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방송] [중앙일보 ‘디지털 중심’ 뉴스룸 개편, 그 이후] 디지털은 디지털답게, 신문은 신문답게
2019년 말, 중앙일보는 현장 기자와 신문 제작을 분리하는 개편을 단행했다.
신문과 디지털로 구분하는 이 파격적 행보는 현장 기자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고, 신문은 지면의 차별성과 경쟁력 강화를 실현한다는 취지다.
중앙일보의 이러한 시도가 어떠한 결과를 낳았는지, 시행 약 8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서 되짚어본다.
<중앙일보를 신문과 디지털로 갈랐다>. 2019년 연말 단행된 중앙일보의 조직개편을 보도한 기사 제목이다.1) 기사에서 밝혔듯 지난해 12월, 홍정도 중앙일보 사장은 사내 행사인 ‘2020 내일 콘퍼런스’에서 중앙일보를 디지털을 담당하는 ‘중앙일보M’과 신문을 전담하는 ‘중앙일보A’로 나누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어진 조직 개편을 통해 중앙일보는 디지털뉴스 부문(뉴스룸·뉴스제작국)과 신문 제작 부문(편집국·논설실)의 기능을 명확히 했다. 임직원 설명회에서 밝힌 분리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① 현장 기자가 소속한 뉴스룸은 모바일을 겨냥한 디지털 스토리텔링에 집중한다.
② 편집국과 논설실은 신문의 차별성과 경쟁력 강화를 실현한다.
요컨대 현장 기자와 신문 제작의 분리를 한층 강화한다는 취지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다른 신문 매체 종사자들이나 미디어 연구자들은 “파격적인 행보”라며 관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 이후 중앙일보는 줄곧 현장 기자와 지면 제작의 분리를 강조했고, 단계적으로 실현해왔다. 이번 변화도 그 연장선 위에 있다.
디지털 이행전략: 현장 기자와 지면의 분리
2015년 9월 ‘혁신 보고서’를 채택할 때부터 중앙일보는 ‘뉴스의 1차 생산자’인 기자가 지면 제작에 종속된 상황에선 디지털 전환이 어렵다고 봤다. 기존 신문 제작 업무에 디지털이란 새로운 부담을 더하는 식으론 ‘디지털 퍼스트’도, ‘지면의 퀄리티 유지’도 모두 불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디지털 전환 초기,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위해 도입된 게 지면의 ‘템플릿 편집’이다. 기자들은 디지털 퍼스트에 따라 온라인부터 기사를 출고하되, 기사의 양(글자 수)을 뉴스 가치에 따라 사전에 정한 대로 맞췄다. 새 팩트가 추가되지 않는 한 이미 출고한 디지털 기사를 가급적 그대로 지면에 담기 위해서였다. 이를 통해 현장 기자는 지면 업무를 줄이는 대신 새로운 기사 발굴, 디지털 스토리텔링에 몰두할 여유를 얻었다. 아울러 지면 제작 인력 일부를 디지털 분야로 재배치할 수 있었다. 일련의 과정이 선순환을 이루자 중앙일보 뉴스 점유율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6월 말, 중앙일보의 네이버 뉴스 구독자는 465만 명으로, 국내 미디어 중 가장 많다.
지난 연말부터 착수한 조직 개편은 중앙일보가 추구해 온 현장 기자와 지면의 분리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서다. 템플릿 편집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면과 디지털의 연동을 전제한다는 점 때문에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정착이 쉽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1톱 3박’, 역삼각형 구성 등 ‘신문식 기사’가 답습되면 모바일 환경의 역동성을 100% 활용하기 어렵다. 양질의 지면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도 필요했다. 이처럼 중앙일보가 지난 연말부터 추진한 기자와 신문 제작의 분리는 디지털은 한층 디지털답게, 신문은 보다 신문답게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바탕이 됐다.

중앙일보 편집국 콘텐트제작에디터들이 집필한 <뷰(VIEW)>. 뉴스룸 기자의 기사를 지면에 맞게 리라이팅하는 역할뿐 아니라 심층 기사를 직접 제작, 양질의 지면을 제공한다. ⓒ중앙일보
신문은 신문답게: 콘텐트제작에디터의 역할
올해 초, 조직 개편에 따라 편집국엔 ‘콘텐트제작 에디터’가 신설됐다. 입사 15년 차 이상 중견 기자로 구성된 이들은 디지털 전환 초기 도입된 ‘라이팅에디터’에 비해 역할이 커졌다. 라이팅에디터는 현업 부서에서 출고된 디지털 기사를 지면에 맞게 ‘늘리고 줄이는’ 역할에 머물렀다. 반면 콘텐트제작에디터들은 논설위원들과 함께 지면 제작의 주역이 됐다. 독자가 원하는 깊이 있는 해설, 친절한 설명을 담아 뉴스룸 기자의 기사를 ‘재창조’한다. 여러 출입처에서 각각 제작된 기사들을 모아 종합적인 시각을 담고, 시시각각 업데이트되는 속보를 지면에 맞게 ‘재구성’해 간결하게 전달한다. 덕분에 지면 완성도가 높아지고 뉴스룸 기자의 업무도 줄었다.
고품질의 지면 기사를 직접 제작하기도 한다. <뷰(VIEW)>라는 표제가 붙는 이들의 기사엔 속보성 기사에서 미처 담지 못한 깊이 있는 정보와 해설을 담고 있다. 논설위원도 직접 현장을 취재하는 <논설위원이 간다>, <비즈니스 현장에 묻다> 등을 통해 지면의 퀄리티를 높이고 있다.

조직 개편 이후 중앙일보 뉴스룸 현장 기자들이 제작하고 있는 새로운 디지털 기획들. 기존 신문 기사의 형식을 벗어난 문체, 영상과의 결합이 특징이다. <출처 – 중앙일보 뉴스앱 갈무리>
디지털은 디지털답게: 모바일 스토리텔링
지면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진 뉴스룸 기자들은 일상적인 취재에 집중하는 한편, 모바일 환경에 적합한 스토리텔링 개발에 나서고 있다. 개편 이후 산업기획팀은 <팩플(팩트플러스)>이란 기사를 제작하고 있다. ‘확인된 사실을 핵심만 잘 정리한 해설기사’를 원칙으로 팀의 영역인 IT는 물론 산업계 주요 이슈를 짚고 있다. 금융기획팀은 예·적금부터 내 집 마련까지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재테크 이슈에 딱 떨어지는 답을 짧고 쉽게 정리하는 <그게 머니>를 연재한다.
2030을 겨냥한 콘텐츠도 늘었다. 지난 5월 사회기획팀은 <애니띵>이란 기획물을 론칭했다. ‘동물과 환경에 관한 모든 것’을 소재로 3~10분의 영상과 2,000~3,000자의 텍스트 기사를 결합한 형태다. 스토리기획팀은 기자가 출연해 기사 댓글, 관련 이슈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핏댓>이란 영상 시리즈를 제작한다. 영상 제작도 활발하다. 정치팀은 총선 전 출마자 인터뷰를 담은 <총선 언박싱>, 총선 뒤엔 초선의원을 인터뷰하는 <초선 언박싱>을 제작했다. 사회팀은 중요 사건, 판결의 이면을 소개하는 <이슈 언박싱>을 만들고 있다. 현재 뉴스룸에선 국방·통일·종교·국제 등 전문기자들의 코멘터리 영상을 포함, 매주 15~20개의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중앙일보 뉴스룸에서 연재 중인 영상의 섬네일. 현재 국방·통일·종교·국제 등 전문기자들 의 코멘터리 영상 등을 포함, 매주 15~20개의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출처 – 중앙일보 유튜브 계정 갈무리>
중앙일보 주니어 기자들은 JTBC 기자들과 함께 지난 4월 론칭한 뉴스 미디어 플랫폼 헤이뉴스(Hey.News)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Z세대를 위한 뉴스 읽기’를 내세운 헤이뉴스는 소재 발굴과 전달 방식 모두 지상파 방송 등 레거시 미디어에선 찾아볼 수 없는 혁신을 시도 중이다.
디지털 전환의 성공 요소: 실험과 도전, 소통과 협업
물론 현장 기자와 신문 제작의 분리엔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다. 급박한 야간 상황 등에선 기자가 파악한 팩트나 현장 상황이 편집국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디지털뉴스룸과 편집국이 동일한 기사의 뉴스 가치를 놓고 엇갈린 판단을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면서 중앙일보 구성원들이 깨달은 건 기자와 신문의 분리에서 생기는 어려움의 상당 부분은 뉴스룸과 편집국의 소통과 협업으로 극복 가능하다는 점이다. 부문 간, 부서 간의 긴밀한 소통이야말로 레거시 미디어의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의 필요조건이다.
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pfjra_&logNo=222058267302&redirect=D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