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길어진 비대면…MZ세대의 인맥 쌓기 ‘소셜 디스커버리’
“코로나 장기화로 대면 활동이 절반 넘게 줄었어요. 내향적인 성격임에도 친구에 대한 결핍이 커지더군요. 비슷한 취향의 친구를 선별해 만날 수 있어 좋습니다.”
“지방에서 상경한 지 8년 됐는데 늘 타향살이 같았어요. 동네 모임에서 이웃 친구를 사귀고 맛집도 추천받으니 이제야 ‘우리 동네’ 같네요.”
“다른 모임은 끝나면 보통 술자리로 이어지잖아요. 가까운 동네에서 운동만 하고 바로 끝나는 모임을 만들고 싶었는데 딱입니다.”
‘남의집’ ‘트레바리’ 등 취향 모임에 10회 이상 참여한 직장인, 그리고 ‘당근마켓 동네생활’을 통해 이웃과 소모임을 가진 강남 주민 2인의 전언이다. 이들은 모두 MZ세대다.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며 비대면 생활이 길어지자 인맥에 ‘갈증’을 느낀 MZ세대의 오프라인 네트워킹 모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SNS로 인맥을 찾아 나서는, 이른바 ‘소셜 디스커버리(Social Discovery)’가 한창이다. ‘남의집’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모임 횟수가 월평균 30%씩 늘어날 만큼 인기다.
이전과 달라진 점은 훨씬 ‘짧고 굵게’ ‘세분화된 취향 따라’ 만난다는 것. 이들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버티컬 모임 플랫폼도 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랜선 친구’와의 느슨한 연대를 넘어, ‘나만의 찐친’을 찾는 MZ세대의 새로운 네트워킹 문화를 들여다본다.

▶자기계발 돕는 ‘SNS 멘토’
▷‘클래스101’ ‘커리어리’서 꿀팁 공유
경제활동을 하는 MZ세대가 늘며 ‘자기계발’을 위해 랜선 인맥을 찾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과거에는 SNS를 통해 단순히 ‘랜선 친구’를 맺는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직장생활·이직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줄 ‘랜선 사수’나 자기계발을 도와줄 ‘랜선 멘토’를 만나려 한다.
모바일인덱스 조사 결과, ‘퍼블리’가 운영하는 Z세대 인맥·정보 공유 플랫폼 ‘커리어리’는 가입자 수가 18만명을 넘어섰다. MAU도 매월 평균 2만명대를 유지하며 성장세다.
커리어리는 사회초년생인 Z세대에게 직장·사회생활 ‘팁’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경력 개발 등 직장 내 고민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어 IT 업계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필수 앱’으로 통한다.
커리어리의 인기 배경에는 달라진 직장 풍속도와 코로나19가 자리한다. 평생직장 개념이 강하던 기성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는 이직·전직이 잦다. 직장은 계속 바뀌는데, 코로나19로 사람을 만나지 못하니 조언을 구할 ‘멘토’를 구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가 많았다.
커리어리는 이 수요를 노렸다. 나와 깊은 관계는 아니지만 ‘조언’ 정도는 해줄 사람을 소개하고 연결해준 것.
커리어리는 자신의 직장생활 팁, 실무 경험을 SNS처럼 자유롭게 올릴 수 있다. 단, 글의 주제는 ‘업무 관련 이야기’로 엄격히 제한된다. 정치나 상품 광고 등의 게시물은 일절 없다. 덕분에 커리어리 이용자들은 오로지 ‘커리어’에 관한 이야기만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퍼블리 관계자는 “요즘 젊은 세대는 취업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취업 후에도 자신의 경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학습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런데 취업 후 자기계발을 어떻게 이어나갈지 알려주는 서비스가 없었다. 취업 후 양질의 학습 자료, 직장 멘토를 구하는 MZ세대 직장인이 커리어리의 주요 회원이다”라고 설명했다.
직장용 실무 프로그램 강의 등을 제공하는 ‘클래스101’도 잘나간다. MAU가 지난해 19만명에서 올해 22만명으로 뛰어올랐다.
클래스101은 강사와 수강생, 그리고 같은 수강생끼리 인맥을 쌓을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제공한다. 자기계발을 위해 강의를 들은 학생이 강사와 1:1로 대화를 주고받는 ‘코칭권’ 등이 대표 서비스다. 강사와 직접 소통하려는 직장인 수강생이 많아지자 만들게 됐다. 클래스101 관계자는 “젊은 세대는 온라인 소통이 익숙하다. 특히 자신과 접점이 없는 온라인에서 만난 타인이라도 취향과 일상을 공유하며 친해지는 데 거리낌이 없다. 강사와 수강생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스승과 제자 관계를 떠나 ‘랜선 인맥’으로서 서로를 활용하고자 한다. 강사는 수강생과 이야기하며 강의 피드백을 받고 다음 콘텐츠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 수강생은 1:1 코칭을 받으면서 궁금한 점을 바로 해결할 수 있다. 온라인 네트워킹이 활발해지는 만큼 관련 서비스도 계속 나올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취향 공유 여가 플랫폼 ‘프립’에서 참가자들이 달리기, 서핑 등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즐기는 모습. (프립 제공)
▶‘나노 취향’ 딱 맞는 친구끼리
▷남의집, 모이려면 자소서 승인받아야
그간 온라인 친구 찾기 서비스는 이성을 찾거나 사진, 나이, 성별 정도만으로 사실상 ‘무작위 매칭’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취향 인맥’을 찾고, 기준도 갈수록 세분화되고 있다. 독서 모임도 베스트셀러 대신 ‘무라카미 하루키’ 책을 읽는 모임이 열리고, 평범한 카페 투어 대신 ‘이탈리아 티라미수’를 탐구하는 모임이 인기다.
‘트레바리’에서는 각기 다른 주제의 독서 모임을 연다.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 등 유명인이 독서 모임의 주최자로 나서기도 한다. 좋아하는 넷플릭스 콘텐츠를 함께 보는 모임을 여는 ‘넷플연가’도 있다.
‘남의집’은 집, 작업실 등 취향이 담긴 ‘나의 공간’에, 취향에 맞는 친구를 초대하는 것이 콘셉트다. 남의집에 따르면, 전체 모임 중 가정집(32%)과 작업실(19%)에서 모인 비중이 전체의 절반에 달했다. 대화 주제는 술(와인)이 11%로 가장 많다. 이어 음식(10%), 공예(9%), 여행(7%) 순이다.
여가 플랫폼 ‘프립’은 취미 공유를 비즈니스로 개발한 사례다. 러닝, 가드닝, 플로깅, 요가·필라테스 등 같은 취미의 사람들끼리 모이는데, 호스트가 일정 비용을 받고 모임을 주최, 진행한다. 지난해 1만7000명을 돌파한 호스트(누적 기준) 중 모임 성적이 우수한 ‘슈퍼 호스트’의 월평균 수입은 430만원에 달했다. 프립 누적 가입자 120만명 중 92%는 2030 MZ세대다.
최근 프립에서는 4월 한 달 동안 진행되는 봄맞이 러닝 액티비티 기획전이 주목받는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각 지역에서 쉽고 빠르게 참가할 수 있는 다양한 러닝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달리기를 하며 인스타그램의 쇼트폼 콘텐츠 릴스를 촬영하는 ‘릴스런’, 달리는 만큼 취약계층에게 기부하는 ‘기부런챌린지’, 벚꽃 보며 달리는 ‘체리블로썸 러닝’ 등 콘셉트도 다양하다. 이 밖에 ‘폭탄주 만들기’ ‘저글링’ ‘마샬아츠’ 등을 가르쳐주는 클래스도 활성화돼 있다.
서울 성수동에서 바(Bar)를 운영하며 프립에서 타로 카드 모임을 진행하는 한 호스트는 “바 운영과 함께 프립에서 타로 모임을 진행하니 고객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독특한 마케팅으로 신규 고객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들 플랫폼의 공통점은 자신의 취향을 ‘섬세하게’ 공유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취향이 딱 맞는 ‘찐친’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플랫폼들은 여러 장치를 만들었다.
일례로 운동, 예술, 음식 등 분야별로 각종 관심사나 취향에 맞는 모임을 추천하는 ‘문토’는 회원 가입 절차가 남다르다. ‘좋아하는 것’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은 활동’ 등 세 가지 질문에 답해야만 가입할 수 있다.
남의집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호스트의 승인을 받아야만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인원수도 적게는 3~4명일 정도로 소규모가 많다. 문토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누구나 취미 생활이라 생각하는 큰 관심사 기반으로 모였다. 요즘은 ‘개인’ ‘나’를 중심으로 즐기는 섬세한 취향과 취미의 시대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취향 공유 플랫폼의 부상 원인으로는 MZ세대의 ‘느슨한 관계’에 대한 수요가 꼽힌다. 플랫폼 이용자 대부분은 25~35세 직장인이다. 문토의 경우 활성 이용자 중 87%가 2535세대다. 젊은 층 사이에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면서 동시에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도 많아졌는데, 이들이 피로와 부담이 적은 취향 모임을 통해 결핍을 채우려 한다는 분석이다.
문토는 관심사 기반의 커뮤니티 플랫폼 서비스다. 이용자의 성향과 관심사에 맞는 다양한 모임을 찾을 수 있다(위). 클래스101은 강사와 수강생의 ‘랜선 사제 관계’를 지원한다(아래). (문토, 클래스101 제공)
▶슬세권에서 ‘하이퍼 로컬’
▷당근마켓서 이웃끼리 ‘외국어 맞과외’
‘슬세권(슬리퍼+역세권)’ 커뮤니티 인기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슬리퍼를 신고 왔다 갔다 할 만큼 근처라는 뜻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생활이 길어지자 가기 힘든 먼 곳보다 ‘내 주변 가까운 곳’으로 눈길을 돌리는 이들이 많아졌다. GPS로 실거주지를 인증, 같은 거주 환경이 확인된 지역 주민들이라는 점에서 친밀감도 남다르다.
이 같은 ‘하이퍼 로컬(hyper-local)’ 플랫폼의 선두 주자는 단연 당근마켓이다. 당근마켓은 최근 ‘동네 모임’ 서비스를 새로 선보였다. 말 그대로 동네 이웃끼리 취미나 관심사를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모임을 갖는 서비스다. 현재 서초구 지역에 소규모로 오픈해 테스트 중이다.
아직 초기 버전임에도 반응은 긍정적이다. 서울 강남 지역에 사는 MZ세대들이 남긴 후기를 보면 ‘외국어 맞과외’ ‘원포인트 운동 모임’ 등이 호평을 받고 있다. 양재동에 사는 한 30대 이용자는 “내가 프랑스어를 가르쳐주고 영어를 배우는 식의 ‘맞과외’ 모임을 올려봤는데 반응이 엄청 빨리 왔다. 동네 이웃이라 가까운 곳에서 부담 없이 편하게 만날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선진국에서도 하이퍼 로컬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2011년 시작된 미국판 당근마켓 ‘넥스트도어’는 거주지를 기반으로 각종 부동산, 홈서비스부터 중고 거래까지 제공한다. 현재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11개국에서 서비스 중이다. 전 세계에 26만8000여개에 달하는 커뮤니티가 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 ‘동네생활’에서는 누구나 다양한 주제에 맞는 취미와 관심사를 기반으로 모임을 만들고 참여할 수 있다. 데이팅, 술 모임 등 운영 정책에 맞지 않는 모임은 제재될 수 있다. 단, 아직은 코로나 시국이어서 온라인 모임을 권장하고 있고, 실제 온라인 모임도 많이 올라온다. 불가피하게 오프라인으로 모이는 경우에는 방역수칙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생은 ‘에타’서 학우끼리
▷강의 정보 교환부터 번개까지
학교 옆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강 모 씨(22)는 대학 커뮤니티 플랫폼 ‘에브리타임(에타)’을 통해 조깅 모임에 참여했다. 매일 아침 학교 근처 공원에서 조깅할 사람을 모은다는 글이 올라온 걸 보고 댓글로 신청하면서다. 강 씨는 “매일 집 근처에서 가벼운 운동을 하고 싶었지만, 신원이 불분명한 사람들이 모인 아무 동호회나 들어가기는 부담스러웠다. 에타는 같은 학교 사람들만 접속할 수 있어 신원이 확실하고 유대감도 높은 편이다. 조깅을 하며 새로운 학교 친구도 사귈 수 있어 좋다”며 흡족해했다.
에타는 학생증을 통해 재학 중인 학교를 인증해야 해당 학교 커뮤니티에 접속할 수 있다. 학과, 동아리, 강의 정보, 만남, 장터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게시판이 있어 목적에 맞게 정보를 얻거나 네트워킹을 할 수 있다. 같은 학교 학우들과 모임을 만들거나, 강의 정보를 교환하거나, 비싼 전공책 또는 ‘학잠(학교명이 써진 외투)’을 중고 거래하는 식이다.
특히 대학생 커뮤니티 특성상 ‘번개’ 모임도 종종 일어난다. 자유게시판에 장소와 시간, 모임 내용을 써서 올리면 참여하고 싶은 학생들이 댓글을 달아 모이는 식이다. 모임은 주로 불시에 단발성으로 이뤄진다. 게시판 글 작성은 기본적으로 익명 처리되기 때문에 원치 않으면 이름, 나이, 학과를 밝히지 않고도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동아리나 학회처럼 정기 모임에 참여하기는 부담스럽고, 다른 학과 친구는 사귀고 싶은 학생들은 에타에서 번개 모임을 찾아 새로운 인맥을 쌓거나 신선한 하루를 보낸다.
비대면 수업은 대학생들이 에타를 더욱 활발히 드나들게 한 촉매제가 됐다. 캠퍼스에서 학우들과 못 만나는 대신, 에타에서 온라인으로 어울리는 것이다. 특히 캠퍼스 생활을 익히지 못한 신입생에게 인기가 높다. 이들은 에타에서 학교 동기를 사귀고 학교 주변 맛집과 동아리, 축제, 강의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올해 입학한 새내기 대학생 윤 모 씨(19)는 “에타에서 다른 학과 동기와 만나고 소모임도 가입했다. 코로나로 등교가 금지돼서 많이 속상했는데 이렇게라도 학교 친구를 만들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도 요즘은 ‘번개 모임’ 기능이 새롭게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남녀 직장인 간 즉석 ‘스골(스크린골프)’ 미팅이 인기다. 지난 3월 말 기준 블라인드에서 ‘스골’ ‘스크린골프’를 키워드로 한 글은 700여개에 달한다.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골프라는 특정 스포츠를 주제로 모이니 친밀감을 쌓기가 수월하다는 평가다. 이런 트렌드에 힘입어 블라인드의 MAU는 지난해 2월 90만명에서 올해 2월 120만명으로 급증했다.
인터뷰 | 김성용 남의집 대표
모임 주제, 시시콜콜할수록 인기
Q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달라진 최근 모임 트렌드는 무엇인가.
A 안정성을 중시해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소수의 인원과 모이는 것을 선호한다. 남의집 주이용자층은 30대 중후반이다.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남의집을 방문한다.
Q 다른 ‘소셜 디스커버리’ 서비스와 차별화된 특징은.
A ‘시시콜콜한 대화’와 ‘공간 초대’다. 남의집에서는 ‘뭐 저런 주제로도 모이나’ 싶은 시시콜콜하고 소소한 주제의 대화일수록 관심을 많이 받는다. 또한 누군가의 공간으로 초대받는 형식은 모임의 안정성과 소속감을 준다. 특히 그 공간에 호스트의 취향이 묻어나기 때문에 시시콜콜한 대화를 이끌어내는 데 좋은 촉매제 역할을 한다. 공간을 가정집에서 ‘동네가게’로 확장해 다양한 골목상권 가게 점주분들의 취향과 이야기도 전달되고 있다.
Q 향후 MZ세대의 네트워킹 문화 변화 전망과 경영 계획은.
A 취향이 맞는 사람과의 대화 부재는 세대를 불문하고 갈급한 문제다. 때문에 MZ세대를 특별히 겨냥하지는 않는다. 남의집은 지금까지는 취향 커뮤니티였다. 곧 당근마켓과 서비스를 연동해 로컬 커뮤니티와 결합할 예정이다. 그럼 취향이 맞는 사람을 가까운 동네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립의 시간을 보낸 인류를 치유하는 것이 목표다.
출처 : https://www.mk.co.kr/economy/view/2022/2948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