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 밑줄 그어가며 읽고픈 종이신문이 나왔다고?
폴인 ‘종이신문’에 호평… 브랜딩·마케팅 효과 톡톡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폴인(fol:in)’이 발행한 종이신문에 독자들이 잇따라 호평을 보이며 레거시미디어에도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특히 이용자가 신문을 읽는 상황과 종이신문만이 줄 수 있는 효용감 등을 고려한 ‘소비경험 설계’, 기성 매체 내부 자원을 최대치로 활용‧변용해 e디지털 시도를 이어간다는 점 등이 주요하다.
‘3045’ 직장인을 타깃으로 하는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은 지난달 초‧중순 첫 종이신문 ‘폴인페이퍼’를 발행했다. 베를리너판 사이즈 총 8페이지 분량의 1호 신문은 “수천 부” 가량이 인쇄돼 4월10~11일 상당수 독자에게 배달됐다. 현재는 오는 15~16일쯤 배달 예정인 2호 신문을 제작하는 중이다. 2호 신문 배송 후 소비자 조사를 진행해 오는 정식발행 여부와 시점, 발행 주기, 가격 책정 등 상품화 방식 등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폴인은 지난 3월 멤버십 오픈과 맞물려 사전예약 신청자에 한해 4월부터 6월까지 총 3개월 간 베타서비스 차원에서 한 달에 1회 신문을 발행해 전할 것이라 공표(관련기사: 디지털 플랫폼 ‘폴인’, ‘뉴닉’ 왜 난데없이 종이신문 찍을까)한 바 있다.
지난달 1호 신문을 받아든 독자들은 호평 일색의 반응을 보였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계정에 신문을 찍어 올리고 감상평을 남기는 일도 잇따랐다. “종이신문에 밑줄 그어가며 읽은 때가 언제였나…디지털 서비스를 오프라인 매체로 만나봤다는 점에서 새로운 경험을 선물 받은 기분” “온라인에서 안 읽히던 콘텐츠도 페이퍼를 펼치니 읽게 되고, 읽었던 콘텐츠도 새롭게 읽힌다” “나처럼 물성을 좋아하고, 아날로그적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는 반가운 선물” 등 반응이 사례다.
▲지난달 초중순 발행돼 배달된 폴인의 종이신문 1호 모습. 총 8개면으로 제작된 신문엔 폴인 내부 인력이 투입됐고, 수천부 가량이 인쇄됐다. 우선 3개월 간 사전 멤버십 신청 회원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신문은 현재 2호 발행을 앞두고 제작 중이다. /폴인 제공
김종원 폴인 차장은 “디지털 콘텐츠는 손에 만져지지 않는데 사람들에겐 콘텐츠를 만지고 소유하고픈 욕구도 있기 마련이다. 디지털 범람 시대에 다양한 레트로 트렌드가 있는데, 넷플릭스 같은 곳에서 앱 등을 통해 알림을 보낸다면 우린 콘텐츠를 집 앞에 보내 알림을 하려 했다”며 “신문엔 콘텐츠가 큐레이션 돼 들어가는데 폴인 모든 콘텐츠를 일일이 챙기기 힘든 이들에게 유용할 테고,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폴인 사이트를 찾아오도록 할 수 있어 가치가 있을 거라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신문을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감개무량한 반응을 보이고, 밀레니얼은 ‘신문으로 보니 또 다르네? 집중이 잘되네?’ 같은 반응을 함께 보이며 양 타깃에서 동시에 호평을 받았다. 시도를 하면서도 반신반의했는데, 기대 이상이라 2호, 3호는 더 신경 써서 만들어야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폴인의 시도는 날로 신문 구독자가 줄어드는 현 상황에서 기성 매체가 취해야 할 대응 방식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중 일반을 상대로 하는 종합일간지와 타깃은 다르지만 앞으로 신문은 어떤 인상의 매체로 각인돼야 하고, 이를 위해 어떤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하는지는 참고할 영역이다.
우선 폴인의 신문발행은 이용자의 소비경험 설계란 측면에서 의미있다. 폴인은 신문 배송 시점으로 빠르면 금요일, 늦으면 토요일을 염두에 두고 있다. ‘폴인페이퍼를 받아든 독자가 잠시 일상에서 떨어진 주말 브런치를 하며 읽어볼 수 있고, 책상 옆에 두고두고 볼 수 있는 신문’을 만들겠다는 게 목표여서다.
실제 1호 신문에 담긴 글에서 정선언 폴인 에디터는 “페이퍼와 함께하는 여러분의 첫 휴일을 상상하며 저희는 다음호를 준비하겠다”고 썼다. 또 “(각종 SNS엔) 미디어뿐 아니라 수많은 개인이 생산한 콘텐츠가 넘쳐난다. (중략) 하지만 정작 시간이 없다. 그 많은 콘텐츠 중에 천천히 눌러 읽어야 할 콘텐츠를 골라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라며 “페이퍼를 통해 선물하고 싶은 건 ‘시간’이었다”고 했다. 신문을 받는 독자가 폴인이 의도한 시점에 매체를 접하도록 하고, 더불어 ‘뭔가 특별한 것을 받았다’는 인상을 주도록 고심한 결과란 의미다.
이에 더해 콘텐츠 소비경험 설계는 콘텐츠가 어떤 이미지와 용도로 이용자에게 다가가고 활용될 수 있는지 고민 역시 포함하는 개념이다. 폴인 종이신문에 대한 독자들의 호평은 콘텐츠 소비가 단순히 지적 충만감을 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일종의 ‘표현재’로 활용될 소지도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임미진 폴인 팀장은 “옛날에 ‘타임즈’를 끼고 다니거나 묵직한 책을 들고 다니는 심리처럼 내가 이 정도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본다. 일종의 패션처럼 자신을 드러내는 아이템으로 보는 것”이라며 “콘텐츠 소비경험은 말이나 글만은 아닌 거 같다. 오프라인 소규모 공부모임인 ‘폴인스터디’를 해보면 강연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 강연장에 찾아와 겪는 모든 게 컨트롤 대상이더라. 소비경험 설계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란 레거시미디어에서 출범한 폴인이 자신의 강점이자 가용할 수 있는 리소스를 최대치로 활용해 신문에 새 의미를 부여하고 매체 브랜딩과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의미 있다. 앞서 폴인은 디지털이 주력인 시대에 오히려 ‘실재하고 만질 수 있는 감각(tangibility)’이 브랜딩에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오프라인 팝업스토어(관련기사: 팝송이 들리는, 자갈 깔린 성수동 빈티지 가게…중앙 ‘폴인’ 오프라인으로)를 여는 등 이벤트를 한 바 있는데, 종이신문 발행 역시 이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는 기성 매체가 관성과 익숙함 속에 재발명의 노력을 게을리 한 영역이기도 하다.
김종원 차장은 레거시미디어가 참고할 지점을 묻는 질문에 “레거시미디어가 수십 년을 쌓아온 레거시(유산)는 조금만 비틀어 보면 새 가치창출을 할 수 있는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기존 내부 인력에선 잘 파악하지 못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외부에서 들어온 자원의 시선이 중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바깥 정보와 얘기에 관심이 많은 시대이지만 사실 필요한 건 엄청난 혁신이 아니라 내부 자원을 다시 돌아보고 조금씩 바꿔 옛된 자원과 새 세대를 연결하는 것 아닌가 싶다. 폴인페이퍼만 해도 레거시미디어가 뿌리라 신문제작에선 경쟁우위일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를 좀 다른 마케팅과 브랜딩 방식으로 쓴 것이지 않나. 이 같은 장점을 살려나가는 시도를 계속 해보려 한다“고 부연했다.
출처 :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7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