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방송사 ‘100% AI 제작물’ 나온다…비용 절감-고용 감소 우려 ‘충돌’
| EBS, 30일 ‘에이아이 고전: 역사를 바꾼 100책’ 방영

한국교육방송(EBS)이 30일 첫선을 보이는 인문교양 프로그램 ‘에이아이(AI) 고전, 역사를 바꾼 100책’의 화면 갈무리. EBS 제공
한 노인이 때 묻은 손으로 글을 쓴다. 그는 자신을 ‘국부론’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라고 소개한다. “저는 애덤 스미스입니다. 저는 과학자가 실험을 통해 진리를 찾듯 인간도 각자 다른 삶의 방식을 시도해봄으로써 어떤 삶이 진정 가치 있는지를 실천적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화면과 음성, 영어 내레이션과 자막은 모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만든 것이다. 한국교육방송(EBS)이 인공지능으로 만든 제작물 ‘에이아이 고전, 역사를 바꾼 100책’이다. 교육방송은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2026년 정규 편성 간담회’를 열어 지상파 최초로 ‘100% 에이아이 제작’ 프로그램을 정규 편성해 오는 30일부터 방송한다고 밝혔다. 이 인문교양 프로그램은 매주 월~금요일 새벽 0시5분부터 15분 동안 방영된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과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등 역사 속 저자가 고전 작품을 시청자들에게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 밖에도 인공지능으로 만든 인형극 등도 연달아 선보일 예정이다.
매출 급락으로 고전하는 방송계에 인공지능은 효과적 비용 절감책이다. 교육방송은 이날 간담회에서 ‘경영 어려움 속 혁신 수단’으로 인공지능을 강조했다. 김광호 편성센터장은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인형극 하나를 만드는 데 제작비가 1200만~1500만원 정도 든다. 그런데 인공지능을 쓰면 현재 외주제작을 했음에도 700만원 이하로 제작비가 책정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공지능 제작 확산이 결국 성우나 편집자 등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크다. ‘에이아이 고전’ 시리즈는 이미지·음원·자막 등을 모두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든다. 김성관 전국언론노조 교육방송지부장은 한겨레에 “인공지능을 도구로 활용하는 것과 인공지능으로만 100% 제작하는 것은 상당히 다른 문제”라며 “인공지능 100% 콘텐츠의 질과 비용 절감 효과를 제대로 따져봐야 하고, 어떤 직군에 고용 여파가 오는지도 철저히 검증하라고 회사 쪽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재호 한국성우협회 이사장도 “100% 인공지능 제작물이라도 결국 기존 성우들이나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일정 부분 빌려 쓸 텐데, 그 부분을 제대로 고지하는지 의문”이라며 “인공지능 제작으로 각종 분쟁이 생긴다면 그 역시 제작사 몫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광호 센터장은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교육방송(EBS)이 4월 선보일 예정인 ‘에이아이(AI) 드라마-부활수업’의 화면 갈무리. EBS 제공
신다은 기자
출처: https://www.hani.co.kr/arti/society/media/125106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