 못했던 방법과 출구들이 돌연변이처럼 우리 앞에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을까.
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pfjra_&logNo=221567246932&redirect=D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