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뉴스] 기업에 브랜드저널리즘이 필요한 이유 – 삼성전자와 머니투데이의 사례
#1.
‘삼성의 미래… 삼성넥스트가 꼽은 5대 혁신 기술은’ 어제 오후에 올라온 머니투데이 기사 제목이다. 오늘(3월 20)은 신문 지면에까지 실렸다. 동일한 기사가 네이버에도 올라갔지만 반응은 낮다. 다음 메인에만 노출됐기 때문이다. 내용은 이렇다. 삼성전자의 미래 기술 발굴을 담당하는 삼성넥스트가 올해를 이끌 5대 혁신 기술을 꼽았다. AI(인공지능), AR(증강현실), 가상화폐, 헬스· IoT(사물인터넷), 스마트시티. 머니투데이는 이에 대한 기사를 쓴 거다.
#2.
나는 기술의 변화에 관심이 많다. 사회가 어떻게 흘러갈지를 미리 살펴볼 수 있는 가늠자이기 때문이다. 관심을 가지고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참고로 삼성넥스트 사무실은 서울이 아닌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다. 기사에는 삼성넥스트 벤처 투자 담당 전문가 아제이 싱(Ajay Singh)의 인터뷰도 나와 있었다. ‘오! 미국까지 갔나? 아니면 이메일 인터뷰를 했나?’ 얼핏 보면 발품이 한가득 담긴, 노력이 물씬 묻어 나오는 기사 같았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내가 4일 전 본 기사와 매우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 기사보다 내용이 더 풍성하고 시각 자료도 더 많은 기사가 있었는데… 어디서 봤지…’ 맞다. 삼성전자 뉴스룸 사이트였다.
#3.
이곳을 클릭하면 두 기사의 차이를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클릭하기 귀찮은 분들을 위해 원본 삼성 기사와 카피한 머니투데이 기사 몇 군데만 발췌해 간단히 살펴보겠다. 먼저 삼성 뉴스룸 기사. 삼성넥스트가 올해를 이끌 5대 혁신 기술로 정한 내용들에 대해 초심자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한 설명과 영상, 사진이 첨부돼 있다. 그에 비하면 머니투데이는 빈약하다. 원본 기사를 재가공한 기사니 오리지널을 넘어선 새로운 게 나올 리 없다. 인터뷰 내용만 간단히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삼성전자 뉴스룸 기사

머니투데이 기사

#4.
주어 순서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동일하다. 다른 점이라면 머니투데이는 삼성 뉴스룸의 텍스트를 이미지로 정리한 썸네일용 사진 한 장을 추가한 정도다. 삼성전자 뉴스룸에 올라온 대부분의 글은 누가 썼는지 바이라인(작성자 이름)이 나와있지 않다. 이 점을 활용(?)해 머니투데이는 본문 내용을 삼성전자 관계자로 둔갑시켜 마치 직접 인터뷰를 딴 것처럼 표현하기도 했다. (물론 삼성 공식 사이트에서 올린 내용이니 외주가 썼든, 작가가 썼든 삼성전자 관계자라는 말이 틀린건 아니다)
삼성전자 뉴스룸 기사

머니투데이 기사

#5.
‘우라까이’(좋은 말로 카피캣)라는 단어가 있다. 기자 사회의 은어로 다른 언론사의 기사의 내용이나 표현 일부를 대충 바꾸거나 조합해 새로운 기사처럼 뿌리는 행위를 말한다. 보통 언론사들은 연합뉴스 같은 통신사의 기사를 우라까이해 기사를 쓰곤 한다. 같은 맥락에서 머니투데이는 삼성전자의 기사를 우라까이해 썼다. 물론 우라까이 기사는 불법은 아니다. 언론사가 통신사에게 돈을 주고 기사를 구입해 재가공하듯, 삼성전자 뉴스룸이 직접 제작한 기사와 사진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나와 있기 때문이다. 공짜로 양질의 정보가 담겨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6.
한 달 전, ‘애증의 단어, 브랜드 저널리즘’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기업은 기존의 매스 미디어(방송, 언론사)에 기대어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기자들에게 굽신거리며 홍보비를 쓸 수밖에 없었던 Paid media를 넘어 왜곡되지 않은 분명한 기업의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Owned media로 나아가야 한다는 관점에서 쓴 글이었다. 일각에서는 “브랜드 저널리즘은 전형적인 이론적 상품팔이다. 브랜디드 콘텐츠 중에 지금 여러분이 기억나는 게 1개라도 있었냐”라고 비판한다. 브랜드저널리즘이 돈 낭비, 시간 낭비라고 주장하는 그런 분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 Paid 언론 매체에 재직 중인 분들이다. 나도 모든 커리어를 전통 Paid 언론 매체에 있었기 때문에 그분들이 살아온 백그라운드를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도 된다. 하지만 되묻고 싶다. 그렇다면 콘텐츠를 제작하는 여러분 회사에서 만든 콘텐츠 중에 지금 사람들이 기억나는 게 1개라도 있냐고. 대동소이하다면 큰 금액의 돈을 주고 당신네 Paid media 회사에 광고하느니 내부에 경험이 축적되어 무형의 자산으로 남는 우리 Owned media에 투자하겠다.
#7.
기자가 통신사 기사를 우라까이 하듯, 기자는 삼성뉴스룸의 글을 우라까이했다. 통신사발 기사는 가이드라인이 없어 자유롭게 살을 덧붙일 수 있다. 하지만 삼성뉴스발 기사에 살을 붙이려면 기술 관련 이해도가 높아야 하기 때문에 쉽게 내용을 더하거나 빼기 힘들다. 잘못했다가 오보가 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기자는 삼성이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오롯이 담긴 내용을 확대하는 확성기로 사용된다. 좋든 싫든 말이다. 하지만 기자는 좋아할 경우가 높다. 우라까이한 콘텐츠가 좋기 때문에 독자들의 반응이 좋고, 포털 상위에도 걸려 짭짤한 트래픽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험을 한번 맛보면 계속 기업의 공식 홈페이지에 들락날락해 그들의 메시지를 확인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기업이 고품질의 수준 있는 브랜드 저널리즘 콘텐츠를 확보했을 때 어떻게 홍보가 자연스레 되는지를 보여준 운영의 좋은 예시다.
#8.
한화 등 몇몇 대기업에서 올해 브랜드 저널리즘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고 추진한다는 풍문이 들린다. 오래전 나온 이 개념이 올 들어 본격적으로 꿈틀거리는 건 경영진의 눈과 귀가 열리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앞으로 이 현상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거다. 그 시작은 대기업부터 일 거다. 대기업이 중견, 스타트업에 비해 마케팅, 홍보에 쓰는 비용이 크다는 점도 있지만, 늘 새로운 소식들을 끊임없이 발굴할 수 있는 계열 회사들이 많아 새로움을 유지하기가 쉽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그 전략과 그랜드 플랜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지겠지만.
#9.
지금은 날이 갈수록 기업의 수명이 점점 짧아지는 시대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1950년대 세계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45년이었다. 하지만 2015년에는 15년에 불과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도 비슷한 말을 했다. 1935년 기업의 평균 수명은 90년이었으나 1975년 30년, 1995년 22년으로 점차 줄었다. 급기야 2015년의 기업 수명은 급기야 평균 15년으로 떨어졌다. 15년 이상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경영하고 운영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브랜드저널리즘에 대한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ps
”참고로 위에서 언급한 머니투데이의 우라까이에 대한 시시비비는 이번 글의 포인트가 아니니 논외로 했으면 좋겠다.기자 개인의 문제로 매도하기엔 언론사의 다양하고 복잡한 구조적, 시스템적 문제가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혼자만 생각하고 넘어갈까 하다가 시간을 내어 글을 작성한 이유는 이번 사례가 기업의 브랜드 저널리즘과 그 영향력의 바로미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좋은 사례라고 생각해서다.”
출처 : http://theschoolofnews.com/%EA%B8%B0%EC%97%85%EC%97%90-%EB%B8%8C%EB%9E%9C%EB%93%9C%EC%A0%80%EB%84%90%EB%A6%AC%EC%A6%98%EC%9D%B4-%ED%95%84%EC%9A%94%ED%95%9C-%EC%9D%B4%EC%9C%A0-%EC%82%BC%EC%84%B1%EC%A0%84%EC%9E%90%EC%9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