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times] 부천판타스틱영화제 “AI 혁신은 이미 시작…영화 재정의·논의 필요한 시점”
신철 BIFAN 집행위원장·조양일 단장·김종민 XR큐레이터

“AI에 완전히 빠져 들었습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4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올해 28회 행사에서 ‘AI 부문’을 신설했다.
워크숍과 컨퍼런스, 영화 상영은 물론, AI 영화 국제경쟁부문 ‘부천초이스’ 시상까지 진행했다. 관람을 넘어 체험, 시상까지 영역까지 넓힌 것이다. 인공지능(AI)이 영화제의 판도를 흔들어 놓은 셈이다.
신철 BIFAN 집행위원장은 “실제 영화 전공자와 업계 종사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라고 전했다.
AI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지 않을까 싶었는데, 대신 AI가 기존 영화 제작 프로세스의 한계와 장벽을 낮췄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는 설명이다. “AI는 기존 영화인에게는 ‘창작의 재교육’으로, 일반인에게는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갔다”라고 전했다.
이미 AI 창작은 과도기를 넘어 예술 창작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양일 단장은 “그 과정에서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많이 토론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런 점이 잘 드러난 것이 해커톤 방식으로 진행한 ‘AI 워크숍’이었다. 팀을 구성하고, AI 도구를 익히고, 하나의 영화를 만들어내기까지 단 48시간이 주어졌다. 부수적인 과정을 제외하면, 실제 AI로 영화를 제작하는 데 들어간 시간은 10시간 내외였다.
활용 도구도 다양했다. ‘텍스트-이미지’ ‘이미지-영상’ ‘스케일업’ 등 다방면으로 AI를 활용했다. 그 과정의 핵심은 노력과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특히 ‘배움’의 시간까지 줄였다는 것에 무게를 실었다. 김종민 XR큐레이터는 “기존에는 단편 영화 하나를 만들려고 해도, 최소한 관련 전공을 공부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AI로 제작 시간에 들이는 비중을 줄인 만큼, 소통과 AI 커뮤니티 구축에 더 힘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작의 본연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의미다.

BIFAN에도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화제는 보통 1년에 한번 진행하기 때문에, 이번 부천초이스 AI 부문 후보작들도 ‘이전 버전’의 도구를 사용한 작품일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공평한 영화제 진행을 위해서 AI 도구의 ‘버전’을 지정해야 할 정도로 기술 발전이 빠르다”라며 “이처럼 AI 영화제에는 더 많은, 정교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저작권 문제는 이번 행사에서는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으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는 점에 모두가 동의했다.
특히 “기존 저작권의 틀을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종민 큐레이터는 “저작권이라는 개념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콘텐츠가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창작자의 ‘안전장치’로서 생겨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AI 창작물에 대한 우려는 보통 ‘AI의 기여도’와 ‘기존 콘텐츠 학습 및 활용’에서 발생한다”라며 “하지만 따지고 보면 실제 영화도 다를 것은 없다. 저작권자는 감독으로 대표되지만, 실제 창작에 기여한 사람은 훨씬 더 많다”라고 지적했다. 또 “사람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 콘텐츠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AI로 영화를 창작할 경우, 모든 기여도와 학습 데이터를 분석해 소유권을 나누는 것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창작자들이 커뮤니티를 형성, AI 콘텐츠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개념에 대한 재정의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AI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예술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 왔다고 전했다.
무성에서 유성으로, 흑백에서 컬러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2D에서 3D 및 4D로, 그리고 이제는 AI까지 다다랐다. 기술은 ‘영상의 표현 범위’를 확장해 왔다.
단적인 예로 컴퓨터 그래픽(CG)도 처음에는 영화계에서 하나의 혁신으로 받아 들여졌다. ‘터미네이터2’ 같은 작품은 당시 대단한 충격을 가져왔다.
조양일 단장은 “기술적으로 AI로 인해 달라진 부분은 카메라 워킹”이라며 “똑같은 ‘폭발’이라도 좀 더 가까이에서, 좀 더 실감 나는 포커싱과 연출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사람이 담아낼 수 없었던 부분까지 영화화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즉 이는 기존의 영화제작의 고정 관념이나 스펙트럼을 벗어나는 작품이 등장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번 워크숍에서 제작한 단편 영화 ‘노이즈’는 신체 내부를 표현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기존 방식으로는 별도의 특수촬영이나 CG 작업이 필요했겠지만, 프롬프트를 통해 표현이 가능해졌다.
이는 나아가 “창작자의 ‘기득권 탈피’와 연결된다”라고 강조했다.
OTT, 동영상 스트리밍의 등장과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 미디어 시장에서는 투자나 방영 채널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작품의 재미와 퀄리티’가 훨씬 중요하다. 창작자에게는 작품을 더 많이 선보일 기회가, 시청자에게는 재미있는 작품을 고를 기회가 더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기술 측면에서는 더욱 기득권화, 편향화되는 경향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AI 도구 대부분이 서구의 문화를 반영한다는 점이 그렇다. 그 예로 지난해 9월 베니스영화제에서 체험자의 이야기, 삶의 흐름을 대형언어모델(LLM)이 반영해 바로 영상 창작물로 만들어낸 사례를 들었다.
김 큐레이터는 “현장 참관객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릴 정도로 놀라운 기술임은 분명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결과물에 완전히 공감할 수 없었다”라며 “서울의 야경을 서양화처럼 각색한다든지, 70~80년대의 한국 풍경을 나타내지 못하는 등 학습 데이터의 부재와 편향이 원인”이라고 전했다.
즉 AI 영화는 ‘창작 논의’를 넘어, 앞으로는 국가 차원의 데이터 구축 등 ‘기술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AI 도입의 찬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가는, 향후 중요한 논점에서 뒤처질 것이 뻔하다는 설명이다.
신철 BIFAN 집행위원장은 “이번 AI 부문 진출작을 보며 변화와 혁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실감했다”라며 “AI는 프로메테우스의 불처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메라의 등장으로 추상화 등 전혀 다른 차원의 예술이 시작된 것처럼, AI가 또 하나의 변화를 불러온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라고 결론 내렸다.



한편 부천국제영화제 현장에는 AI체험존을 마련, 런웨이의 최신 동영상 생성 AI ‘젠3-알파’를 사용해 볼 수 있었다. 단 한 문장으로 몇분 안에 영화 속 한 장면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경험하면, 누구라도 충격에 가까운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AI 혁신’이라는 것을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체험 공간이었다.
BIFAN 측은 향후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워크숍과 기획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젠3-알파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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