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기술] 기술은 거들 뿐, 결국은 인간이다
[본문 내용 일부 발췌]
뉴스 편집을 기술에만 맡길 순 없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추천하는 큐레이팅 알고리즘이 상용화됐다. 뉴스 알고리즘을 만드는 IT 업체의 개발자는 과연 저널리즘의 원칙을 갖고 코딩했을까? 무쿨 데비찬드(Mukul Devichand) BBC Voice+AI 보도국장은 “영국 데이터윤리혁신센터(Centre for Data Ethics and Innovation)는 일찍이 IT 업체의 뉴스 큐레이터 역할에 대한 우려를 영국 정부에 전한 바 있다”고 말했다. 공영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 BBC가 음성 인공지능 어시스턴트를 개발하는 부서인 Voice+AI 팀을 신설한 이유이기도 하다.
Voice+AI 소속 두 연사의 공동 발표 주제는 ‘뉴스의 원자화’였다. 먼저 무대에 오른 데비찬드는 음성 기술 시대의 도래를 이야기하며 뉴스 편집권을 IT 기업이 아닌 언론사가 가져와야 하는 이유를 설파했다. 그는 “음성은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바로 현재의 기술이다”라며 음성 기술 통계를 제시했다. 미국 성인의 약 31%, 영국 성인의 약 26%가 스마트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었다. 음성 검색도 구글 전체 검색 쿼리의 약 20%를 차지하는 등 증가세를 보였다. 무엇보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음성 검색을 이용하는 비율이 높았다는 점에서 확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데비찬드는 “음성 시장이 커질수록 언론의 뉴스 편집권은 약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월드와이드웹 (WWW)→스마트폰→소셜미디어→음성 인공지능’으로 이어지는 기술 패러다임의 변천사를 소개했다. 과거 월드와이드웹 같은 개방적 플랫폼에서 언론사는 어떤 기사를 독자에게 보여줄지 선택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었다. 하지만 기술이 진화할수록 콘텐츠 노출은 알고리즘의 직접적인 통제 아래 놓인다. 특히 음성 시대의 독자는 알고리즘이 선택한 뉴스 중 하나를 청취할 수밖에 없다. 데비찬드는 이런 맥락에서 저널리즘의 원칙 없이 배열된 기사가 범람하면 독자는 언론에 대한 신뢰를 더욱 잃고 말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BBC의 대응을 소개했다. “‘기술의 피라미드’에서 상층부를 차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BBC 음성 인공지능 어시스턴트 ‘빕(Beeb)’을 통해 애플 시리(Siri), 아마존 알렉사(Alexa) 등 기존 IT 업체와 경쟁하는 동시에, 시리나 알렉사 내에서도 BBC만의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스킬(Skills, 알렉사에 탑재되는 일종의 애플리케이션) 등을 개발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데비찬드는 “(IT 업체와 다르게) BBC 뉴스 서비스는 ‘독자와의 상호작용’을 알고리즘이 아닌 인간의 편집으로 이뤄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 믿을 수 있는 뉴스를 저널리스트가 직접 선별·편집한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알리는 건 신뢰 형성의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Z세대 위해 개발한 시험모델만 마흔 개
조 머피(Zoe Murphy) BBC Voice+AI 뉴스·정보 서비스 에디터는 미래의 주요 독자이자 민주주의의 내일인 Z세대를 대상으로 뉴스를 ‘원자화’해 맞춤형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시도한 경험을 공유했다. 뉴스의 원자화는 선형적 구조로 제작된 기성 기사(이야기)를 여러 조각으로 잘게 나눈 뒤 비선형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BBC보다 넷플릭스를 선호하는 Z세대에게 뉴스를 소구하기 위해선 먼저 그들을 알아야 했다. 머피는 그들이 뉴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왜 보지 않는지 물었다. 이번 발표에선 그렇게 도출된 몇 개의 조사 결과를 공유했다.
먼저, Z세대는 ‘뉴스는 유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기력한 뉴스를 싫어한다. 행동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해결책을 제시하길 바란다. 둘째, Z세대는 ‘뉴스를 이해하는 데 장애물이 많다’고 느낀다. 정파적이고, 기득권을 대변하는듯한 보도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전히 사건이 왜 일어났고, 그게 자신의 삶에 왜 중요한지 알고 싶어 한다. 마지막으로, Z세대는 BBC 뉴스를 보지 않는다. 그래도 팩트체크는 BBC 뉴스로 하는 등 2차적인 수요는 있었다. 적어도 신뢰는 얻고 있다는 얘기였다. 문제는 전달하는 방식이었던 셈이다.
머피의 팀은 Z세대를 겨냥한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위해 마흔 개가 넘는 시험모델(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 이날 발표에선 그중 반응이 좋았던 세 개를 소개했다. 먼저 익스팬더(expander) 모델로 제작된 뉴스를 클릭하면 첫 화면엔 간단하게 요약 정리된 최소한의 정보만이 제공된다. [그림 2]에서 보이는 것처럼 각 문장의 끝에 있는 노란색, 파란색 버튼을 클릭하면 숨어있던 배경 설명, 시각 자료 등이 나온다. 독자가 자신의 욕구에 따라 직접 소비할 정보의 양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두 번째 인크리멘털(incremental) 모델에서 독자는 직접 콘텐츠의 길이와 매체 형식을 선택할 수 있다. [그림 3] 하나의 뉴스가 ‘짧은 글’, ‘긴 글’, ‘동영상’의 세 가지 형식으로 제공된다. 머피는 특히 이 방식이 Z세대 다수의 호평을 받았다고 언급하며 “완전한 맞춤은 아니지만 개인화된 형태로 제공되는 느낌을 받았다”는 Z세대의 사용기를 공유했다.
마지막 퍼스펙티브(perspectives) 모델은 하나의 사건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하는 관점들을 균형감 있게 제공한다. [그림 4] 첫 화면에선 먼저 간략한 텍스트로 사건의 개요를 볼 수 있다. 다음엔 양측의 주장이 각각 영상으로 제시된다. 마지막으로 독자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가 삽입돼 다른 독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머피는 “뉴스의 원자화는 Z세대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을 개척할 뿐 아니라 음성 인공지능 어시스턴트 품질 향상에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독자가 음성을 통해 특정 뉴스의 일부 정보를 요구하면, 이미 원자화돼 있는 작은 단위 뉴스 클립을 불러와 서비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머피는 “기사를 쓰고, 원자화하고, 큐레이팅하는 모든 작업은 BBC 저널리스트들에 의해 24시간 이루어지고 있다”라는 말을 끝으로 발표를 마쳤다.
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pfjra_&logNo=221728765107&redirect=D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