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어헤드] `오리지널 컨텐츠` vs `데이터` 누가 이길까

미국에서는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미 케이블 또는 위성TV 시청자 숫자를 넘어섰다는 소식이다. 지난달 발표된 딜로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넷플릭스나 유튜브레드 같은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를 통해 영상을 소비하는 인구는 전체의 69%로 추정됐으며, 전통적인 케이블TV나 위성TV로 영상을 보는 인구는 전체의 65%로 추정됐다. 특히 젊은 층으로 갈수록 스트리밍 서비스 활용에 대한 선호도는 뚜렷했다. 22세~35세 사이의 스트리밍 서비스(OTT) 가입자 비중은 88%였으며, 케이블 위성 TV 가입자는 51% 정도로 추정됐다. 시장의 대세는 이제 확실히 전통적 TV에서 OTT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미 방송시장은 OTT를 중심으로 결론이 나오고 있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넷플릭스를 꺾기 위해 애플과 디즈니가 OTT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예전부터 들려왔었다. 우리나라에서도 SKT가 ‘옥수수’를 내놨다. 그런데 현지시간으로 4월 11일 월트디즈니컴퍼니가 그동안 준비해 왔던 OTT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의 출시일자와 구독료를 공개했다. 디즈니는 투자자의 날(Inverstor day) 행사에서 오는 11월 12일 ‘디즈니 플러스’를 미국에서 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한국에 언제 들어올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디즈니가 한국어 홈페이지를 연 것으로 보아 내년 1분기 안에는 서비스가 시작되지 않을까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디즈니는 “향후 2년 내로 전세계 거의 모든 주요 지역에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 디즈니는 ‘디즈니 라이프’라는 영국, 필리핀 등에서 서비스하던 OTT가 있었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가족 들이 볼 수 있는 아동용 컨텐츠가 다수였다. ‘디즈니 플러스’는 그러나 마블, 픽사, 스타워즈, 폭스,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영화 500편, TV시리즈 7500여편 이상의 다양한 컨텐츠를 갖춘 것이 특징적이다. 게다가 광고가 없고 구독료만 내면 원하는 영상 콘텐츠를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다. 특히 디즈니 산하의 스튜디오에서 낸 극장 개봉작은 개봉 종료와 동시에 바로 디즈니 플러스에독점적으로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뤄진다. ‘캡틴 마블’, ‘겨울왕국2’, ‘어벤져스:엔드게임’, ‘토이스토리4’, ‘라이언킹’, ‘알라딘’ 등 2019년 개봉작들이 대부분 올해 11월 디즈니 플러스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컨텐츠 면에서 디즈니가 갖고 있는 역량을 총 동원했다. 게다가 4K도 지원한다.
더 중요한 것은 구독료. 넷플릭스를 겨냥한 듯 월 구독료 6.99달러, 연간 구독료 69.99 달러를 책정했다. 같은 4K를 지원하는 넷플릭스의 구독료는 월 13.99달러인데 그 반값에 내놓은 것이다. 가격은 낮게, 그러나 컨텐츠는 강하게. 게다가 컨텐츠를 향한 투자는 더 늘릴 계획이라 당분간 디즈니 플러스의 사업실적은 나쁠 전망이다. 그런데 디즈니는 이를 각오한 모양새다. 디즈니의 최고재무책임자 크리스틴 맥카시는 2020~2022년 사이 디즈니 플러스는 영업이익상 출혈을 다소 보더라도 오리지널 컨텐츠 제작을 위한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2024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며 그 전에는 영업손실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단 디즈니는 2020년에 10억달러를 콘텐츠에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 11월부터 시작될 ‘디즈니 플러스’와 ‘넷플릭스’의 싸움은 일단 오리지널 컨텐츠와 데이터의 싸움이라고 보여진다. 누구보다 오리지널 컨텐츠가 많은 디즈니지만 고객들의 데이터를 확보하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어떤 고객들이 디즈니 컨텐츠 중에서 무엇을 좋아할지 정교한 추천을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있다. (물론 디즈니가 폭스를 인수하면서 사실상 갖게 된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에서 고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영상을 추천하는 노하우들을 습득했을 가능성은 높다.) 이 때문에 디즈니 플러스는 최대한 빠르게 넷플릭스와 같은 정교한 추천 알고리즘과 고객들의 선호데이터를 쌓아 나가려 할 것이다. 구독료를 넷플릭스의 반값에 책정한 것도 최대한 많은 초기 사용자, 즉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반면 넷플릭스는 이미 충만하게 쌓은 고객데이터와 그를 통한 분석결과들을 갖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오리지널 컨텐츠가 디즈니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컨텐츠를 다양하게 확보하기 위해 디즈니 플러스에 비해 15배나 되는 연간 150억 달러를 쏟아붓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한마디로 북미의 OTT 시장은 컨텐츠의 강자와 데이터의 강자가 서로의 전공영역을 파고들며 한판 전쟁을 벌이려는 기세인 것이다. 여기에는 과거처럼 브라운관이나 LCD TV가 아니라 컴퓨터 모니터나 노트북으로 TV 영상을 감상하는 새로운 세대의 부상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방송산업은 완전히 판도가 달라진 것이다.
출처 : https://mirakle.mk.co.kr/view.php?year=2019&no=228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