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폭락했는데’…식지 않는 유통가 NFT 열풍

롯데홈쇼핑 벨리곰 멤버십 NFT.(이미지=롯데홈쇼핑.)
신종 투자자산으로 신드롬적 인기를 모았던 대체불가토큰(NFT)의 인기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상화폐 거래소 FTX 파산 등으로 곤두박질 쳤음에도 국내 유통업체들의 NFT 마케팅은 오히려 더 활발해졌다. NFT를 활용한 브랜드 가치 제고, 고객들과의 접점 확대, 콘텐츠 확장 등의 장점을 더 크게 본 것으로 분석된다.

넥스트 뮤지엄 과일섬 전시 포스터.(사진=롯데쇼핑.)
19일 롯데백화점은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오프라인 NFT 전시공간 ‘넥스트 뮤지엄’을 연다고 밝혔다. 카카오 그룹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 엑스’와 협업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잠실 롯데월드 몰에 전시 공간이 마련된다.
오는 23일 개관하는 넥스트 뮤지엄은 일반 미술작품을 비롯해 NFT 아트 상품, 브랜드 스페셜 NFT 전시, 카페 등으로 구성돼 있다. 롯데백화점은 디지털 및 NFT 작품과 아트 콘텐츠의 영역을 연결해 아티스트의 컬래버레이션 굿즈, 식음료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국내 유통가의 NFT 마케팅은 세계적인 NFT 열풍과 함께 시작됐다.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Bored Ape Yacht Club)’, ‘크립토펑크’ 등 NFT 시장에서 메가히트 상품이 나오며 시장 전체가 큰 주목을 받았다. 한 작품의 거래가격이 1000억원을 웃돌기도 해 단숨에 기존 오프라인 미술시장을 위협하는 존재로 떠올랐다.
NFT는 가상세계 거래에서 활용되는 토큰으로, 한 번 생성되면 위조나 변조가 불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무한복제 가능한 디지털 세상에서는 원본 인증서와 소유권 증명서의 역할을 한다. 디지털 아트 시장에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NFT의 이러한 특징을 마케팅에 접목시켰다. 신세계백화점은 2022년 2월 유통업계에서는 최초로 자체 NFT 발행에 나섰다. 봄을 맞아 준비한 전 점 테마 이미지 ‘스프링 바이브(Spring Vibes)’를 총 1000개의 NFT로 만들어 모바일 고객들에게 무료 증정했다. NFT, NFT 지갑 발급 등 모두 신세계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뤄져 자연스러운 모바일 고객 확대를 노렸다.

푸빌라소사이어티 홈페이지 캡처 화면.
무엇보다 ‘메타콩즈’와 협업해 만든 자체 캐릭터 푸빌라 NFT는 소위 대박을 쳤다. 발행 1초 만에 1만개가 모두 팔린 푸빌라 NFT는 최초 발행가 11만원보다 300배가 넘는 3000만원대에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NFT 생태계 확장을 위해 신세계는 2022년 10월 유통업계 최초로 NFT 홀더 파티도 열었다. 푸빌라 NFT를 보유한 고객들만을 대상으로 소통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한편 충성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 역시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NFT 마케팅에 나서기 시작했다. 2022년 5월 현대백화점이 발급하는 NFT를 저장 및 관리할 수 있는 전용 NFT 지갑을 도입했다. 상품 할인이나 사은품 증정, 고객 라운지 이용 등의 혜택과 NFT를 연계해 고객 접점 확대를 노렸다.
다만 NFT 시장은 암호화폐 위기 속에서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022년 12월 19일 기준 NFT 시가총액은 24억2787만달러(약 3조1635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약 30% 규모가 감소했다.
NFT 시장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암호화폐 가격은 2022년 들어 크게 하락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상자산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데다 미국의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하는 등 시장 신뢰성을 훼손하는 이슈가 연달아 발생했다. 국내서는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위믹스(WEMIX)가 상장폐지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국내 유통업체들의 NFT 마케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업계에서는 NFT 마케팅이 디지털 콘텐츠 확장, 브랜드 가치 제고, MZ세대(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 포섭에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오프라인 NFT 전시 공간을 마련한 롯데백화점만 보더라도 이번 전시를 통해 최근 인기를 끄는 패션 및 식음료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한다. 디지털 과일이미지로 인지도를 얻은 ‘김씨네과일’ 브랜드가 새롭게 제작한 티셔츠와 굿즈, NFT 상품을 발행하고 성수동의 유명 디저트 브랜드인 파티세리 후르츠’도 베이커리 상품 판매와 더불어 최초로 NFT를 선보인다.

롯데홈쇼핑 MZ세대 직원들이 제작해 120만명이 넘는 팬덤을 확보한 밸리곰.(사진=롯데홈쇼핑.)
이외에도 롯데그룹의 제과업체 롯데제과는 이미 2022년 5월 인기상품 빼빼로의 NFT를 제작해 시장에 내놨고, 롯데홈쇼핑은 자체 캐릭터 벨리곰에 멤버십 혜택을 연계한 NFT를 발행하기도 했다. 특히 벨리곰은 2018년 MZ세대 직원들이 만든 캐릭터로 120만명이 넘는 팬덤을 확보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NFT는 유통 브랜드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정의하는데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NFT 가치 하락과는 별도로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