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테크인사이드] 속 빈 강정?…계속되는 애플의 AI 딜레마
애플 인텔리전스를 앞세워 AI 레이스에서 지분을 확대하려 했던 애플의 전략이 적어도 지금까지는 전혀 먹혀들지 않는 모양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애플 뜻대로 굴러가는게 별로 없어 보인다. 야심차게 공개한 AI 기능들은 오류 논란에 휩싸였고 일부 기능들은 내놓기도 전에 문제들이 발견돼 출시를 연기하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애플이 AI를 제대로 커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AI와 관련해 애플이 겪고 있는 시행착오는 단순한 실수로만 보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디인포메이션,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내부 조직 간 갈등, 과도한 비용 절감, 인재 유출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6월 연례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에서 2시간 가까운 영상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AI 플랫폼 ‘애플 인텔리전스’를 시연했다. 알람 요약 및, 이메일과 메시지 작성에 도움이 되는 글쓰기 툴 등을 소개했다. 여행 일정 관련 메시지 등 스마트폰에 있는 정보와 비행기 도착 시간과 같은 웹 정보를 결합할 수 있는 AI 음성 비서 시리(Siri) 업그레이드 버전도 선보였다. 애플 자체 AI로 커버할 수 없는 부분을 다루기 위해 오픈AI와도 손을 잡았다.
하지만 애플이 시연했던 AI 기능들은 신형 아이폰과 함께 출시되지 못했다. 애플은 지난해 9월 아이폰16 시리즈 스마트폰을 내놓고 한달이 지나서야 AI 기능들을 선보였다. 뒤늦게 공개했음에도 일부 AI 기능들은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알람 요약 기능은 뉴스 기사를 잘못 전달해 애플이 해당 기능을 비활성화하도록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3월 애플은 올해 봄 선보이려 했던 시리 업그레이드 버전 출시 일정을 연기했다. 뉴욕타임스는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애플 내부 테스트 결과 사용자 요청에 대한 답변 중 거의 3분의 1이 정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애플에서 제품 담당 마케터로 있었던 마이클 가텐버그 테크 애널리스트는 “말만 화려하고 결과는 초라한 사례가 있다면 바로 애플 인텔리전스”라며 “애플이 공개한 제품을 실제로 출시하지 않은 것은 몇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애플 인텔리전스를 지원하는 기술 전략을 둘러싼 내부 혼선도 시리 출시 연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디인포메에션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차세대 시리를 시연한 이후 애플은 이를 어떻게 구현할지를 놓고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애플 시리팀이 검토했던 한가지 옵션은 소형 언어 모델(SLM)과 대형 언어 모델(LLM)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SLM은 아이폰에서 작동하며 소규모 작업들을 다루고, LLM은 클라우드에 기반해 보다 복잡한 영역을 커버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시리 팀 리더들은 모든 걸 다 소화할 수 있는 대형 모델 하나를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는 프라이버시를 위해 시리 소프트웨어 대부분을 클라우드가 아니라 사용자 기기에 투입했던 이전 접근에서 180도 달라진 것이었다. 여기에 실망해 일부 시리 직원들은 애플을 떠났고 올해 업그레이드 시리 기능을 내으려는 애플 목표도 위태롭게 됐다고 디인포메이션은 전했다.
차세대 시리를 둘러싼 시행착오는 애플 내부 조직 개편으로도 이어졌다. 최근 시리 출시 연기 발표 이후 차세대 시리 개발 업무는 애플 AI 총괄인 존 지아난드레아(John Giannandrea)에서 비전프로 프로젝트를 이끄는 마이크 록웰로 넘어갔다.
애플이 AI 인프라 투자에 보수적으로 나왔던 점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존 지아난드레아는 2023년초 팀 쿡 애플 CEO에 GPU 구매를 늘리는 것에 대한 승인을 요청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당시 애플 데이터센터는 5만장 가까운 GPU를 보유했다. 수십만장씩 구입한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메타 등에 크게 못미치는 규모였다. 그것도 대부분 5년 이상 된 것들이었다.
당시 팀 쿡 CEO는 GPU 구입 예산을 두배로 하는 안건을 승인했지만 애플 CFO인 루카 마에스트리는예산 증가분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 그러면서 AI 팀에 갖고 있는 칩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GPU가 부족한 상황에서 애플 AI 시스템 개발팀은컴퓨팅 파워를 확보하기 위해 AWS와 구글 같은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들과 협상을 해야 했다. 엔비디아 GPU의 경우 수요가 너무 많다 보니 애플은 일부 AI 개발 프로젝트에는 구글 AI 칩을 사용했다.
내부 조직 문제도 시리 출시 연기와 무관치 않다. 애플 소프트웨어 2개팀 리더들이 누가 새로운 시리 기능을 출시할 것인지 놓고 다툼이 벌어진 가운데 운영 전문가인 팀 쿡 CEO는 제품 개발에 대해 명확하고 직접적인 지침을 제공하는 것을 주저해 왔다고 뉴욕타임스가 애플 운영 방식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전했다. 벤처 투자 회사(VC) 앤드리슨 호로비츠에서 벤처 캐피털리스트로 일했던 독립 애널리스트인 베네딕트 에반스는 “이는 분명 리더십과 의사소통, 내부 프로세스의 붕괴“라고 말했다.
애플은 시리 업그레이드 버전 출시를 연가했을 뿐 취소한 건 아니다. 애플은 올해 가을 사진 편집과 친구에게 사진 전송 기능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시리를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 일부 경영진은 구글과 메타 등도 아직 AI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출시 지연이 문제가 되지 않으며, 제대로 된 제품을 출시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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