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도 수수료 낮췄는데…머쓱해진 구글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한진주 기자] 애플이 내년1월1일부터 수수료 인하 방침을 전격 선언하면서 그간 “애플도 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수수료 확대를 추진해온 구글은 머쓱해졌다. 애플이 선제적으로 기조를 바꾸면서 구글로선 명분 자체를 잃게 됐기 때문이다. 국회 과방위에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이른바 ‘구글 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새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국내 앱 개발사 및 콘텐츠 개발자들은 전날 밤 공개된 애플의 앱수수료 인하 정책을 환영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앱 생태계 위기에 애플이 적극 나선 만큼 구글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애플이 공개한 중소개발자 지원 프로그램은 내년1월1일부터 유료·인앱결제 수수료를 30%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적용 대상은 지난해 앱스토어 수수료를 제외한 앱 수익금이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원) 이하인 개발자다. 한 콘텐츠 스타트업 대표는 “최근 앱내 키워드 광고 비용이 많이 인상되어서 개발 리소스를 줄여야하나 고민했는데 수수료가 인하된다는 것은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특히 애플은 이번 지원 프로그램 배경으로 “앱 생태계를 위한 결정”을 내세웠다. 코로나19로 인한 전례없는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도 혁신을 도모하고 있는 앱 생태계를 위해 애플이 나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애플 앱스토어에는 전 세계 각 국가에서 개발한 180만개의 앱이 거래되고 있다. 이들 앱 중 대다수가 매출 100만달러 미만으로 이번 수수료 인하 적용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당장 내년부터 수수료 확대를 예고한 구글과 매우 대조적인 행보다. 구글은 내년 1월20일부터 앱마켓인 구글플레이에서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결제 수수료로 30%를 떼겠다고 발표했다.
이제 업계의 눈길은 구글에 쏠려있다. 2008년 출범 직후부터 인앱결제와 수수료 30%를 고수해온 애플이 한 발 물러나면서 결국 구글도 수수료 인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재환 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수수료 30%가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타 앱마켓 사업자(애플)를 따라간다는 논리를 폈던 구글의 논리가 명분을 잃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토종 앱스토어인 원스토어는 이보다 앞선 2018년7월 인앱결제 의무화를 폐지하고 수수료도 인하했다. 이에 대해 구글측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표 내에서 애플의 앱수수료는 이번 중소개발자 지원 프로그램 발표 이전 기준
국내에서 법 개정 논란까지 일으킨 구글이 자사의 수수료 확대정책이 문제없다고 주장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번 정책 변경에 따른 영향을 받는 대상이 1%, 앱 100개 수준이라는 부분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설명이 구체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고 반발한다.
김현규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부회장은 앞서 공청회에서 “100개가 아니라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구글이 애플 스토어를 제외하고 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데 수수료 외에 마케팅 비용, 운영 비용 등을 모두 개발사가 책임지는 구조에서 30% 플랫폼 수수료는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당장 음원, 웹툰 등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영역인 앱과 관련해 종사 중인 창작자 수는 10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정률로 수익을 분배하는 플랫폼 특성상 향후 창작자의 수익 감소, 콘텐츠 가격 인상은 필연적이다.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는 “구글이 글로벌 시장의 지배력을 남용해 앞으로 수수료를 30% 강제적으로 떼어 간다면 창작자들의 피와 땀이 스민 노력의 대가가 고스란히 아무 기여도 하지 않은 구글에 돌아가게 된다”며 “우리나라의 디지털 콘텐츠 산업이 구글 등 글로벌 거대 플랫폼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두렵다”고 우려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구글이 앱 통행세를 강행할 경우 국내 모바일 콘텐츠 매출이 3조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날 조수용 카카오 대표도 구글의 특정결제수단 강제가 문제라며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연내 통과가 불투명해졌던 구글 갑질방지법은 애플의 수수료 인하로 새 전환점을 맞게 됐다. 국회 과방위 여당측은 구글의 인앱결제가 내년1월20일부터 시행되는 만큼 오는 26일 전체회의까지 구글 갑질방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다.
현재 여당은 구글 갑질방지법 처리를 두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자 안건조정위원회 회부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국회법 상 여야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의 경우 재적위원 3분의1 이상의 요구로 안건조정위를 구성, 최대 90일간 심의할 수 있다.
이는 불과 한달여전인 국정감사 기간에만 해도 구글 갑질방지법 처리에 뜻을 모았던 야당이 최근 돌연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제동을 건데 따른 것이다. 이 배경에는 미국 대사관, 대형 로펌 측의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과방위 여당 관계자는 “관련 법안이 6건 이상 상정돼 있음에도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견 조율이 어렵다면 안건조정위에 회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이번 지원프로그램이 수수료 인하에만 초점이 맞춰졌을 뿐,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는 인앱결제 등 불공정 행위 우려는 여전하다는 목소리도 잇따른다. 한 관계자는 “구글 갑질방지법이 통과되더라도 구글이 관련 수입을 보전하기 위한 방법은 많다”고 우려했다. 앞서 국정감사장에서 법 통과시 사업모델 변경까지 언급한 것 역시 업계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다만 미국 의회에서도 구글, 애플 등 앱마켓 공룡의 반독점 행위에 칼날을 세우고 있는 만큼 전 세계적으로 관련 공세가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밖에 애플이 내세운 수수료 기준인 100만달러를 맞추기 위해 앱 쪼개기 등 편법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를 인하하면 그에 맞는 수익모델을 바꾸는 경향이 있는데 100만 달러라는 기준에 맞춘 앱 쪼개기 등 수수료 인하로 인한 쏠림 현상이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출처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hm&sid1=105&sid2=230&oid=277&aid=0004794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